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는 왜 촛불을 다시 들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는 왜 촛불을 다시 들었나"

[현장] 고교생의 사연, 대학생의 사연, 학부모의 사연

10일 촛불집회는 6.10 민주항쟁 24돌인데다 주말이었던만큼,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나왔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처럼 놀이가 결합된 문화제 성격이 강했던 이유다.

이들은 집회 내내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는 주문을 할 때만큼은 하나같이 격앙된 모습이었다. 고교생부터 학부모까지, 집회에 나온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고교생의 목소리

이날 촛불집회에는 2008년 당시처럼 시민들의 자유발언대가 마련됐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이는 경기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예슬 학생이었다. 청계광장에 모인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나타난 어린 동생에게 큰 환호를 보냈다. 등록금 문제는 고교생에게도 곧 다가올 현실의 어려움이었다.

인터넷포털 '네이트'에 오른 등록금 관련 기사에 단 댓글이 '베플(많은 이가 추천한 댓글)'에 올랐다는 윤 학생은 "오빠가 대학에 입학했는데 집이 어렵다보니 부모님과 다툼이 있었다"며 "등록금이 비싸서 벌써부터 대학에 진학하는 문제가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윤 학생은 "청와대에 계시는 두 귀를 막고 눈을 감은 그분의 귀를 열고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무대에 섰다"며 "저는 제가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무대에 오르지 않은 학생 중에도 고교생들, 특히 여고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선생님께 혼난다며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고3 수험생 박예슬(가명) 학생은 "아버지가 자영업을 하시는데, 입버릇처럼 경기가 어렵다고 하신다"며 "곧 나도 대학생이 될텐데, 등록금이 500만 원이라고 하니 고민이 많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김지은(고3, 가명) 학생은 6.10민주항쟁에 대한 이야기까지 했다. 이 학생은 "어제 학원에서 6.10민주항쟁에 관한 토론을 하다 보니 오늘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학생 역시 대학생 오빠를 보면 등록금 문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오빠가 휴학했기 때문이다. 김 학생은 "제 입시에 맞춰서 오빠가 올해 말에 군대에 갈 예정"이라며 "어느 대학을 가느냐보다 등록금이 더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등록금은 사람들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그러나 학생들은 마냥 주저앉아 슬퍼하지 않는다. ⓒ프레시안(최형락)

대학생들의 사연

열흘이 넘게 이어진 촛불집회를 이처럼 크게 확장시킨 주역은 바로 당사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대학생들이다.(주최측 추산, 집회 참가자 수 5만 명) 이날 집회에 나온 대학생들은 하나 같이 "시험기간이지만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멋드러진 학생이 눈에 띄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강성일(25, 3학년) 씨는 전역하자마자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전공을 살려 영화관에서 영사기를 돌렸고, 우체국에서도 일했으며, 과외도 여러 번 했다. 그 덕분에 복학 후 처음 맞은 지난 학기는 등록금을 자신의 힘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학기는 다르다. 동생까지 대학에 입학해 둘의 등록금이 학기당 1000만 원에 육박했다. 결국 강 씨의 부모님은 대출을 받아 둘의 등록금을 마련했다.

촛불집회에 처음 나온 강 씨는 "시험 기간이라 부담이 컸다"면서도 "오늘은 대규모로 집회가 열리는만큼, 꼭 와서 집회에 힘을 싣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자고 마련한 자리가 불법집회가 되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된 권리인데, 현실적으로는 우리 목소리를 낼 통로가 굉장히 좁다"며 "이런 집회라도 아니면 침묵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이해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입생인 김주연(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부, 20) 씨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낭만이란 없음을 깨달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탓에 살 곳을 구하는 것부터 전쟁이었다. 생활비라도 마련하려면 아르바이트에 치어 살지 않는 게 불가능했다.

"27만 원짜리 창 없는 고시원을 겨우 구했다"는 김 씨는 "입학금을 포함해 등록금이 525만 원에 달했다.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김 씨의 친구들 중 적잖은 이들은 그가 집회에 나가는 것을 만류했다. 그는 "아무래도 언론에 '불법집회'로 보도되다보니, 부정적으로 보는 친구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학생이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고교생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녔다. 폭발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프레시안(최형락)

학부모의 사연

대학생들이 시작한 촛불집회가 이처럼 대규모로 열렸던 이유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24년 전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며 서울 시내를 누볐던 이들은 이제 등록금 고민을 안은 학부모가 되었다.

대학교 2학년생과 1학년생 자녀를 둔 변형표 씨(52)는 "한 학기에 등록금만 천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지금 식이면 도저히 아이들을 못 가르친다"며 "생활이 전혀 되지 않는다. 오죽 답답하면 이렇게 집회에 나왔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집회 현장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대형 팻말을 손에 들고 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던 서모 씨(47)는 6.10 항쟁 당시는 길거리로 나오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극우'라고 지칭했다.

서 씨는 그러나 올해 대학에 입학한 첫째 딸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그는 "지금은 도저히 말로 해서 해결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학부모로서 거리에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 494만 원을 받았다. 곧 둘째와 셋째 자녀마저 대학에 갈 미래가 다가오는 게 벌써부터 두렵다.

서 씨는 "3년 후에 둘째가 대학에 가게 되면 집을 팔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 세대가 더 빨리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한탄했다.

24년 전 민주화를 위해 서울 도심을 누볐던 정동창 씨(52)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자녀뻘인 대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씨의 아들은 대학교 2학년생이다.

정 씨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뿌리뽑아야 하는데, 국가가 의무를 제대로 못 이행하지 않느냐"며 "상황이 도저히 해결되지 않으니 학생들이 24년 전처럼 길거리로 나오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후배들에게 정 씨는 "역사는 행동하는 자만이 쟁취한다"고 당부했다. 또 옛 민주화의 동지들에게도 "부모들이 지금부터라도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자식들에게 가르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반값 등록금' 바라보는 여러 시각

"대학 진학률이 높아서 문제?…'최저임금'부터 올리자"
"너, 대학 안 나와서 뭐 먹고 살래?"
"서울대가 등록금 2000만 원 받는다고 정원 못 채울까"
- 대학 안 가도 존엄한 삶 누리는 사회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기름밥' 잘 사는 꼴 못보는 그들, '룸살롱 여대생'엔…"
- '대학의 교육 불가능'

☞ ①
"학부생 인질 잡힌 대학원생 등록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②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 ③ '스펙 괴물'이 된 대학생의 시한부 인생
☞ ④ "접대 자리엔 인문학 전공자 노래 한 곡이 효과적?"

☞ ⑤ 누가 대학생과 대학을 욕하는가
-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무상복지'가 필요한 이유
"'좌파'보다 국익에 무관심한 그들, '진짜 우파' 맞나?"
- 경쟁보다 효율적인 것? 바로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 '대학주식회사'의 그늘

"'시장의 포로' 대학 캠퍼스…술집 빼고 다들어왔다"
등록금 400만원, 대학교육 '원가'는 도대체 얼마?
"한국의 대학, 이제 시장의 포로가 됐다"
"비참해진 대학, 뭘 가르칠지 목표도 방향도 잃었다"
자살 또 자살, '공짜' 없는 카이스트는 지금…
- 북유럽 사민주의 이모저모

"복지는 약자만을 위한 것?"
"연쇄살인범 강 씨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 범죄율과 복지국가
"'가문의 영광' 꿈꾸지 않아 행복한 사회" : 내가 겪어본 스웨덴
스웨덴 복지국가에 관한 오해
죽기살기식 노사관계를 벗어나려면 덴마크를 보자
새총과 PC방 : "문제는 사회안전망이다"
"'복지'는 정치다…누가 '복지'를 두려워하는가"
"인구 많아서 북유럽식 복지 못한다고요?"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한국 학생들이 유난히 머리가 나쁜 걸까?"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일제고사, 교사 해직…한국은 놀랄 일 투성이"
"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다"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 핀란드 학교 탐방

꼴찌 없는 교실, 이유는?
"자율 선택 강조하는 평등교육"
"직업교육이 더 자랑스럽다"
"혼자서 잘 해내는 아이를 키운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를 보기 어려운 이유"
"관료주의 깨야 공교육 산다"
-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 북유럽 교육

☞<1> "당신은 펜을 들고, 친구는 카메라를 든 것처럼"
☞<2> "경쟁과 협력…누가 더 많이 웃고 살까"
☞<3> "한국 부모들, 심리학을 공부하세요"
☞<4> 백년대계를 바꾸는 열 가지 차이는?
☞<5> "지구 반대편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외운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식일 뿐"
청소부에게 야단맞는 대학 교수
사민주의 사회에서 이뤄지는 경쟁 실험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