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거친 공세, 민주당의 이탈
7년이라는 기나긴 마라톤 같은 경기였다. 매번 영리법인 병원을 도입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로 끈질겼고, 그에 대항한 시민단체의 저지 활동도 못지않게 인내와 뚝심으로 점철되었다. 그 결과, 매번 그들의 시도는 제대로 블로킹 당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2011년 여름, 7월의 장마 끝에 온 햇살로 잠시 숨을 돌릴 무렵, 저쪽에서 또다시 숨을 가다듬으면서 드리블 해오는 태세가 보였다. 포인트 가드로 기획재정부가, 양쪽 포워드로 중앙일보, 그리고 병원협회가 상당한 공세적 태세로 다가왔다. 뒤에 수비수로 청와대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팀의 캡틴이지만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수비수여서 어차피 지는 게임 대충 시간 때우다 동점으로 끝낼 줄 알았더니, 웬걸. 발목 부상 정도는 그의 초인적인 정신력에 거의 완치된듯하다. 물론, 캡틴은 포인트가드를 제지하고자 했다. "애야, 살살하자, 좀"이라고 하며…. 그러나 전체 게임의 흐름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눈앞에 골 몇 점을 먹어야 사는 재정부의 본능은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그러나 시민단체 편도 만만치 않은 공세적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동점으로 끝내기는커녕, 10점 차 이상으로 승부를 거둘 태세였다. 무상의료를 내걸고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한여름에 다시 공격당할지는 몰랐기에 다소 당황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 게임이 무승부로 끝날 것이냐, 누군가가 승리할 것이냐에 따라 한국 복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건의료의 향방이 결정 날 상황이었다. 무상의료라는 전략을 펼치면서, 시민단체와 제1야당은 제대로 전진하고자 했다. 물론 뒤에 있는 수비수들이 다른 집안 사정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게임에서만은 바라보는 목표는 같았던 것이다.
그런데 게임에서 좀 엇나간 모양새가 눈에 띈다. 분명 올 초 무상 복지 3+1(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에서 무상의료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건만, 제1 야당의 측근이 저쪽 팀 벤치에서 눈에 힘을 주고 경기를 주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인천과 제주도를 고향으로 둔 이들은 실상 이 게임에서 영리법인 승리로 지역에 떨어질 이득에, 혹은 먹고살 거리에 독자 노선을 걷게 된 것이다. 아니, 독자 노선이 아닌가?!
그들의 스폰서, 소리없는 '최강자'
영리법인 팀의 감독이자 스폰서는 명실상부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 하는 재벌 자본, 민간 자본이다. 더 좁히자면, 민간 보험 자본, 그리고 의료기기나 의료 상품을 키우고자 하는 자본이다. 삼성 자본이다. 감독은 절대 앞서지 않는다. 항상 멋지게 정장을 입고 코트 끝에 서서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텔레파시라도 보내는 듯하다. 이 감독은 특이하게 한 번도 큰 소리 내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냥, 조용히 잘하는 선수 밀어주고, 못 하는 선수, 말 안 듣는 선수 소리 소문 없이 문자 하나로 경기장에서 퇴장시키곤 한다. 스폰서로서 감독이 갖는 능력은 막대하다. 또 이 법칙에 익숙한 선수들은 시키는 대로 잘한다. 중요한 것은 이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경기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선견지명으로 이 경기장을 키워야만 살아난다는 깨달음을 얻으셔서 조용히 자리매김하신 것이다.
▲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참여연대‧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7일 국회에서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한편, 반대 측 팀은 감독이 없다. 스폰서도 딱히 없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하는 주장은 솔직히 자본을 키워주는 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으로 운영되는 팀에 좋다고 달라붙는 스폰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관중이 있다. 제주도로 원정 게임을 가든, 인천으로 합숙 훈련을 가든, 그곳에 이 팀을 지지하는 관중과 서포터들이 즐비해 있다. 그리고 막강한 스폰서 자금은 없지만, 제발 이겨달라고 열렬히 응원하고 기원하는 그들의 염원이 있다. 우리 국민, 중산층, 빈곤층, 극상위층을 뺀 상위층이 있는 것이다. 이 관중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감독과 스폰서의 욕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동점이 되더라도 최소한 있는 체계를 제대로 지켜낸다는 것이다. 물론,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간다면 더 바랄 바가 없을 것이다.
보건의료'산업'이지만 그저 산업이 아니다
농구 경기로 비유했지만, 그저 경기가 아니다. 보건의료산업이지만, 그저 산업이 아니다. 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국가적 결정과 법제화는 결국 점차 국민 중에서 빈곤층, 중하층, 그리고 중산층 순으로 서서히 소외시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그들의 착각을 일깨워주고 싶다. 국민은 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고, 상상력이 총동원된 그놈의 경제효과, 통계수치 나불거려도 영리법인으로 혜택받을 극소수는 일부 의료 공급자와 투자자와 극상위층 몇몇뿐이라는 것을.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눈이 먼 두 민주당 지방 책임자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역 발전? 소를 위해 대를 포기할 것인가? 당론을 거스를 것인가? 과연 지역 발전이 보장되어 있기는 하는 건가?
이런 질문을 뒤로하고 8월 또 임시국회를 열어 영리법인을 허용하려는 그들의 움직임은, 분명 말하는데, 악수를 두는 것이다. 지금 국가 정세에서 아무리 신문 1면에서 떠들어 대든, 100분 토론을 하든, 200분 토론을 하든, 실상 지지하는 기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포인트 가드는 살살 하라는 캡틴의 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캡틴도 옆에서 팔짱 끼고 보고만 있지 말고. 그러지 않으면 경기장 안으로 관중이 몰려 들어갈 것이다. 관중에 짓눌려 발목 골절 입고 싶지 않으면 당장 게임의 패배를 인정하고 철회하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