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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악몽은 진행형…'원전 마피아'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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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악몽은 진행형…'원전 마피아'를 경계하라"

[강연] 장정욱 마쓰야마대 교수 "원자력 극복이 유일한 해법"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다섯 달이 지났다. 일본 정부는 원전을 포기하지 않은 듯 보인다.

17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의 다카하시 하루미 지사는 16일 도의회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된 홋카이도전력의 도마리(泊)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영업운전 재개를 용인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될 경우, 사고 이후 처음으로 정기점검 중이던 원전이 재가동된다.

그러나 아직 후쿠시마가 남긴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정보 은폐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한 장정욱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원자력 정책을 강의하는 장 교수는 특히 최근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되는 고속로 등의 재처리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다.

장 교수는 프레시안이 지난 16일 개최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원자력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현재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피해가 지속적으로 집계되고 있고, 앞으로도 피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낳은 근본 원인은 원자력에 이해관계를 가진 원자력 마피아에 있으며, 이들로 인해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일본의 미래를 그리기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일본의 오늘을 한국도 점차 닮아가는 듯하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럼에도 장 교수는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삶으로의 전환이 인류가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의 강연을 정리했다. <편집자>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늘어나는 상처의 증거들

장 교수는 이번 사고로 인해 특히 사고 지역 인근에 살던 주민들은 두 번 다시 예전의 생활을 찾기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말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는 뜻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여전히 원전 반경 30㎞에 살던 주민 12만 명이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반경 20㎞ 내는 경계구역으로 지정돼, 당국의 허가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재해지역은 사고 다섯 달이 지나고서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방사능이 이동한 서북로를 따라 부분적으로 방사능 수치가 높은 위험지역(Hot Spot)이 원전 반경 30㎞ 외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일상이 파괴된 피난민들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30㎞ 인근에 살던 93세 여성이 "무덤으로 피난 갑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강 교수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돌이켜보면, 이들 피난민이 살던 지역은 반영구적으로 사람의 거주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후쿠시마현(縣)은 특히 청소년들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인근 학교 운동장의 흙을 교체하고 고압수 세정을 실시하는 한편, 36만 명에 달하는 18세 이하 청소년들의 갑상샘(갑상선)암 조사를 생애에 걸쳐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들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먹을거리 피해가 심각하다. 원전에서 200㎞가량 떨어진 도쿄 시내에서도 방사능이 높은 지역이 발견되는 마당이라, 도쿄 남쪽 시즈오카현의 차(茶)들은 출하금지조치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사능에 오염도니 후쿠시마산 볏짚을 먹은 소에서 잠정규제치를 넘는 방사능이 검출돼, 일본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미 이 쇠고기들은 널리 유통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후쿠시마뿐 아니라 미야기·이와테·토치기현의 쇠고기에도 출하금지조치를 내렸다.

특히 쌀이 최대 문제다. 곧 수확기를 맞이하는 쌀 재배지역은 일본 본토 면적의 절반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으로 항공기 측정을 통해 이들 지역의 방사능 오염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미 원전사고 직후 채소의 출하금지가 결정된데 더해 곡물, 육류마저 안심하고 소비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생선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생선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일본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당국인 문부과학성에 검출기 감도를 높일 것을 권유했다. 특히 장 교수는 "생선의 먹이사슬을 고려하면, 사고 후 6개월이 지나야 서서히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생선 역시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사고수습에 사용한 오염수를 대량 바다에 폐기한 바 있다.

피해 숨기기 급급한 일본

사태의 진원인 후쿠야마 원전은 여전히 사고 수습에 힘겹다. 장 교수는 "원전 건물 내에 12만톤(t)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고여 있고, 파괴된 시설 잔해물로 인해 여전히 인근 방사능이 대단히 높다"며 "이번달 초에는 1호기의 배기통 밑에서 시간당 최소 10시버트(Sv)의 대단히 높은 수치의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순간 6Sv 이상 피폭될 경우, 치사율은 100%다. 장 교수는 특히 "언제고 수소폭발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핵연료의 높은 붕괴열을 효과적으로 냉각시키지 않으면 수소폭발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데, 여전히 원자로에서 방사성 물질이 증기와 함께 계속 방출되는 상태라는 얘기다. 당장 고농도 오염수로 인한 해양 및 지하수의 오염이 계속되는 중이다. 장 교수는 사정이 이런데도 "도쿄전력이 관련 데이터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의 은폐로 인해 일본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도 이미 발생했다고 장 교수는 분개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방출량이 가장 많았던 사고 직후, 방사능 확산 예측계산장치(SPEEDI)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원전반경 20㎞ 남쪽에 살던 주민이 오히려 오염이 심한 북서쪽으로 피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장 교수는 "지난 5월 3일 공개된 SPEEDI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15일 이미 북서쪽 오염이 심각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국민들의 혼란사태를 우려해 자료 공개를 은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21세기 들어서 인류가 맞은 최악의 참사 중 하나다. 바로 한국의 이웃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뉴시스

원자력 마피아…한국은 안전한가

장 교수는 체르노빌 사태를 넘어선다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난 근본 원인으로 원자력으로 이득을 보는 '원자력 마피아'의 존재를 꼽았다.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신화를 적극 생산한 과학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정치인, 기업관계자, 언론이 원전 안전불감증을 낳아, 이번 사태에 속수무책 당했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우선 일본의 전력요금제도 자체가 원자력 개발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1964년 도입된 전력요금단가는 '총비용*(1+보수율)'로 정해진다. 따라서 총비용이 많이 들수록 이득이 더 높아지는데, 이 과정서 보수율이 일정할 경우 초기투자비용이 높은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더 큰 이익을 낳는다.

더군다나 일본의 전력산업은 9개 지역마다 한 개의 관할회사를 제외하고는 다른 회사가 그 지역에 전기를 판매할 수 없도록 구성됐다. 지역독점체제가 이뤄져, 재생가능에너지 등의 보급이 지지부진하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장 교수는 "△연구비와 기부강좌 등을 기대하는 원자력 전공 학자 △재직 중 접대, 퇴직 후 재취업을 기대하는 공무원 △설비투자 수주에 매달리는 건설 등 산업체 △전력업계의 막대한 광고비를 기대하는 언론 △정치헌금과 선거지원을 기대하는 정치인 △지역독점체제를 바라는 전력산업 △확실한 융자이익을 받는 금융업계 등이 '원자력 마피아'를 구성했다"며 "이들이 원전반대파를 배제하고 상호이익을 유지하는 형태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나아가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점차 일본의 절차를 닮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안전이 확인되지도 않은 고속로 증설에 나서는 등 한국의 원자력 이해관계자들의 최근 행보는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저녁 7시에 시작된 이날 강연은 예정시간을 넘겨 밤 10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프레시안(최형락)

비관적 미래지만…'원자력 규제가 해답'

장 교수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원전개발 붐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인도가 적극적으로 원전개발에 나설뿐 아니라, 베트남과 터키, 몽골 등도 원전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이번 사고를 보고도 일본의 기술지원을 받으려 하는 현 상황이 원전의존을 단적으로 나타낸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그러나 여전히 원전은 비용과 안전성 면에서 위험한 발전이라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장 교수는 "1970년대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사성물질 폐기비용으로 원전 건설비의 15~20%를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훨씬 더 크다"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경우, 일본이 예전에 폐기물 3만2000톤 재처리에만 18조8000억 엔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돈으로 200조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원전이 없으면 당장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우려에 대해 "독일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초기에 그런 우려가 많았다"며 "한국의 과도한 전력소비를 감안하면, 당장 에너지 절약만 실천해도 에너지 소비의 20%는 줄일 수 있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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