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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이후에도 맥줏집서 월드컵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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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이후에도 맥줏집서 월드컵 볼 수 있을까?"

[MB가 보고하지 않은 FTA] "유길준이 FTA를 본다면?"

1895년, 유길준은 <서유견문>에서 '전후를 판단하는 지식도 없이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개화를 '허명 개화'라고 비판하였다. 그가 제시한 '실상 개화'는 사물의 이치와 진실을 연구하여 자기 나라의 처지와 시세에 합당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조선은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 지, 무엇을 내쳐야 할 지'를 엄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길준의 표현을 빌면, 국무회의를 통과한 한국과 유럽연합 간의 자유무역협정(한·EU FTA) 비준동의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내쳐야 할까? 나는 한·EU FTA는 유길준이 말하는 '허명 개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실질은 한국을 재산권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IMF이후의 수출 대기업 체제를 법전으로 굳히는 것이다.

한·EU FTA가 초대하는 재산권 만능의 나라

이명박 정부는 말하지 않지만, 한·EU FTA는 대한민국을 '재산권'을 위한 나라로 만든다. 한국은 IMF 이후 14년을 거치면서, 기업과 재산권의 힘이 압도적인 패권을 행사하는 곳으로 퇴보하였다. 단적으로 삼성을 견제할 곳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한·EU FTA는 그러한 한국을 최종적으로 법적인 형태로 보장하는 것이다.

나는 그 근거로 몇 개의 조항을 제시한다. 한·EU FTA에서는 '공공 질서'를 위하여 경제를 규제하려면 '사회의 근본적인 이익(fundamental interests of society)' 중 하나에 대하여 진정하고, 충분히 심각한 위협이 되는 때'에만 가능하다.(7.50조)

이것은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심각할 정도로 훼손한다.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119조)

그러나 한·EU FTA가 체결되면, 국회의원은 초라한 신세가 될 것이다. 만일 국회의원들이 50년 역사의 길음 시장을 비롯한 동네 골목 시장을 최소한이나마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 때에, 이마트나 롯데 마트는 국회의원들에게 사회의 근본적인 이익에 대한 진정하고 충분히 심각한 위협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따져 물을 것이다. 한·EU FTA는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사실상 없애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최대의 성과라고 하는 자동차 분야에서는 어떠한가?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특성을 차에 적용할 때, 그것이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자동차 회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규제하려는 국회가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demonstrate)해야 한다.(부속서 2-C, 6조)

전기담요나, 가습기, 전기 다리미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서의 안전과 직결된 전기 용품에서 기업에게 자율안전확인 대신 인증을 요구하려면 기업 자율 확인제도가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국회가 입증해야 한다. (부속서 2-B, 4조)

환율 안정을 위하여 투기 자본을 규제하려고 하더라도, 투기 자본이 시장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그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대한 불필요한 손해를 피해야 한다. (8.4조)

맥줏집 사장은 월드컵 TV 응원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을까?

반면 재산권자들의 권리는 더욱 강력하게 보호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특허권과 같은 산업 재산권이다.

오늘날의 특허권은 평생을 작업실에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하여 잠을 자지 않고 연구하는 가난한 발명가를 보호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이미 충분히 가진 대기업들이 새로운 재산권을 창출하고 막대한 부를 자신의 수중으로 이전시키는 법적 수단이 되고 있다.

▲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 행정부가 지난 1998년 저작권법을 고치지 않았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게다.
'미키 마우스'를 보자. 디즈니 사가 그 저작권으로 벌어 들이는 엄청난 수익은 전적으로 그 저작권의 존속 기간에 의존한다. 만일 1998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저작권법을 고치지 않았다면 디즈니 사의 저작권은 이미 소멸하였다. 그랬을 경우, 시민들은 누구나 저렴하게 별도의 저작권료를 디즈니 사에 지불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을 바꾸어 저작권 존속 기간을 연장했다. 법 조항 하나가 엄청난 부와 재산을 창출했다.

유럽연합(EU)과의 FTA에서 특허권이 강력하게 보호되면 될수록, 우리 사회에서 특허권이라는 재산권자와 다수 시민 사이의 공정한 거래는 왜곡되고, 막대한 부가 시민에서 특허권자로 이전된다. 재산권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부의 창출 방식이다.

한·EU FTA에는 '방송 사업자'에게 자신의 텔레비전 방송의 공중 전달이 입장료의 지급 하에 공중에게 접근 가능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그러한 공중 전달을 허락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10.9조) 이 조항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이 조항이 이른바 '상업적 공공 시청 이벤트(commercial public view event)'를 노린 것으로 새긴다.

맥줏집이나 음식점에서 월드컵 TV를 중계하는 대형 화면을 설치하고 영업을 하려고 하는 경우, 맥주 값이나 '치킨' 안주 값에는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간접 입장료(indirect admission fee)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라면, 상업적 공공 시청 이벤트에 해당해서, 자영업소 사장들은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선 월드컵 중계를 영업에 이용할 수 없다.

또한 한·EU FTA에서는 특허권에 대해서조차 국가가 '국경조치'를 하도록 했다. 관세청은 앞으로 특허권을 침해하는 상품이 수입된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그 상품을 압류할 수 있다.(10.67조) 특허권 침해 여부는 특허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보다는 침해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판결이 더 많다. 그것은 단지 위조 상표 여부를 관세청에서 판단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데도 앞으로는 관세청은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짐을 져야 한다. 특허권자를 과잉보호하는 데에 국가를 동원하는 체제가 한·EU FTA이다. 만일 국가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무역 보복을 당하게 된다.(14.11조)

한·EU FTA는 자동차 FTA가 아니다

한국이 유럽연합과 미국과 하는 FTA는 단순히 한국이 자동차를 수출할 때, 관세 할인 혜택을 보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동차 FTA가 아니다. IMF 이후에 형성된 수출대기업과 재산권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이다. 한·EU FTA는 IMF 체제를 제대로 극복해야 할 한국에게 합당하지 않다. 유길준이 지금 그것을 본다면 '내쳐야 할 허명 개화'라고 할 것이다. 이것은 개화가 아니다.

- MB가 보고하지 않은 FTA

'연재를 시작하며'
"수출이냐, 민주주의냐"

☞<1> "2003년의 노무현이 옳다"
☞<2> '중국 포위 FTA'의 선봉에 선 한국
☞<3>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 번역 오류…"원본과 달라"
☞<4> "미국이 '일대일 협상' 원하는 이유, 그들은 왜 모를까?"
☞<5> "한·EU FTA 이후에도 맥줏집서 월드컵 볼 수 있을까?"
-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 오역 사태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 번역 오류…"원본과 달라"
번역 오류, 정부도 시인
'묻지마 FTA', 불도저식 강행에 <조선>까지 비판 가세
한·EU FTA협정문 번역 오류, 정부 해명도 '거짓투성이'
정부, 한·EU FTA 국회 비준 동의안 철회
정부, 한·EU FTA 협정문 수정본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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