메인화면으로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뱃속 아기 유산해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뱃속 아기 유산해도…"

[돌봄노동 연속기고·① 보육교사편] "돌봄노동자, 돌봄이 필요하다"

오는 29일 2시부터 서울역에서는 '제2회 전국돌봄노동자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보육교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등 타인을 돌보는 돌봄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제기하려고 한다. 왜 이번 대회에서 건강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지,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건강실태는 어떠한지 돌봄노동자들의 연속기고를 진행한다. <기고자>

보육노동자, '안녕하세요?'

우리에게는 눈물 없이 듣지 못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며칠 전 논산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선생님이 노조 가입을 문의했다. 그 선생님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끔찍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자기 자신도 자기가 아이들에게 어떤 학대를 할지도 모르겠기에 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나 좀 살려줘요'라고 SOS를 한 셈이었다.

농어촌지역인 그곳은 초과인원보육이 인정되어 교사 한 명이 아이를 7명에서 9명까지 돌볼 수 있도록 허가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원장은 농어촌특례에 초과인원인정까지 중복 적용해서 1:11까지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막무가내로 4살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을 계속 교실에 넣었다.

보육교사들의 건강을 이야기 할 때 더 중요시 되는 것은 신체적인 불편함에 대한 호소보다도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는 후자의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뱃속의 아기가 유산이 되어도 어린이집을 위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일하는 교사들이기에 그렇다. 심지어 '내가 죽어야 이 문제들이 해결 되려나'라는 생각으로 자살충동까지 경험한 교사들도 많다.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는 것도 잘 모르고, 그러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노동건강연대가 2009년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72.48%가 업무연관성으로 생각되는 건강문제를 경험했다고 응답하였다. 가장 정도가 심한 제1순위로 성대질환, 위장질환, 요통 및 허리 디스크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당시 연구에서는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PWI-SF라는 스트레스 수준 측정 설문을 시행했다. 총 18문항으로, 점수를 매겨서 8점 이하는 건강군, 9점에서 26점까지는 잠재적 스트레스군, 27점 이상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설문에 참여한 보육교사들의 경우 8점 이하의 건강군은 한 명도 없었으며, 27점 이상의 고위험군이 173명으로 66.28%나 차지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 자료가 모든 보육교사들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보육교사들이 상당 수준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암시해주는 결과이다.

건강하지 못한 보육공간, 그리고 건강을 해치는 보육형태

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을 위한 '눈높이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근래에 '보이는 것만 중요시 여기는' 평가인증 덕분에 시설물들의 질과 안전성은 높아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높은 교사 대 아동비율과 급간식 비리 등의 불법적인 원운영으로 영유아들의 심적, 육체적 건강을 보장하는 보육공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바로 보육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쉴 수 있는 공간은커녕 쉴 수 있는 시간도 없을 뿐더러 개인의 짐을 제대로 놓을 곳도 맘 편히 용변을 볼 수 있는 공간과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 어린이집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같은 연구에서 보면, 우리의 평일 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 27분이다. 9시간이 넘게 일하는 경우도 47.23%나 된다. 그나마 이것은 평가인증시기가 아니거나 행사준비가 없는 때의 일이다. 근무시간 중 보육 및 교육이 66.79%, 계획안, 일지, 연락장 등 서류작업이 12.42%, 청소, 세탁, 식사준비, 교구운반 등 육체적 잡무가 14.15%, 이외 기타 업무가 6.65%였다. 휴식시간이 있냐는 질문에는 '따로 쉬는 시간은 없다. 아이들 자는 시간에 일지 등을 쓰기 위해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일하면서 쉬는 셈이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정도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보육교사는 보수가 적고, 신체적·정신적으로 긴 시간을 긴장해야 하며, 전염병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등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으로 인식되어 있다.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모든 보육시설에는 교사가 편안하게 쉴 수 있고,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도 하나 이상 필요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보육노동자, 그들의 건강은 보육의 질을 결정한다!

건강하게 자랄 권리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첫 번째 방안은 현재의 초과인인원인정과 농어촌특례인정 폐지이다. 이것은 원장들의 이익을 보장할 뿐이며 살인적인 교사 대 아동비율을 낳고 있다. 또한 현재 기준이 되고 있는 교사 대 아동비율(만0세 1:3 / 만1세 1:5 / 만2세 1:7 / 만3세 1:15 / 만4세 1:20 / 만5세 1:20)도 영유아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교사 대 아동비율을 낮춘다면 영유아는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들의 다양한 요구가 개별적으로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보육시설 내 종사자 휴게 공간을 마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원장을 제외한 노동자들이 모두 교실이나 주방, 화장실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8시간 노동과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사 2교대제가 절실하다. 2교대제(오전, 오후) 실시로 5시간 보육과 3시간의 수업연구 및 기타업무처리 시간을 보장할 수 있다. 한국보육진흥원의 2011년 상반기 보육교직원 국가자격취득을 보면 총 자격취득자 56만9182명중 현직 종사자 16만6780명으로 29.3%(한국보육진흥원, 2011년 6월30일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2배수로 충원한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숫자이다.

정부는 늘 예산이 부족하다하고 시설장들은 언제나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들이 그러는 사이에 보육교사들은 오늘도 불안한 하루를 산다. 시설장들과 정부의 이익만 보장하는 보육정책은, 자격 없이 메스를 휘두르는 의사와 같다. 그 메스로 우리를 상처내지도 죽이지도 마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