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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월급이 청소부보다 많아야 할 이유, 과연 있나?"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최저임금 심의위원들이여, 자기 월급부터 공개하길"

"대학 청소부의 1시간 노동과, 대학 교수의 1시간 노동에 대한 임금은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가?"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그냥 지나칠 법한 질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궁금증이 생긴다. 질문을 이렇게 한번 바꿔보자. 대학 청소부가 1시간 노동하는 것과 대학 교수가 1시간 노동하는 것 중 어떤 노동이 더 힘겨운 것일까?

아마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중 어떤 것이 더 힘겨운가를 가리는 건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질문에 '모두가 수긍할 만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부의 노동이 교수의 노동보다 하찮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

그런데 이들이 받는 임금 수준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대다수 대학 청소부의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현행 시급 4110원) 수준이다. 근속년수에 따른 숙련도는 거의 임금에 반영되지 않아 1년 일했건 30년 일했건 임금 차이가 거의 없다. 우리는 수십 년간 대학에서 청소를 하는 60대 여성 노동자들이 법정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교수들은? 임용이 빠른 사람들은 30대 후반에 조교수로 부임하게 되는데, 대학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들이 받게 되는 임금은 대략 법정 최저임금의 3~4배에 달한다. 근속년수가 쌓여서 호봉도 높아지고 부교수, 정교수 등 직급도 높아지게 되면? 아마도 60대 노교수들이 받는 임금과 60대 청소부가 받는 임금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교수이건 청소부이건 똑같이 고된 노동인데 …

임금 총액에서만 차이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노동시간'이라는 측면에서 교수와 청소부의 노동을 한번 비교해 보자.

대학 교수의 경우 자신이 맡은 강의를 신청하는 학생 수에 관계없이 기본급이 책정된다. 강의를 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 연구를 하는 시간도 모두 노동시간으로 계산되어 임금이 지급된다. 방학기간처럼 강의가 아예 없는 달에도 임금은 고정적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비정규직 교수, 즉 시간강사의 경우 오직 강의하는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계산되어 임금이 지급된다. 방학기간은 당연히 무급으로 처리된다. 이들도 정교수 못지않게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을 집필하는데 자신의 노동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에 대한 가치는 '0'로 평가된다.

대학 청소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근로계약서에는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근무시간이 적시됐지만 실제 이들이 출근하는 시간은 이보다 훨씬 빠른 새벽 5~6시 사이다. 새벽 첫 버스, 첫 지하철을 타본 이들은 잘 알 것이다. 그 버스와 지하철 칸칸을 가득 메우는 이들이 청소부들이라는 사실을. 대학 청소부들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강의 이전에 모든 강의실 청소를 마쳐야 하는데 7시부터 일을 시작해서는 절대로 끝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낮에 쉬는 시간을 일방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근무시간과 임금을 줄이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근무시간을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로 정해놓되, 낮 휴게시간을 12시에서 2시로 정해버리면 1일 노동시간을 7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간 7시간을 일하더라도 35시간밖에 되지 않아, 주 40시간제 하에서는 토요일 5시간 추가노동을 부과해도 휴일근로·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노동시간은 새벽 5~6시부터 시작되는데도 7시 이전 노동은 '무급'으로 처리되는데, 실제로는 제대로 쉴 수도 없는 휴게시간 연장으로 권리를 박탈당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억울한가?

교수의 경우 강의를 준비하고 연구에 투입하는 시간까지 모두 임금을 지급하는 노동시간으로 계산되는 반면, 시간강사나 청소부는 작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전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심지어 통상의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해도 마찬가지다. 청소부의 경우에는 노동을 해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새벽 근무까지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현실은 이제 다르게 보인다. 실제로 필자가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싸움을 시작한 현장에서 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본 적이 있다. 어떤 노동자가 곧바로 이렇게 답했다. "대학 총장님 월급이 우리보다 10배는 더 높을 텐데, 그 분이나 우리나 점심은 똑같이 5000원씩 내고 먹어요.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그렇다. 이건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서 맨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청소부의 노동과 교수의 노동 중 무엇이 더 힘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데, 어째서 이들이 하는 노동의 대가, 즉 임금은 4~10배 이상 차이가 난단 말인가? 그리고 이들의 노동 시간에서도 심각한 차별이 존재한다. 도대체 이토록 과도한 임금 격차가 정당하다는 것을 누가 결정했단 말인가? 청소부의 시계와 교수의 시계는 돌아가는 속도가 다르단 말인가?

시장 법칙이라는 철칙을 깨다 : 노동조합과 임금 교섭

시장 원리를 철칙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수요와 공급 법칙을 비롯한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공급 측면에서만 보면 현실은 정반대다.

현재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 즉 시간강사는 줄잡아 전국에 7만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대다수는 교수직을 희망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 청소부를 지망하는 노동자 숫자가 과연 이 규모를 넘어서겠는가? 즉, 교수 지망생 공급은 넘쳐나고 청소부 지망생은 그렇지 않은데, 임금과 노동조건 수준은 공급이 넘쳐나는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 다른 현실이 하나 더 있다. 청소부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는 대학의 경우에는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최소한 50~100원 가량 높다. 시급이 높은 청소부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한 것이 아니다. 본래 최저임금을 받던 청소부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여 교섭과 투쟁을 통해 시급을 올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하나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임금 교섭을 해본 노동자라면 이 점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만일 노동조합이 없다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시장 원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최저임금 밑으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교섭과 투쟁이 벌어지게 되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시장 원리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의 힘,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교섭의 힘이 결정하게 된다.

노동조합과 임금 교섭은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자본주의 철칙에 반기를 든다. 임금이란 노동자들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도록,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임금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임금은 회사의 지불능력과 자금 운용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집단적인 노동자들과 회사와의 교섭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 원리가 아니라 집단적인 교섭을 통해 사회 운영을 결정하려는 움직임은 노동조합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나타나지만, 꼭 노동조합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잘 조직되어 있는 소비자 협동조합이나 생활 협동조합의 경우에도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집단적인 교섭을 통해 가격과 거래 물량을 결정한다. 몇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며 중간 상인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정상적인 시장 원리(!)'를 부정하고,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중간단계를 생략한 채 직접 만나 결정하는 것이 서로에게 훨씬 이득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장님'들과 정부는 노조와의 교섭을 아주 싫어한다. 시장 원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뭉쳐서 그 원리에 강한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진짜 사장이 임금과 고용을 책임져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싸움을 시작한 청소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노동이 값싸서가 아니라 원청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도급비를 책정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이는 겉으로는 용역업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청 자본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기륭전자와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복직 또는 직접고용이 합의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사용자책임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에 따라 울산·아산·전주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비단 제조업에서만 벌어지는건 아니다. 청소부들도 똑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 그래서 요즘 서울지역의 대학(이화여대·연세대·고려대 등)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은 원청인 대학 총장들을 향해 집단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짜 사장, 대학 총장이 임금과 고용을 책임져라!"

이들이 집단교섭을 통해 요구하는 임금은 민주노총이 제시한 시급 5180원. 사실 대학 교수들의 시급에 비하자면 여전히 몇 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또한 연말마다 원청과 용역회사 사이의 재계약 여부에 따라 전원이 해고 위협에 떨어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도 원청인 대학 총장이 이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 권한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공정사회'를 모토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이들의 요구에 어떻게 호응할지 궁금하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20대 시절 이태원에서 비정규직 청소부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심의위원들의 연봉은 얼마?

매년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 교섭이 이뤄지는 최저임금 심의위원회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해마다 최저임금 교섭의 양태는 다음과 같이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하고, 근로자위원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다가 교섭시한 마감이 임박하면 결국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쥐는 쪽은 공익위원들이 된다.

그런데 현재 공익위원 9명의 구성을 살펴보면, 현직 대학 교수가 무려 7명이나 된다. 그나마 나머지 2명 중 1명은 전직 대학 총장이다. 참으로 웃기지 않은가? 대학 청소부들의 임금 수준을, 그들보다 수배 많은 임금을 받는 대학 교수들이 결정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교섭을 할 때, 먼저 심의위원들 급여명세서부터 떳떳하게 공개하고 나서 시작하자고 해야 하지 않을까? (주로 교수직을 맡고 있는 공익위원들께서도 너무 상심하진 마시라. 여러분들의 임금수준 못지않게 사용자위원들의 연봉은 훨씬 더 높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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