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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꾸는 꿈…의연하게,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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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꾸는 꿈…의연하게, 끝까지 함께!"

[기고] 타워크레인에서 3차 희망버스를 기다리며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200일 넘게 농성 중인 85호 타워크레인에서 3차 희망 버스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김 지도위원은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며, 3차 희망 버스 행사를 앞두고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했다. 다음은 김 지도위원의 기고 전문. <편집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고단하게 살아서 그랬을까요. 다음엔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고 싶습니다.
지금은… 새가 되고 싶습니다. 훨훨~
주익 씨도… 새가 되었을 거예요. 훨훨~

짧은 잠을 자며, 똑같은 꿈을 두 번 꿨습니다.
시장 구경도 하며 돌아다니는데 어딜 가나 크레인이 보였습니다. 85호….
곁에 있는 사람은 이것저것 물건도 만져보고, 웃기도 하고, 천진스러운데,
저는 크레인을 바라보며 저길 올라가야 하는데,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올라가야 하는데, 꿈에서도 애가 탔습니다.

한 번은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아마도 뻣뻣한 철구조물 위에서 200여 일을 보내다 보니 부드러운 것들이 그리웠나 봅니다.
뙤약볕에 용광로 속처럼 달구어지는 운전실에서 시들시들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나 봅니다. 하루는 꿈에 85호 크레인에 파란 싹이 돋기 시작하더니, 점차 무성해지더니 안전계단의 손잡이들이, 붐대의 철근들이 구불구불 나무줄기로 변하더니, 아, 몇천 년은 자랐을 법한 거대한 나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생기더니, 운전실이 예쁜 원두막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00일. 200일. 그건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이 생의 결단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내려가면 오히려 못살 거라는 거. 그게 더 중요해요. 제게는.
김주익, 곽재규, 두 사람 한꺼번에 묻고 8년을 허깨비처럼 살았으니까요.
먹는 거, 입는 거, 쓰는 거, 따뜻한 거, 시원한 거, 다 미안했으니까요.
밤새 잠 못 들다 새벽이면 미친 듯이 산으로 뛰어가곤 했으니까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숲에 함께 어울려 평등하게 살아가는 평화로운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작은 자리 하나 차지하고 소박하게 살아보고도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단 한 번도 정주할 수 없는 숨 가쁜 날들이었습니다.
열다섯에 집을 나와 아이스크림 가방을 메고 돌던 무더운 해운대 백사장, 땅콩을 팔러 돌아니던 낯선 골목들, 오라이요! 오라이요! 내달리던 화진여객 122번 버스, 발바닥에 땀방울이 나도록 밟던 미싱 페달, 잠깐이라도 시간을 줄여 눈붙이려고 총총히 식당으로 향하던 21살, 22살, 23살. 25살에 해고되고 하루도 빼지 않고 나가던 새벽 출근투쟁길, 얻어맞으며 끌려가던 숱한 길. 길게 집을 떠나 있어야 했던 두 번의 징역살이, 노동자의 삶과 꿈을 얘기하러 혼자 전국을 떠돌던 일들. 그리곤 지난 1월 6일 새벽, 혼자 오르던 85호 크레인의 차가운 난간.

외롭기도 했던 날들, 하지만 이제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꿈조차 제 것이 아니었던, 미래 역시 제 몫이 아니었던 우리들이 모여 이제야 비로소 하나의 꿈을 꾸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어떤 이웃도 함부로 잘리지 않는 세상, 비정규직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기업이 사장 개인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모두의 것이 되는 세상을 향해 달리는 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그렇게 함께 꾸는 꿈이 희망 버스에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리운 평지로 내려가 여러분들과 함께 그 희망의 버스, 연대의 버스, 응원의 버스를 타고 다시 지금도 1300일째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비정규직과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직 누이들을 찾아,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난쟁이들처럼 살아가는, 그러나 마음만은 늘 밝고 거대한 발레오 동지들을 찾아, 여리고 순박하면서도 심지가 기타줄마냥 질긴 우리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을 찾아가는 꿈을 꾸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도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야간노동 이제 그만 없애자고 했다고 백주대낮에 용역깡패들에게 두들겨 맞아 병원엘 가야 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찾아, 희망의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 준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을 찾아, 15명의 동료들을 잃은 우리 쌍용자동차 노동자 가족들을 찾아, 노동자들을 넘어 모든 가난하고 소외받는 우리 이웃들을 찾아가는 꿈을 꾸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올라와 85호 크레인을 지켜주는 박성호와 우리 동지들과 함께. 저 담장 너머에서 날마다 노숙을 하며 나를 지켜주는 저 눈물겨운 우리 한진 노동자들과 함께 말입니다.

더 이상 패배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절망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울지 않기 위해.
이 모든 행복한 꿈이, 암흑 속에 앉아 새벽처럼 밝아오는 여러분들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즐겁게! 의연하게! 담대하게!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흔들리지 않는 85호 크레인 나무가 되어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눈물겹도록 감사합니다.

ⓒ노동과 세계(이명익)

- '희망의 버스'를 타다

그날 부산 영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2차 '희망의 버스' 185대를 제안하며…"저부터 잡아가십시오"
"'민노총 깃발은 없는 게 낫다', 이게 당연한가요?"

"8년 전 그가 시신으로 내려왔던 철탑…살아서 내려가겠습니다"
소화기 날아다니던 살벌한 그날 밤, 그곳에선…
그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왜 안 왔을까?

배우 김여진,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경찰에 긴급연행
김여진 "벽 넘다 경찰에 걸려 도망가고, 또 도망가고"
85호 크레인에 모인 '희망버스'…김진숙 "이런 날도 오는구나"

"8년을 냉방에서 살아야 했던 죄책감, 이제 덜어주십시오"
"깡보리밥에 쥐똥 섞인 도시락으로 버티던 그곳에서…"
"김진숙이 '세시봉'을 보며 화가 났던 이유는…"
'희망버스'가 부산 경제 망친다고? 누가 그래!

- 85호 타워크레인에서 핀 '소금꽃', 지금 한진중공업에선 무슨 일이?

소금꽃 김진숙과 '85호 크레인'-영도조선소의 다섯 주인공
한진重 수빅조선소…"여기가 조선소인가, 묘지인가"
"한진重, 삼성전자 수준 이익률에도 대규모 해고…이유는?"
"오늘부터 하루 100만 원짜리 인간이 됐습니다"

"해고 칼바람 속 노동자, 살처분 짐승과 뭐가 다른가요?"
"35년 '쟁이' 인생이 산업폐기물로…시멘트 바닥엔 눈물만"
"또 하나의 파리목숨이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용역에게 끌려가는 '아빠'들을 지켜주세요"
한진중공업 노조, 조건없는 현장복귀 선언
'공권력 투입' 한진重, 현장 지킨 국회의원은 누구?

한진重 27일 강제집행…"국회청문회 이틀 앞두고"
"공장 둘레는 온통 시커먼 경찰복…85호 크레인을 지켜주세요"
유례없는 고공농성 200일…김진숙 "대중과 역사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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