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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잠정발효, 구속력 없는 '구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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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잠정발효, 구속력 없는 '구두 합의'

"통상교섭본부의 국회 무시, 도 넘었다…'위헌'"

외교통상부는 그동안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자유무역협정(한·EU FTA)이 오는 7월 1일 잠정발효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는 '구두 합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15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상교섭본부는 "한국과 EU는 입법부 동의를 전제로 FTA의 2011년 7월1일 잠정발효를 구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는 '오는 7월 1일 잠정발효'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

외통부, 구속력 없는 '구두 합의' 내세워 국회 다그쳐

정부는 그동안 "한·EU FTA가 오는 7월 1일 발효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국회가 이번 회기 안에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야 시한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EU FTA 비준 동의안의 번역 오류가 속속 드러났음에도, 비준 동의안 처리를 서둘렀던 배경이다.

하지만 강 의원이 이번에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그동안 해 왔던 주장이 잘못된 전제를 따른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 조약도 아니고, 심지어 서면 약속도 아닌 '구두 합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가 지난 2000년 중국 정부에게 "2003년 1월 1일부터는 중국 마늘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기재해 전달한 한중마늘교역합의서에 대해 "조약이 아닌 신사협정에 불과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비엔나 조약 협약도 조약의 서면형식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구두 합의'만을 근거로 정부는 국회에 무리한 비준 일정을 강요해 온 셈이다.

국회 위에 있는 통상교섭본부…"헌법 무시"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뉴시스
그리고 이는 통상교섭부가 헌법을 무시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임의로 국회의 조약 심사 시한을 외국과 합의한 것은 3권 분립과 국회의 조약심사권을 정한 헌법 질서에 어긋난다는 게다.

헌법 60조에 따르면, 외국과의 조약에 대한 비준 동의권은 국회에 있다. 또 중요 조약은 국회의 충분한 실질 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임의로 국회 심사 시한을 외국과 합의한 것은 위헌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임의로 상대국에게 대한민국 국회의 심사 기한을, 설령 구두로라도 합의해 줄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는 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무력화한 것으로 그 경위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조약에 대해 국회가 충분히 심사하도록 한 헌법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회가 한·EU FTA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전달받아 제대로 검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FTA 협정문 오역 사태

한·EU FTA 협정문 한국어본에서 번역 오류가 상당수 확인됐다. 송기호 변호사의 지난달 21일자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조선일보>, <한겨레> 등이 이를 따라 보도하면서 한·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 사태는 일파만파 확대됐다. 특히 이전 정부와 현 정부의 FTA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조선일보>가 협정문의 번역 오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결국 정부는 오류를 시인하고 협정문을 고쳤다. 그러나 다시 오류가 나타났다. 결국 정부는 협정문 번역을 다시 검토 중이다.

그런데 협정문 번역조차 엉터리로 해서 빈축을 샀던 정부가 줄곧 내세웠던 입장은 "오는 7월 1일에 한·EU FTA를 잠정발효하기로 약속이 돼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이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구두 약속'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그저 말뿐인 약속을 근거로, 엉터리 번역본을 국회가 비준하도록 채근했던 셈이다. 통상교섭본부의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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