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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람이 죽어나가면 모를까 삼성에서 여사원 유산쯤이야…"

박종태 대리 끝내 눈물…"반드시 복귀하겠다"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해고된 박종태 씨가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일반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고인 박종태 씨에 대한 징계 사유, 수위, 절차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라 박 씨의 해고는 무효"라고 밝혔다.

박 씨는 지난 2008년 삼성의 노사협의체인 한가족협의회 위원으로 당선돼 '제조업에서 일하는 여사원들이 노동 강도를 못 이기고 유산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삼성의 눈 밖에 난 그는 이듬해 8월 브라질 출장을 명령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삼성 측은 지난달 26일 △업무지시 거부 △회사 기밀 유출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박 씨를 해고했다. 박 씨가 '삼성전자 여사원 유산'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며, 회사의 출장 지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민변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씨의 해고 사유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해고 사유와 절차에 하자 있었다"

이번 소송의 주심을 맡은 송영섭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르면 전직 등 불리한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출장 지시의 정당한 이유가 갖춰지지 못했으므로 이를 거부해도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송 변호사는 "원고인 박 씨는 삼성 측에 약물복용상태, 병원 진단서 7장, 의사 소견서 등을 제출했고 무리한 장기 출장을 갈 수 없음을 수차례 설명한 바 있다"며 "이를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삼성 측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장을 명령했다"고 비판했다.

삼성 측은 또한 "박 씨가 (여사원 유산이라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며, 박 씨의 글을 찍은 사진을 언론에 내보내 회사 기밀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씨는 지난달 3일 사내 전산망에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해외로 출장 가서 사망해도, 여사원이 장시간 노동에 유산해도, 회사의 책임은 없고 본인의 과실만을 강요하고 상사의 폭언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기업 문화는 정상적인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은 아닐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이러한 내용은 박 씨의 경험에 기반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며 회사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허위사실 유포와 회사 기밀 유출이라는 징계 사유를 일축했다.

한발 양보해 박 씨에게 일부 징계 사유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해고 처분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해고 처분은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을 때만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또한 "징계 절차상 박 씨에게는 재심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삼성 측의 해고 절차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면 모를까 삼성에서 여사원 유산쯤이야…"

▲ 삼성전자 해고자 박종태 씨가 해고무효소송을 알리는 기자 회견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이날 발언에 나선 박 씨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노조의 '노'자도 몰랐던 그는 "23년 동안 회사 생활하면서 직접 보고 듣고 겪으며 현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남들처럼 편안하게 협의원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사리사욕을 버리면서 최선을 다했기에 협의회 활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협의원을 하는 동안 왕따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삼성 측에 의해 끊임없이 차량 감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자기 돈 50만 원을 들여 차량에 블랙박스를 부착하기도 했다. 그는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노조를 만들자는 글마저 올린 지 15분만에 삭제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저와 같은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이 다시는 없도록 호소 드린다"며 "반드시 복귀하여 정의가 무엇인가를 보여 드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했던 남편을 백혈병으로 떠나보낸 정애정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때는 돈만 주면 노조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남편이 죽고 난 후에야 돈만 준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반도체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정 씨는 "삼성 관리자는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안전수칙이나 안전장치도 무시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가 희귀질환 및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100여 명이에요. 그것도 그나마 죽었으니 이슈가 됐죠. 여사원의 유산, 불임, 기형아 출산은 너무 작은 사안이라 알려지지도 않아요. 삼성이 사람 한두 명쯤 입맛에 안 맞는다고 자르는 건 우습죠. 이 하나하나가 개인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빼앗는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 씨는 "남편이 죽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내 남편 개인의 산재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박종태의 징계는 박종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 나온 박종태 씨의 용기에 박수 보내고 그 아픔에 같이 눈물이 날 정도로 뼈저리게 아프다"고 말했다.

삼성일반노조, 삼성 측 극비자료 공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공개한 삼성의 기밀문서를 보고 기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삼성의 한 임직원이 공개했다는 "비전 2020년 달성을 위한 임직원 특별 교육 실시안"이라는 문서에는 "2010년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해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한다"고 적혀 있었다.

김성환 위원장은 "이 안은 삼성전자에서 극비자료"라며 "관리자가 징계 및 해고를 각오하고 세상에 유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에서 무노조 신념화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이 어떻게 헌법에 반하는 교육을 하는지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문건에 대해 "(이런 문건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는 "헌법 질서를 한 기업이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신념화라는 말은 사실상 사상 교육"이라며 "이는 기업을 위해 양심과 사상의 자유까지 억압하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이병철 전 회장 때부터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는 것이 삼성의 경영철학이었다"며 "이전에도 수차례 노조 설립을 시도할 때마다 체포, 감금,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하는 게 삼성의 노조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인간 중심 철학을 내세우지만, 노동 삼권이라는 기본권을 포함하지 않고는 인간 중심 철학이 못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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