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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수빅조선소…"여기가 조선소인가, 묘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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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수빅조선소…"여기가 조선소인가, 묘지인가"

정리해고·노조탄압 맞서 한국·필리핀 노조 연대 뜻 밝혀

"필리핀에서는 '여기가 조선소인가, 묘지인가'라는 말이 나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소에서 5000건이 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고 28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한국인 관리자들이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한국 노래를 불러보라고 시키고, 못 부르면 땡볕에 서 있으라는 '벌'을 내리기도 한다."

4달 넘게 정리해고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 세운 수빅 조선소에서 안전사고와 노조 탄압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 인력 400명 감축안의 이유로 수빅 조선소의 가격경쟁력을 들고 있지만, 이면에는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신음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있다는 얘기다.

19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한국·필리핀 조선소 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폴리나르 '덩' 톨렌티노(Apolinar 'dong' Tolentino) 국제건설목공노련 아시아 지역대표는 수빅 조선소에서 필리핀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현실을 증언했다.

톨렌티노 대표에 따르면 수빅 조선소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 1만9000여 명 중 상당수가 100곳이 넘는 하청업체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된다. 정규직으로 입사하면 한 달에 7000 필리핀 페소(약 17만6600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서도 없이 일급 5~7달러(약 5500~7600원)를 받는다. 임금의 3%는 '훈련비'라는 명목으로 공제되고 25%가량이 교통비로 빠진다.

▲ 아폴리나르 '덩' 톨렌티노(Apolinar 'dong' Tolentino) 국제건설목공노련 아시아 지역대표 ⓒ프레시안(김봉규)
저임금도 문제지만, 노동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4년간 산업재해가 5000건이 일어났고 노동자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숙사 집단거주와 열악한 식사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사고도 빈번하지만 조선소 안에 제대로 갖춰진 의료시설도 없다. 2009년 필리핀 의회 노동위원회가 현지 노동법에 따라 190개의 침상을 갖춘 병원을 지으라고 권고했지만 조선소 측은 사무실을 개조해 7개의 침상을 갖춘 의료센터로 대신했다.

지난 11일에도 조선소 용접공 알빈 달루나그(Alvin Dalunag, 31) 씨가 6피트 높이의 기둥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필리핀 내부에서도 조선소 내 안전대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대안정당인 악바얀(Akbayan)의 월든 벨로 의원은 "한진은 의회로부터 산업안전법을 준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어떻게 사고가 계속될 수 있는지 충격적"이라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3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한진중공업건설필리핀노동조합(HHICPWU)'을 설립한 이후 노조 탄압도 자행됐다. 톨렌티노 대표는 "노조 간부 및 조합원 14명이 노조 조직화를 이유로 해고당했고 사측은 공장 전역에 해고자들 사진을 걸어놓고 출입을 막고 있다"며 "(필리핀 노동자들을) 때리고 발로 차는 게 한국인 관리자들의 주된 관행인데 노조 조합원으로 밝혀지면 '재훈련'에 처해진다"라고 전했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와 필리핀노동조합은 생존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양국의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건 한진중공업 경영진들이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노조와의 합의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한국의 한진중공업과 노동조합 결성마저 부인하는 필리핀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동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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