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CD 공장에서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김주현 씨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삼성전자의 취업규칙을 '영업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삼성 인사부서인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故 김 씨의 유족 및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원회 등은 천안지청이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의 취업규칙은 법인의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삼성전자의 취업규칙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달 8일 故 김 씨의 근로조건 파악을 위해 취업규칙과 기숙사 규칙, 사업장 내 화학물질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한 바 있다.
유족과 반올림 등은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상시 1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취업규칙을 작성해 노동자에게 게시·비치·주지할 의무가 있다"며 "취업규칙은 공개되어야 하는 문서로서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취업규칙 정보공개를 청구한 이는 고인의 유족이자 (故 김 씨에 대한) 진정사건의 당사자"라며 "망인의 노동조건과 삼성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해 노동부에 수사를 의뢰한 이해관계 당사자임에도 취업규칙을 비공개 결정한 건 노동부가 경찰과 더불어 삼성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1월 故 김 씨의 사망 당시 정황이 담긴 CCTV 원본을 유족에게 공개하지 않아 유족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유족 등은 "노동부는 10일 이내에 답해야 하는 정보공개 처리기한까지 연장하고 불필요한 정보공개심의위원회까지 열더니 고인의 49재 추모제 직전에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며 "삼성이 영업기밀이라 우기면 무엇이든 영업기밀이라고 주장하는 천안지청의 행태를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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