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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 없이는 성장동력도 없다"

[토론회] "복지국가에 걸맞은 산업·노동·교육정책 필요"

"고용불안정, 육아, 교육, 주거 문제는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의 문제다.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사회 시스템이 붕괴할지도 모른다."

복지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3+1 무상복지(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정책이 복지의 전부인 것처럼 내비쳐지는 데 우려를 표했다. 복지는 산업 정책과 경제 시스템을 아우르는 개념이며 국가의 성장 동력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평화재단과 <프레시안>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평화재단 강당에서 '복지담론의 지평 확대와 정책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조민 평화리더십아카데미 부원장,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경문 서경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해 '복지에 대한 오해와 복지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 말했다.

▲ 왼쪽부터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유경문 서경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조민 평화리더십아카데미 부원장,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프레시안(김윤나영)

"저출산 양극화가 다가온다…복지 안 하면 시스템 위태"

왜 복지가 필요한가에 대해 최배근 교수는 "한국에서도 이제 제조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제조업 이후의 산업을 만들지 못하면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2017년 이후부터 한국에도 꼬리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꼬리리스크란 발생 가능성이 작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 교수는 "제조업이 평준화되니 제조업에서 공장 해외이전, 임금 억제, 임시직 사용이 늘었다"며 "이 때문에 내수가 취약해지고 정규직‧비정규직의 양극화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 이후의 산업을 만들지 못하면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맞물려) 국가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저출산을 둔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며 "고용불안정, 육아, 교육, 주거와 같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스템 붕괴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선별적 복지를 위해서라도 보편적 복지 도입해야"

"저출산이나 양극화와 같은 한국 사회의 문제는 선별적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처장은 두 가지 반박을 제시했다. 하나는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민까지 삶이 너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선별적 복지를 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적 복지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구 처장은 "지금 우리 삶이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민에게 너무 어려워졌다"며 "교육‧보육‧의료‧노인부양 등 모든 것을 국가가 뒷받침하지 않아서 전 국민이 고정 비용을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힘들므로 보편적 복지를 도입해 다수 국민의 보편적인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산층보다는 취약계층에게 먼저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한다고 해서 선별적 복지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상구 처장은 "중산층은 자신에게 돌아가지 않는 혜택에 대해 세금을 내려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선별적 복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적 복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복지담론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자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보편적 복지만이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또한 "모든 복지가 보편적으로 이뤄진 나라는 없다"며 "어느 정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생각해서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으면 무조건 선별적 복지'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는 않지만 사실상 '보편적 복지' 형식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이 모두 비정규직인데 어떻게 세금을 걷나"

그렇다면 보편적 복지를 도입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유경문 서경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조세 방식을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GDP 20%를 차지하는 지하경제도 찾아서 과세해야 하며, 소득은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는 자영업자와 48% 근로자, 부동산을 가진 사람에게도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증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금 낸 만큼 복지로 되돌려주겠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조민 평화리더십아카데미 부원장은 "궁극적으로 매년 증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조 부원장은 "국민이 전부 비정규직이면 세금이 안 걷힌다. 세금을 낼 사람이 없으면 복지를 제대로 도입할 수 없다"며 "담세능력계층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복지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구 처장은 "저출산 때문에 성장 동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1500만 노동자 중에서 870만이 비정규직이다. 사회양극화 문제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복지의 대상을 중산층까지 늘리는 보편적 복지도 필요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의 산업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복지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배근 교수는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최선의 해법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고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는 갈수록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사라지고 저임금 서비스직만 광범위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산업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줄었다는 게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복지를 위해 돈을 낼 사람이 생긴다는 것.

'질 좋은 일자리'에 어울리는 교육 개혁도 필수적이다. 지금의 교육은 과거의 산업구조에 어울리는 인재를 키워내는 탓에 청년 실업이 더 심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다시 복지 및 재원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최 교수는 "과거 제조업 시대에는 학생을 똑같이 상품처럼 찍어내고 일렬로 줄을 세우는 게 적합한 교육 형태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교육과 일자리, 산업구조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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