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삼성 관계자는 조문을 하지 않았다.
故 김주현 유족과 삼성전자, 15일 '삼성 사과' 담긴 합의서 작성
▲ 고(故) 김주현 씨의 부친 김명복 씨. ⓒ나눔문화 |
반면, 삼성전자 측은 김 씨의 자살에 대해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 견고했다. 사망 이후 97일이 지나는 동안, 공장 책임자가 김 씨의 빈소에 조문을 오지도 않았고, 언론의 취재에 대해선 '삼성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그런데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던 양쪽의 입장이 15일 접점을 찾았다.
김 씨의 유가족과 삼성전자 측은 15일 오전 11시께 비공개 합의서를 작성해 교환했다. 이 합의서에는 삼성전자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다는 내용, 그리고 이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삼성전자가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당초 이런 내용을 구두로 합의하길 원했으나, 유가족들이 서면 합의를 요구해서 결국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가족들은 합의서에 "고(故) 김주현 씨가 장시간 노동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렸다"라는 내용을 담기를 원했으나,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입장은 대부분 유가족 및 그들과 함께했던 시민·사회단체 측의 설명에 따른 것이다. 삼성 측은 '유가족들과 함께 합의서를 썼다'라는 사실 외에는 어떤 것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합의서 내용을 '비공개'로 하기로 했으므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지난 1월 11일 충남 아산 탕정면 삼성전자 기숙사 13층에서 뛰어내린 고(故) 김주현(25) 씨의 영정. ⓒ프레시안(김봉규) |
끝내 조문하지 않은 삼성 측 책임자
유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 고위 임원이 16일 낮 12시에 조문을 하기로 했었다. 실제로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가 배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김 씨의 시신이 17일 화장터에서 재로 변하는 순간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가 16일 오후에 조문하려 했으나 빈소에 있는 기자들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기자들이 자리를 비워주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의 조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 ⓒ나눔문화 |
김 씨의 자살 이후, 삼성전자 LCD 공장의 노동조건을 알게 된 유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생각하던 것에 비해 훨씬 열악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러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공장은 언론 보도나 광고에 나온 것처럼 깨끗하고 쾌적한 곳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삼성전자 LCD 공장의 노동조건에 대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진정을 넣었다. 노동부는 시간을 끌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자 검찰은 노동부에 재조사를 지시했다. 검찰과 노동부가 서로 떠넘기기만 할 뿐, 적극적인 조사를 하려들지 않았던 게다.
공식적인 법절차를 통해 삼성전자 LCD 공장의 노동조건을 조사하는 게 불가능하리라는 생각이 유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삼성전자 역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이후에는 부담스러워했다는 말이 나온다. 양쪽의 이런 정서가 만난 결과물이 15일 합의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가족들은 합의서 작성 이후 노동부 진정을 취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나눔문화 |
故 김주현 유해, 자택에 안치하기로…안희정 충남 지사도 조문
고(故) 김주현 씨의 유해는 그의 집에 안치하기로 했다. 김 씨의 부친 김명복 씨는 이런 결정에 대해 설명할 때 "주현이에게 죄를 많이 지어서"라며 울먹였다. 삼성 공장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그저 자식이 유명한 회사에 다닌다고 좋아만 했던 게 죄라는 게다. (☞관련 기사: "자식이 삼성 다닌다고, 그저 좋아만 했던 저는 죄인입니다")
유가족들은 합의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겠지만, 만약 삼성전자 측이 고(故) 김주현 씨의 죽음에 대해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공장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합의서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가족과 삼성전자가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인 지난 16일, 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빈소를 찾아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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