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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거 한 방에 날린 하루 일당, 누군 방학이라 여행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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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링거 한 방에 날린 하루 일당, 누군 방학이라 여행가는데…"

[현장] '알바', 변함없는 최저임금 사각지대

대학로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강효종 씨(23)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수입이 짭짤하다. 직영점이라서다. 차비도 식비도 없지만, 야간 시급 7000원이 뿌듯하다. 편의점 일만 해서 한 달 수입이 150만 원 정도 된다.

하지만 돈은 들어오자마자 금세 빠져나간다. 번 돈은 부모님께 전부 드린다. 등록금을 대기 위해서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게다가 올해는 동생마저 대학에 입학해 부모님 사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휴학을 오래 한 터라 내년이면 복학해야 한다. 복학하자니 역시 등록금이 걸린다. 학교도 지방이라 기숙사비까지 내려면 1년에 천만 원 가량이 들어간다.

요즘 그는 고민이 많다. 힘들게 벌어 대학을 나와도 사회는 알아주지 않을 걸 안다. 대학 전공에는 불만이 없다. 대학 1학년 시절이 즐거웠던 것은 그래서였다. 그러나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게다. 그래서 문득문득 우울해진다.

"몸은 안 힘든데 마음이 괴로워요. 나는 등록금 버느라 밤새워 일하는데 또래 친구들은 술 마시고 재밌게 놀잖아요. 돈 많은 집 애들은 방학이라 자기 관리하고 여행 가는데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속사정

▲ 한 편의점 내부. ⓒ뉴시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황인해 씨(27)는 손님이 온 지도 모르고 책을 펴고 공부하기 한창이다.

원래 임금에서 1.5배 올려 주는 야간 수당도 받지 못한 채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12시간을 꼬박 일한다.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걸 알지만 담담하다. 번화가를 벗어난 편의점은 대개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얼마 전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영양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링거를 맞고 있으니 눈물이 났다. 오늘 일한 돈이 병원비로 다 날아갔다.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사정은 더욱 심해진다. 허은진 씨(22)는 창원시 마산 회원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한다. 시외버스터미널 근처라 손님이 많다. 두 명이 함께 일할 정도다.

편의점에서 일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시급은 3800원이다. 친구들은 농담으로 '5년 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고 말한다. 겉은 웃지만 속은 새까맣다.

제법 공부를 잘했던 남동생이 서울에 갔다. 누나랍시고 '돈 부족하면 용돈 보내 줄 테니 언제든 말하라'고 큰소리쳤지만, 동생 생활비를 보낼 때면 덜컥 겁부터 난다.

3남매의 장녀인 은진 씨는 동생들 용돈을 대고 있다. 3명 다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다닌다. 옛말에 자식 농사가 최고라 했건만 이젠 정말 옛말이 돼버렸다.

46.5%, 최저임금 못 받는다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은 28일 지난 5월 1일(일)부터 6월 27일(월)까지 조사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서울의 경우 편의점의 46.5%가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같다. '알바생'의 노동실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모든 이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노동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제대로 받고 일하는 이는 7.9%밖에 안 된다. 주휴수당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답변은 60.5%에 달했다.

노동법에는 노동자 과실로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혔더라도 손해액을 제해선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는다.

이에 청년유니온과 참여연대는 "조사 결과 최저임금 준수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현행 구조로는 문제 개선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최저임금 준수 여부 외에 주휴수당, 현금 정산 시 아르바이트생이 손해액을 충당하는 등 노동법 위반 사례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 하고 회의가 끝났다. 이에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 311화.
▲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 311화.
▲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 311화.
- '강매' 당한 학사모, 대학은 죽었다

☞<1>"좋은 대학 간 것도 아닌데…'불효자'는 웁니다"
☞<2>"교수 딸 문제지 정리하는 대학원생, 이유인즉슨…"
☞<3>"때 묻은 토슈즈, 무용학도들은 왜 '108 계단'에 올랐나?"
☞<4>"합격 하고 펑펑 울었다. 500만 원이 없어서…"
☞<5>"스펙 쌓는 동아리가 붐비는 '진짜 이유' 캐보니…"

☞<6>"대학은 '썩은 정글', 마음 붙일 곳은 없다"

- '대학 안 가도 당당한 사회'

"대학 졸업장 '강매'하는 나라, 행복하십니까?"
"'기름밥' 잘 사는 꼴 못보는 그들, '룸살롱 여대생'엔…"
"교수 월급이 청소부보다 많아야 할 이유, 과연 있나?"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경쟁력 높인다"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좌파'보다 국익에 무관심한 그들, '진짜 우파' 맞나?"

- '직업과 학력·학벌에 따른 차별이 적은 사회'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당신들을 공부시켰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무상복지'가 필요한 이유

- 경쟁보다 효율적인 것? 바로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 '반값 등록금' 바라보는 여러 시각

"대학 졸업장 '강매'하는 나라, 행복하십니까?"
"대학 진학률이 높아서 문제?…'최저임금'부터 올리자"
"너, 대학 안 나와서 뭐 먹고 살래?"
"서울대가 등록금 2000만 원 받는다고 정원 못 채울까"

- '대학주식회사'의 그늘

"'시장의 포로' 대학 캠퍼스…술집 빼고 다들어왔다"
등록금 400만원, 대학교육 '원가'는 도대체 얼마?
"한국의 대학, 이제 시장의 포로가 됐다"
"비참해진 대학, 뭘 가르칠지 목표도 방향도 잃었다"
자살 또 자살, '공짜' 없는 카이스트는 지금…

- '대학의 교육 불가능'

☞ ①
"학부생 인질 잡힌 대학원생 등록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②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 ③ '스펙 괴물'이 된 대학생의 시한부 인생
☞ ④ "접대 자리엔 인문학 전공자 노래 한 곡이 효과적?"

☞ ⑤ 누가 대학생과 대학을 욕하는가

- '학교의 교육 불가능'

여관이 된 학교·괴물이 된 아이, 그 이유는 바로…
장래 희망 '농부'! 연봉 2400만 원! 꿈이 아냐!
임신과 범죄가 일상이 된 교실…한국의 미래!

10대는 프랑켄슈타인…인간이 되는 방법은?
"아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나키즘, 네가 고생이 많다!


핀란드는 '엄친아'가 될 것인가?
"핀란드는 틀렸다, 덴마크에서 배우자!"


- 북유럽 사민주의 이모저모

"복지는 약자만을 위한 것?"
"연쇄살인범 강 씨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 범죄율과 복지국가
"'가문의 영광' 꿈꾸지 않아 행복한 사회" : 내가 겪어본 스웨덴

스웨덴 복지국가에 관한 오해
죽기살기식 노사관계를 벗어나려면 덴마크를 보자
새총과 PC방 : "문제는 사회안전망이다"

"'복지'는 정치다…누가 '복지'를 두려워하는가"
"인구 많아서 북유럽식 복지 못한다고요?"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한국 학생들이 유난히 머리가 나쁜 걸까?"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일제고사, 교사 해직…한국은 놀랄 일 투성이"
"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다"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 핀란드 학교 탐방

꼴찌 없는 교실, 이유는?
"자율 선택 강조하는 평등교육"
"직업교육이 더 자랑스럽다"
"혼자서 잘 해내는 아이를 키운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를 보기 어려운 이유"
"관료주의 깨야 공교육 산다"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외운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식일 뿐"
청소부에게 야단맞는 대학 교수
사민주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경쟁 실험

-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 북유럽 교육

☞<1> "당신은 펜을 들고, 친구는 카메라를 든 것처럼"
☞<2> "경쟁과 협력…누가 더 많이 웃고 살까"
☞<3> "한국 부모들, 심리학을 공부하세요"
☞<4> 백년대계를 바꾸는 열 가지 차이는?
☞<5> "지구 반대 편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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