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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삼성전자 朴대리에게 유서를 쓰게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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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삼성전자 朴대리에게 유서를 쓰게 만들었나?

[기고] "삼성이 말하는 '소통'과 '상생', 대상은 '떡검'뿐?"

삼성재벌이 이른바 컨트롤 타워를 복원했다.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 승계, 불법 로비 등 범죄를 주모했던 전략기획실이 다시 공개적인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책임자로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이 임명됐다.

과거 이학수 고문이 맡았던 자리를 물려받게 된 김 부회장은 지난 22일 첫 출근을 하면서 "신설되는 그룹 총괄조직은 미래 신산업과 소통, 상생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두고, 주요 언론은 옛 전략기획실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끔 하는 주장이다. 언론의 이런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 삼성 컨트롤타워 수장을 맡게 된 김순택 부회장. ⓒ뉴시스
김 부회장의 말은 '소통', '상생' 등 아름다운 단어로 채워져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반면, 김 부회장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 김 부회장은 과거 삼성SDI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법적인 휴대폰 위치추적을 한 일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가 이런 과거에 대해 반성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회장님의 뜻을 받들겠다"는 말만 거듭할 뿐이다. 온갖 불법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고(故)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내려온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이해할 길이 없다. 그러면서 '소통', '상생'을 내세운다?

그가 이야기하는 '소통'과 '상생'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천문학적인 경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건희 회장이 사면 복권 된 뒤 "각계각층은 정신차려야한다, 사회와 국민이 정직해야한다"라고 말해서 화제가 됐다. 범죄로 유죄 판결 받은 이가 '정직'을 이야기하는 모순!

이번에도 똑같다. 삼성 수뇌부는 '소통'과 '상생'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노동자의 입을 틀어막는다. 사내 전산망에 올라온 글을 삭제하고, 동료 노동자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노동자에겐 오히려 징계 위협을 가한다. 이게 '소통'과 '상생'인가.

▲ 삼성전자 박종태 대리가 직무대기 처분을 받았을 당시, 혼자 하루 종일 텅 빈 책상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25일 오전 9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제조그룹 소속 박종태 대리가 상벌위원회(징계위원회)에 출석한다. 박 대리는 지난 3일 사내 전산망에 과거 한가족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담은 글을 올렸다.

박 대리는 이 글에서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해외출장 가서 사망해도, 기혼 여사원이 장시간 노동강도에 유산을 해도, 회사의 책임은 없고 본인의 과실만 강요하고 상사의 폭언에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기업문화는 정상적인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삼성전자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고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왜 삼성에선 출장 사망도, 여사원 과로 유산도 본인 탓인가?")

허울뿐인 노사협의기구인 한가족협의회로는 도저히 삼성 안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불과 15분만에 삭제됐다. 23년 동안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한 노동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쓴 글을 지워버리는 게 과연 '소통'과 '상생'인가?

이런 행태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19일에도 박 대리는 사내 전산망에 글을 올렸다. 삼성전자 홍보실이 기자들에게 보낸 박 대리 관련 해명자료의 오류를 지적한 글이었다. 하지만 이 글도 금세 삭제됐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상벌위원회(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았다. 김순택 부회장이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수장 자격으로 첫 출근하던, 바로 그 날이다. 기자들 앞에서 소통과 상생을 이야기하던 바로 그 날이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에 노조를!"…朴대리 두번째 글도 삭제, 징계 통보)

박 대리는 그동안 회사 측의 탄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한때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사실상 '왕따'를 당했던 박 대리를 회사는 강제로 제조포장부서로 발령했다. 박 대리가 목 디스크 때문에 포장 업무를 담당하기 어렵다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박 대리는 지금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 박 대리는 왜 정신병원에 가야 했나)

그런데 삼성은 박 대리의 이런 상처를 보듬어주기는커녕 징계를 가하려 한다.

임신한 여사원이 과로로 유산하는 것을 보며 마음 아파했던 박 대리. 그래서 도울 길을 찾다가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박 대리. 그는 이런 사연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물을 글썽인다.

얼마 전에는 "유서를 썼다"는 말까지 했다.

한없이 여린 마음을 지닌 그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는 삼성. 그들이 말하는 '소통'과 '상생'의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삼성이 저지른 경제범죄에 공범 노릇을 했던 썩은 검찰과 언론, 관료…. 그들뿐인 건가?

- "삼성전자에 노조를!" 박종태 대리 관련 기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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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에선 출장 사망도, 여사원 과로 유산도 본인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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