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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의 복수'…겁 없는 MB, 내년 경제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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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물가의 복수'…겁 없는 MB, 내년 경제성적표는?

내년 정부 정책방향, '부동산 규제 완화'에 방점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의 목표로 경제성장률 끌어올리기를 택했다. 주택시장 규제를 대폭 풀었고, 4대강 사업 등 중점 사업에 힘을 실어줄 관련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에게 내년은 중요한 해다. 대선 전년인데 지난 3년 간 경제위기로 인해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가 좋지 않았다.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등이 내년에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문제는 물가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실질소득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물가 인상은 체감 경제지표를 크게 떨어뜨리고, 이는 민심이반으로 이어진다. 물가 앙등은 정부에 치명타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계부채 줄이기에도 나설 요량이다. 다양한 물가관리 대책도 마련했다.

일견 정부 정책이 표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 보고서를 보면 성장대책은 구체적인 반면, 물가대책의 구체성과 현실성은 떨어진다. 여전히 정부는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물가의 복수'가 이어질 수 있다.

경제성장률 5%는 정부 '목표'

14일 기획재정부는 '2011년 경제정책방향과 과제'를 청와대에 보고하며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0%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5.8%로 예측했다.

그런데 정부 전망치는 민간경제기관들의 전망자료와는 차이가 크게 난다. 대부분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4%대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지면서, 한국 경제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정상적 성장 기조로 회귀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LG경제연구원이 4.0%를 제시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4.3%를 전망했다. 심지어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한국경제가 4%에도 못 미치는 3.8%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저 4.2%의 성장률을 예측하는데 그쳤다.

이와 같은 전망기조는 국제금융기구들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각각 4.2%, 4.5%로 낮췄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더 짠 점수를 매겼다. 노무라증권이 3.5%, UBS가 3.5%, 메릴린치는 3.6%의 전망치를 내놨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5% 성장 전망치가 어디까지나 '목표'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정상적 기조'로는 달성할 수 없는 5%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국민들에게 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정책기조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근거가 있다. 정부의 최고 수장인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15일 이 대통령은 지식경제부-중소기업청 업무보고에서 "일부에서 5% 성장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며 "지금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상품도 더 신뢰가 생기고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4.5%, 4.2%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그분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1% 정도는 더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의 각종 행사와 금융위기 극복 노력으로 한국의 국격이 올라갔고, 그 결과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대부분의 경제기관 전망치보다 1%포인트가량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일종의 믿음이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전망자료를 '국정 목표'로 해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1년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리한 과업달성 전략, 경제에 毒 된다

그런데 경제의 빠른 성장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필연적으로 통화 유통량을 늘려 물가를 끌어올리고, 과열되면 거품을 낳는다. 지나치게 빠른 성장세를 고민하고 있는 이웃나라 중국의 고민만 봐도 문제를 알 수 있다. 한국 경제가 견뎌내기 어려운 수준의 경제성장은 가계경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경제지표 회복으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부가 펴낸 자료를 보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정책은 경제성장률 인상만을 위해 다른 부작용을 포기하는 것 아닌가싶을 정도로 과감하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부동산시장 대책 방안으로 민간 주택건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세웠다. 이미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을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의 의원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올려둔 상태다.

또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건축 규제도 완화한다.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통한 간접투자 활성화 대책, 임대사업자 세제완화 대책도 내놨다. 모두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다.

이에 발맞춰 국토해양부는 이날(15일)자로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6882.91㎢)의 3분의 1가량인 2408㎢의 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해제 지역은 수도권의 녹지·비도시 지역 1688.63㎢와 수도권·광역권 그린벨트 719.37㎢다. 분양가 상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제는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 규제 장치다.

이에 따라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전 국토의 7.98%에서 5.58%로 축소됐다. 특히 서울은 허가구역의 4분의 1, 인천·경기는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실거래건수는 5만3500여건을 기록해 1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3구는 전월보다 무려 93.5%나 증가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부동산 경매 낙찰률은 전달에 비해 7.5%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경매 낙찰가격도 올랐다. 지난달 서울의 고가 아파트 낙찰가율은 80.4%를 기록해 전월대비 3.6%포인트 올랐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제 때 회수되지 않은데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아간다는 신호가 흘러나오자 돈이 다시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 호황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다시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전히 대외환경이 불확실한데도 자산시장에 거품이 커진다면 그 뒷감당은 더욱 어려워진다.

"물가도 잡아보자"… 응?

이런 우려에 대한 대답으로 정부는 호주머니 간수에도 나섰다. 물가를 다잡고, 빚은 줄여나가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가계부채에 손을 대기로 했다. 재정부 발표를 보면 작년말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3%로, 미국(129.1%), 일본(112.3%)보다 훨씬 높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5년여 간 과도한 부채를 서서히 줄여나간 반면, 한국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2005년에는 이 비율이 120.4%에 불과했으나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136.4%, 138.8%로 늘어났다. 정부가 유동성 관리에 이미 실패했다는 증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당장 지난달에도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4조1000억 원이 늘어나, 지난달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이 428조3000억 원에 달했다.

가계대출에서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주택담보대출이다. 한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잔액은 281조9000억 원으로,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8%에 달한다. 14일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적 취약성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은 단기·일시상환·변동금리 위주로 구성돼있어 경제충격 발생 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은 과도한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갚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이 스스로 거치기간 한도를 설정하도록 유도하고, 모범규준도 마련하는 방안이다. 또 변동금리 변동폭을 줄이는 금리 캡 상품 도입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예금보험료율을 0.35%에서 0.40%로 늘려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물가관리대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이미 올해 채소값 파동 등으로 여론이 싸늘히 식는 것을 지켜봤다.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물가 대책은 △계약재배 확대 △농산물 도매시장 거래 방식 다양화(이상 농업대책) △생필품 국내외 가격차 조사 △물가 주부모니터단 운용 △물가 합동 점검반 운영 △지방물가 종합관리 시스템 운영(이상 생활물가대책) 등이다.

여전히 정부 지향점은 '성장'

그러나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진다. 생필품 가격조사는 이미 현실적으로 해외와 한국의 물가를 동일수준으로 비교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주부모니터단 등도 전시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물가 종합관리 시스템은 지자체간 물가조절 경쟁을 부추기겠다는 개념이어서, 이 대통령의 전형적인 상명하달식 기업경영자(CEO) 철학을 드러낸 제도다.

통화량을 줄이고 주택투기수요를 묶는 등의 강경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이처럼 겉만 두들기는 정책으로 물가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란 어렵다.

결국 정부의 일차 목표는 어디까지나 경제성장임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입장은 가장 중요한 물가대책이자, 경제건전성 강화대책인 부동산 관련 대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지막 남은 규제까지 몽땅 풀어놓은 마당에,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얼핏 보기에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듯한 정부의 이동 중심은 여전히 성장에 쏠려있음을 반영한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이 탄탄한 회복세를 보여준 힘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과 유동성 늘리기 덕분이었다. 여전히 정부는 그 노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유증이 시중에 과도하게 넘쳐나는 유동성과 부동산 시장 앙등, 그리고 가계와 정부의 막대한 적자다.

당장 가계의 빚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본 정부가 내년에 더 많은 빚을 내기로 한 점은 상징적이다. 내년 정부는 국가채무가 435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00조 원대 턱밑까지 올라갔던 올해보다 40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액수다. 이미 정부의 빚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 통합재정수지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리한 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올 것인지, 빚만 많이 지고 성장세는 바닥을 길 것인지, 거품이 다시 터질 것인지, 아니면 정말 경제가 선순활할지는 이제 1년 후에 확인된다. 그리고 이 결과는 2012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정부의 물가 통제가 실패한다면, 물가의 복수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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