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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글로벌 호구' 될 날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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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글로벌 호구' 될 날이 임박했다"

[기고] 한·미FTA에 반대해야만 하는 아홉가지 이유

근 6년을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행법안이 미의회에 상정되었다. 나는 그동안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를 드물지 않게 밝혀왔다. 하지만 이행법안이 상정된 이 시점에서 그것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나는 다음을 들겠다.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

첫째, 한·미FTA는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협상에 참여한 관료들은 이를 두고 '이익의 균형' 운운하고 또 '잘 된' 협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개시직후 정부측이 국회에 제출한 협상목표와 일년 뒤의 협상결과를 비교해서 전수조사해 본 결과로는 심각한 '이익의 불균형' 협상이었다. 백개가 훨씬 넘는 쟁점 가운데 우리측 협상목표가 관철된 비율은 약 7%, 미국측은 약 82%다. 나머지는 대략 나눠가졌다. 여기에다 작년 12월의 재협상 결과까지를 감안하면 이익 불균형은 훨씬 심각해 진다. 게다가 최근 폭로된 <위키리크스> 문건을 살펴볼 때, 우리측 협상대표들이 과연 이른바 '국익'을 위해 협상했는지조차 의문이다. 이들 중 '경제 저격수(hitman)'가 없는지 따져 볼 일이다.

둘째, 한·미FTA는 불평등협정이기 때문이다. 국회통외통위 수석전문위원이 펴낸 한·미FTA 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를 참조해 보면, 협정문내 한미간 일방의무조항의 개수가 나온다. 일방의무라 함은 말그대로 체약국(상호 조약을 맺은 나라)의 어느 일방만 준수해야할 법적 의무를 말한다. 한미간 비율은 8:1이다. 우리와 함께 이행법안이 미의회에 같이 제출된 파나마의 경우 1.5:1, 콜롬비아의 경우 3.5:1 이다. 이미 발효중인 호주의 경우는 오히려 미국이 더 많은 0.8:1이다.

한·미FTA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모든 FTA를 통틀어 미국에 가장 유리한 협정이다. 더군다나 미 행정부가 이번에 의회에 제출한 '한·미FTA 이행법안'을 보면, 제102조 c항에 "미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한·미FTA를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한다. 미국 정부의 조처에 대해 한-미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미국 투자자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정부제소제(ISD)에 따라 마음껏 제소할 수 있다.

협정의 국내법적 지위도 우리의 경우 기존 법에 우선하지만, 미국 이행법안 제102조 a항에서 "미국 연방법과 충돌하는 한-미 협정의 규정이나 적용은 효력이 없다", "협정과 어긋난다고 주법의 규정이나 적용을 무효로 선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법을 포함 미국내법이 우선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23개의 법률이 개폐되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지방조례가 여기에 해당되는지 알 수도 없다.

▲한미FTA 비준안 상정을 놓고 여야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주간지에 난 한미FTA 관련 기사를 보고 있다. 이날 여야는 협의를 통해 한미FTA 비준안 상정을 연기했다. ⓒ뉴시스

경제효과 없다

셋째, 한·미FTA의 경제효과는 없거나 있다 해도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정부측은 한·미FTA 경제효과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5.66%에 달하고, 일자리가 35만 개 증가하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며, 우리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할 거라고 했다. 지난 수년간 이를 놓고 정부측과 셀 수 없는 논쟁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정부측의 이 추정치가 조작에 가까울 정도로 심하게 과장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측과 동일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우리측이 추정해 보았을 때, 한·미FTA 경제효과는 연 GDP의 0.008%~0.013%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경제 규모에서 볼 때 거의 무시할 수준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연동된 고용효과는 마찬가지로 없거나 무시할 만한 양이며, 외국인 투자증대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무역수지가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 분명한 한 가지는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측과 우리측이 같이 사용하는 연산가능일반균형(CGE)모형으로 추정했을 때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를 감추기 위해 정부측은 무역수지를 추정하기 위해 CGE 모형을 사용하는 데도, 대신 '산업별 합산'이라는 '꼼수'를 사용해 무역수지흑자 증가를 억지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만들어 내었다.

넷째, 2010년 12월의 한·미FTA 재협상으로 인해 한·미FTA는 더욱 더 잘못된 협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년동안 정부측은 "재협상은 없다", "점 하나도 못바꾼다"고 말해왔다. 결과적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한 셈이다. 이 재협상조차도 처음에는 '잘 된 협상'이라고 말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말을 바꾸었다.

재협상의 핵심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년의 시간을 유예해 주고, 미국의 자동차 비관세장벽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 그 대가로 받아 온 것은 있으나 없으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거나 눈가리고 아웅하기 위한 것들 뿐이다. 미국 자동차관세 2.5% 즉시 철폐 댓가로, 완벽하게 털어내 주었던 우리의 비관세 장벽해제는 전혀 보상 받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재협상을 통해 한국 자동차 비관세장벽의 해체는 더욱 완벽해 졌을 뿐이다.

다섯째, 한·미FTA는 대미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현재의 속도대로 악화된다면, 대미 경상수지는 낙관할 수 없게 된다. 2010년 기준 대미 경상수지는 약 6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상품수지가 12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서비스수지는 123억 달러 적자인데 대미 투자배당금을 의미하는 본원소득수지가 약 70억 달러 흑자를 나타낸 결과다.

여기서 상품수지흑자는 10년전인 2001년 약100억 달러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2001년 -25억 달러와 비교해 약 5배 증가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한·미FTA의 최대 피해산업 중 하나가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이라고 볼 때, 이는 미래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는 금융위기와 불가분의 관계다. 지난 미신용등급 하락 이후 증시폭락 당시 금융위 관계자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외국 투자자들은 곧바로 우리나라의 외채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은행 부문의 외환건전성을 문제 삼아 외화유동성 부족 사태가 벌어지곤 했다"며 "1997년, 2003년, 2008년 모두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던 때"였다. (<연합뉴스>, 2011년 8월 7일)

재벌을 위한 협정

▲6일 농어민단체가 서울 여의도에서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 전국 농어민 결의대회'를 열어 한미FTA에 반대하는 행진대회를 가졌다. ⓒ프레시안(최형락)
여섯째, 한·미FTA는 수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과도한 금융시장 개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을 '외국계 투기자본의 현금인출기(ATM Korea)'라고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국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해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다는 데에 있다.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개방되어 있다는 말이다. 한·미FTA는 이 경향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든다. 단적으로 투자자-정부 제소제나 역진방지 메커니즘(래칫조항) 등으로 인해 ATM Korea는 항구화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일곱째, 한·미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정치적 불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없이도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에서 2009년 32%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또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00만 달러 미만 수출업체 비중(금액기준)도 2000년 2.8%에서 2009년 1.5%로 낮아졌다고 분석된다. 한·미FTA는 수출기업 대 내수 기업,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현저하게 심화시킬 것이다. 이 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하청계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소위 '동반성장'은 구호로만 그칠 것이다.

한·미FTA를 통해 독점재벌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됨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실 한·미FTA의 거의 모든 것은 자동차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하자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우'를 범한 셈이다. 이는 고도성장기의 정경유착과는 다른, 세계화시대 재벌과 국가사이의 새로운 유형의 정경유착에 다름 아니다. 이로써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공고하게 구조화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여덟째, 한·미FTA는 정의롭지 못한 협정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을 위해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의 서비스업, 지적 재산권, 의약품산업 등이 FTA의 희생양이 되었다. 보상은 어음으로 주어졌고, 결제일은 아무도 모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동차를 위해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발상이다. 그리고 그 자동차산업의 기대이익도 한국차의 미국 현지생산비율이 이미 절반에 달하는 조건에서 그저 불확실하거나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자리의 해외유출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미FTA는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전혀 정의롭지 않은 협정이다.

아홉째, 한·미FTA 협정문에 내장된 독소조항 때문이다. 한·미FTA 협정문은 한마디로 독소조항의 보고다. 그 수많은 독소, 문제조항 중 으뜸은 투자자-정부 제소제다. 물론 여기에 역진방지조항(래칫), 네거티브 리스트, 허가-특허연계조항, 미래의 최혜국대우(MFN), 자동차부문의 스냅백 조항, 인터넷 사이트 폐쇄, 금융세이프가드 조항, 개성공단 조항, 투자부문 입증책임 조항 등도 그 중요도에 있어 뒤지지 않는다. 이 모두가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이른바 '정책공간(policy space)'을 제약, 위축시켜 공공성의 구현에 장애를 발생시킬 것이다.

재검토 필요

결국 애초 절차정당성조차도 충족하지 못한 채 출발한 한·미FTA는 '국익'을 어떻게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그 핵심에 있어 전형적인 '이익의 불균형' 협상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FTA는 디폴트 상태에서 재검토하거나,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게 가장 소망스러운 대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우선 통상절차법을 제정하고, 통상이 가지는 그 막대한 비중에 비추어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통합적이고 복지친화적인 통상정책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통상교섭본부 등과 같은 통상정책결정 과정도 재검토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제도적 대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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