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등록금 집회 불허 방침…현직 경찰 간부 "등록금, 남의 일 아냐"
이런 가운데 경찰 중견 간부가 "경찰이 등록금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눈길을 끈다. 황정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 경정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 및 경찰 내부전산망에 "반값 등록금 집회를 보는 경찰관의 심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그것.
황 경정은 자신의 아이도 3년 뒤면 대학에 갈 나이가 된다는 내용으로 이 글을 시작했다. 일부 사립대의 경우 연간 10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게다.
이어 그는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 대응에 차등을 둘 수는 없다"면서도 "적어도 경찰은 집회를 여는 자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에 따라 달리 대응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 집회의 사회적 순기능이 역기능에 비해 우월"
그리고 그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장을 위한 집회에서는 그 집회에 수반되는 불편에 대한 공동체의 수인한도는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집회의 사회적 순기능이 역기능에 비해 우월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 집회자들의 주장에 경찰이 공감하든 말든 그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그것을 주장할 자유, 항의할 권리는 한층 두텁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대학등록금 문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경찰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할 자유, 항의할 권리를 한층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소한 법규위반을 문제 삼아 집회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그러한 경찰력의 행사를 정당하다고 하기 어렵다"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획일적 잣대로 불법 규정, 사안 본질 흐려"…"정치권, 경찰 방패 뒤 숨어"
그는 또 "경찰이 획일적인 잣대로 불법과 합법을 갈라 기계적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경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한 여론의 형성과 전달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10일 등록금 집회를 사실상 불허한 경찰 방침과 충돌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황 경정의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그는 "더욱 중요한 문제는 사안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것"이라며 "언론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중심으로 사안을 다루게 되고, 어느새 항의의 대상이 경찰로 바뀌어 버린다"라고 지적했다. "그 틈에 정작 항의의 대상이어야 할 정치권은 경찰의 방패 뒤에 숨어 버리기 십상"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러분의 고생이 결실 맺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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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시안(최형락) |
집회 참가자를 향한 당부도 담겼다. 황 경정은 "집단적인 항의와 주장이라는 집회의 본래 목적을 일탈하시면 안 된다"라며 "지나치게 흥분하여 광화문 네거리를 차지하고 앉는다거나 함부로 폭력수단에 의지한다면 경찰력의 투입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밝혔다.
글을 마치며, 그는 "여러분(집회 참가자)의 고생이 반드시 결실을 맺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살인적인 대학등록금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이라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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