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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뉴타운 '빼고' "전면 철거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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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뉴타운 '빼고' "전면 철거 안한다"?

문제 온상은 두고 립서비스만…

서울시가 '전면철거 후 아파트 대량 건설'로 대변되던 기존의 재개발 사업 방향을 '지역의 특성과 매력을 살린 보전과 재생'의 개념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가 말하는 문제의 온상인 뉴타운 사업은 그대로 뒀다.

뉴타운 사업이 정치 이슈화되자, 오세훈 시장이 부담을 덜기 위해 행한 일종의 '립 서비스'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시 "원주민 재정착율 높일 것"

14일 서울시는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대규모 철거를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발과 성장의 시대를 거치며 '전면철거와 아파트 건설'로 고착화된 재개발·재건축 개념을 각 지역의 특성을 존중하는 '보존과 개발이 양립'하는 선진도시형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배포한 자료에서 "개발과 성장 시대에 다소 소홀했던 서민주택 감소에 따른 저소득층 주거안정 저해 문제와 지역 고유성 훼손 및 공동체 와해 등의 인문사회적 측면도 도시주거안정을 위한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생활권 단위 지역의 특성과 인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지역 고유성을 살리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심산이다.

또 양호한 저층주거지는 재건축 대신 보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원주민 재정착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기존 사업단위별로 개별 진행되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사업을 도심권·서남권·서북권·동남권·동북권의 5대 권역별로 수립되는 생활권 단위 광역 주거지 관리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적으로는 서남권역(강서, 양천, 영등포, 구로, 금천, 관악, 동작구)을 시범계획지구로 선정해 2012년까지 문제점을 고쳐나가기로 했다.

또 정비예정구역제도는 장기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정비예정구역은 시에서 재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원주민의 개별 건물 신축 등이 제한된다. 그러나 대대적 재정비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을 기대하는 부동산 투기 자금이 몰려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현재 서울시에서 지정한 정비예정구역은 총 121 곳이다.

▲ ⓒ서울시 제공

시는 대안으로 원주민 요구에 맞춘 정비 모델을 개발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오세훈표 뉴타운'으로 불려 온 휴먼타운사업 등의 정비사업을 병행 추진한다.

또 노후건물 밀집지역이나 저층지에 적용 가능한 소규모 주거지정비 모델 개발을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7월까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대지면적 5000㎡ 이하의 지역에 적용하며, 지역 고유성과 공동체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1~2인 가구를 보다 많이 공급하기로 하고, 시정개발연구원이 서울시 용역을 받아 진행 중인 연구결과가 나오는대로 역세권 고밀복합형 재정비촉진사업 추진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그 동안의 정비 사업 개념을 깨고, 기존 시가지 곳곳의 특색과 매력을 최대한 보전하는 '도시 재생적 관점'의 정비 사업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 온상 뉴타운은 그대로 두면서…

일단 시가 밝힌 도시 정비사업의 방향은 높게 평가해줄만하다는 평가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지역의 고유성을 살리고 재개발 속도를 조절하기로 하는 등, 기본적인 취지는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서울시의 구상이 정착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서울시 대부분 지역에서 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번 발표에서 시는 뉴타운 사업은 손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은 서울시가 문제라고 지적한 '전면 철거→대규모 이주민 발생'의 대표적 사례다. 결국 뉴타운을 수정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전면 철거가 도시 곳곳에서 이뤄지는 건 불가피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 도시정비계획 방향 수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진행 중인 뉴타운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주력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는 "속도 조절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며, 정상적 추진 과정을 밟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은 전체 241개 촉진구역이 지정돼 있고, 이 중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구역이 171개,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이 121개, 사업시행인가도 내려진 곳은 63개, 이미 준공된 곳이 19개 구역이다. 구역별로 개발 속도가 다른 만큼, 대규모 이주민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시는 다만 이전 발표대로 정비예정구역과 마찬가지로, 뉴타운 내에서도 존치지역은 주민이 원할 경우 건축제한을 해제해주기로 했다.

변 교수는 "결국 추진위원회가 지정되지 않은 존치구역, 정비예정구역만 손 보겠다는 게 서울시 발표의 핵심"이라며 "과연 현재 뉴타운 사업이 서울시 표현대로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촉진구역 등 기존 뉴타운 사업지역 곳곳에서 원주민이 쫓겨나고, 소송이 진행중인 현실을 애써 눈감은 채, 당장은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곳만 손 보겠다는 계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변 교수는 "뉴타운 사업지구 내에 소형주택 비율을 높이거나, 순환재개발 방식을 도입하라는 요구에 대한 응답은 없다"며 "뉴타운 출구전략과는 전혀 관계 없는 얘기"라고 잘라말했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재오 특임장관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공동주최로 열린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신주택정책방향 법안 공청회에서 경기뉴타운 재개발반대연합회 한 회원이 뉴타운 재개발을 반대한다며 울부짖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대안적 재개발 모델 중 하나로 내놓은 휴먼타운에 대해서도 변 교수는 현실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주민의견을 공공이 수렴하는 건 분명 의미가 있지만, 뉴타운에 비해 개발지역 수가 너무 적다"며 "한 개 구에 하나 정도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니 기껏해야 25개인데, 수십군데에서 벌어지는 뉴타운의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다.

결국 서울시 발표는 긍정적인 방향성만 보여줬을 뿐,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속 빈 강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아무런 현실적 제약이 없는 말만 내놨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변 교수는 "하다못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뉴타운에 대한 주민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사과까지 했다"며 "오 시장이 뉴타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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