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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와 토지보유세, 어느 게 더 '좋은 세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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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소득세와 토지보유세, 어느 게 더 '좋은 세금'입니까?"

[기고] 정승일 박사의 토지보유세 비판을 반박한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복지국가를 상상하자!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토지+자유 연구소가 지향하는 나라는 그 이름을 무엇으로 부르든 간에 부동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국가다. 현실의 복지국가인 프랑스, 영국, 북유럽 나라들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효율과 불평등이 발생하고 이따금씩 경제가 주저앉기도 한다. 이 나라들은 2000년대 이후 한국보다 부동산 가격이 더 폭등했고,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금융위기까지 겪었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부동산으로 문제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으니, 우리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상한 논리이지 않은가? 해법이 없다면 몰라도 말이다.

이런 취지에서 본 연구소는 부동산 문제의 원인인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할 수 있는 세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국가에서 제출한 세제개혁안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결과 거리가 멀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우리보다 부동산 보유세 비중이 낮고, 그렇게 한 데에는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한다.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상상력의 힘'을 강조한다. 그런데 왜 복지국가 그룹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사회를 상상하지 않을까?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 문제의 근인(根因)에 해당되는 줄 몰라서 그러는가?

하여튼 이와 같은 본 연구소의 주장에 대해서 복지국가 그룹의 유력한 이론가이자 정책설계자중 한 사람인 정승일 박사가 본 연구소가 말하는 세제개혁(토지세는 올리고, 경제에 부담을 주는 소득세, 법인세 등은 감면)에 대해서 비판을 가했다(정승일. 2011.8.30. "복지국가와 부동산 세제 및 금융." 복지국가소사이어티·한국도시연구소 공동주최 토론회 자료집).

그런데 그의 글을 검토해본 본 연구소로서는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약간의 허수아비치기식 비판도 있었고, 황당한 논리전개도 많았다. 그의 주장에서 중요한 것만 골라서 평가해보자.

한국의 조지스트들이 단일세를 주장한다고?

정승일 박사는 본 연구소가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주창한 토지단일세를 원용"하여, "토지소유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득은 불로소득이며 국가는 이것을 모두 '좋은 세금'인 토지단일세(보유세)로 환수하여야" 하고 "그 대신 노동 및 자본의 대가를 빼앗아가는 '나쁜 세금'인 소득세와 법인세는 전면 폐지하자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한국에서 헨리 조지 사상에 동의하는 사람 누구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지보유세를 걷는 것만큼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자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 헨리 조지.
한국의 조지스트―19세기 말 미국의 경제사상가인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을 가리켜서 조지스트(Georgist)라고 부른다. 그의 사상은 자신의 주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 잘 나타나 있다―들은 헨리 조지를 교주로 신봉하지 않는다.

우리가 헨리 조지에게서 이어 받은 정신은 평등한 토지권 정신과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는 특권과 독점 타파가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라는 사상이다. 그 토대 위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정승일 박사는 헨리 조지가 단일세(single tax)로 유명했기 때문에 자세히 검토해보지 않고 한국의 조지스트들도 마찬가지라고 단정한 것 같다.

보유세 납세자의 납세능력에 관하여

정승일 박사는 보유세 강화의 비판의 근거로 "경상소득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보유세는 납세자의 납세능력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기 때문에 납세능력의 문제는 안 생긴다. 이 문제는 소득에 비해서 값비싼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만 생긴다. 그런데 소득에 비해서 비싼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매매차익인 불로소득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좀 더 바람직한 것은 보유세를 강화해서 소득에 맞는 부동산 보유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를 구입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합리적인 경제 행위자라면 구입비용과 유지비용을 고려할 것이다. 자신의 소득에 따라 가격을 고려하고 유지비를 예측해 차를 구입하는 것처럼, 보유세 강화는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납부 능력에 맞게 부동산을 소유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요컨대 정승일 박사가 비판의 근거로 제시한 사항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보유세 강화는 꼭 필요한 것이다.

물론 소득 없는 고령자의 경우에는 보유세를 낼 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소득이 없다고 하더라도 보유세를 부담할 수 있는 고령자가 있고 그렇지 못한 자가 있을 수 있는데, 만약 후자라면 납기를 유예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즉, 상속이나 증여, 매매 등 소유권 이전이 발생할 때까지 보유세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유세 강화의 근간을 흔들지 않으면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거래의 투기성을 조장한다는 것에 대해서

정승일 박사는 보유세 강화가 초래하는 부작용의 하나로 "부동산의 장기보유는 억제하고 단기보유는 더욱 촉진"하여 특히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단기적, 투기적 보유 성향이 더 심해"지는 것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건 완전 오해다.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완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면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은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불로소득의 규모가 줄어드는데, 고가 주택을 투기적으로 보유할 사람이 있을까?

이를 보면 정승일 박사는 '보유세 강화 - 거래세 인하'의 효과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투기목적의 부동산 보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보유세 강화가 노리는 효과 중의 하나다.

토지보유세가 토지소유의 집중을 초래한다는 것에 대해서

정승일 박사의 토지보유세 강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토지소유단일세는 결과적으로 토지소유의 자본주의적 소유 집중을 야기한다"라는 주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많은 매물들이 시장에 나올 테지만 그걸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경상소득이 높은 고소득계층이기 때문에, 결국 토지보유세 강화는 토지소유의 평등이 아니라 토지소유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토지보유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다른 세금을 감면하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는 그동안 토지에 짓눌렸던 하위계층의 삶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고, 둘째는 불로소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소유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다. 정승일 박사는 고소득자가 토지를 살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데 토지를 마구 사들이는 부자가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소득세가 토지보유세보다 좋은 세금이라는 것에 대해서

정승일 박사는 토지보유세의 한계에 대해서 지적한 이후 소득세의 장점을 설명한다. 소득세의 누진적 강화가 시장의 효율성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세의 누진도를 높이면 '과잉유동성'을 초래하는 고소득층의 과잉저축을 억제해 부동산 가격 거품의 형성과 붕괴도 어느 정도 차단하는 효과까지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누진적 소득세를 강화해서 저소득층에게 분배하면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소비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문자 그대로 일리(一理)가 있다. 그런데 소득세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거두게 되면 경제가 위축되고 물가가 상승하며 고용이 줄어드는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소득세의 누진도를 높이면 부동산 투기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 부동산 투기는 고소득자들이 자금 동원 능력이 커서라기보다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기대 때문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 자금은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부동산 거품 형성과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토지보유세의 지속적 강화인 것이다.

소득세보다 토지보유세가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세금이라는 것은 모든 경제학 교과서가 다 말하는 바다. 아마 경제학에서 이념을 떠나서 이만큼 지지받는 이론도 드물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사단장 격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이 토지보유세가 좋은 세금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평가절하하고 거부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보수도 거부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활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이지 않을까?

토지+자유 연구소가 생각하는 방향

앞서 말했듯이 본 연구소의 목표는 한국 사회에서 만악(萬惡)의 근원(根源)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 있다. 한국 사회 문제 중에서 부동산과 관련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값이 높은 문제, 그래서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문제, 땅값이 너무 비싸서 창업하기 어려운 문제, 그래서 일자리가 잘 안 생기는 문제, 생산적인 일보다는 개발예정지를 미리 알아내서 투기하는 문제, 그러다가 투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금융이 불안해지는 문제,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간의 빈부격차 문제, 용산참사처럼 부동산 불로소득을 놓고 벌어지는 사회갈등 문제, 그리고 보존되어야 할 녹지나 농지가 개발에 잠식당하는 문제 등 부동산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부동산 문제의 영향력이 이렇게 엄청나다는 것은 그 문제의 해결이 엄청난 복지수요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뜻이 된다. 즉,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연구소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면 증세를 덜 하더라도 북유럽과 같은 수준의 복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본 연구소 제안하는 세제개혁의 원칙은 간단하다. 제1원칙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 제2원칙은 거래가 아니라 보유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 제3원칙은 토지보유세 강화 대신 타 세금(예컨대 소득세, 법인세)을 감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유세를 일정 정도 강화한 후, 토지의 임대가치인 지대(land rent)에서 지가(land price)의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을 공제한 후 나머지만 환수하는 '이자 공제형 보유세'를 실시하면 지가가 고정되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에 짓눌려있는 하위계층의 삶은 향상되고, 부동산으로 엄청난 이익을 누렸던 상위계층의 삶의 수준은 하락할 것이다. 또한 부동산으로 재미를 봤던 재벌들과 기업들의 힘은 약화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거나 임대해서 쓰는 기업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진보의 고정관념 변화가 관건

앞서 말했듯이 본 연구소는 부동산 문제를 온전히 해결한 복지국가가 북유럽 복지국가보다 더 나은 복지국가라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하려면 진보의 고정관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는 건물 중심적 사고에서 토지 중심적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문제가 초래하는 광범위한 복지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소유 제한에서 불로소득 환수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 소유가 노리는 것이 바로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조건적 증세가 아니라 좋은 세금인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토지보유세는 강화하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은 감면하는 조세대체(tax shift)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가 초래하는 복지수요를 해소하는 동시에, 막대한 재정을 토건에 쏟아 붇는 낭비를 줄일 수 있고, 더불어서 복지재정을 더 많이 확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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