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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송도 캠퍼스 특혜 논란, '최후에 웃는 자'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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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연세대 송도 캠퍼스 특혜 논란, '최후에 웃는 자' 누구냐?"

[송도, 무너진 '두바이' 신화·下] 정부 주도 도시 개발 잔혹사

[송도, 무너진 '두바이' 신화·上]
김연아가 30억 투자한 명품거리 '커넬워크'도 '황량한 사막': 흔들리는 '동북아 중심도시'

송도신도시는 새만금처럼 바다를 메운 땅에 새 도시를 만드는 대개발 사업이다. 영종지구, 청라지구와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을 이루는 지역으로, 지식정보산업단지와 바이오단지, 첨단산업클러스터 등을 집어넣는 게 현재 계획이다.

1994년부터 매립이 시작됐으며, 인천시를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건 참여 정부 출범과 발맞춰 개발이 본격화됐다. 오는 2020년까지 총 53.4㎢의 땅에 25만2000명의 인구를 옮겨놓는 매머드급 사업으로, 예정된 기반시설비만 무려 10조4253억 원에 달한다.

이 사업의 성격은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쳐 뒤바뀌었다. 정치논리에 이어 경제위기까지 송도를 강타하면서, 현재는 산업단지 유치를 장담키 어려워진 아파트 단지로 남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본래 목적은 온데간데 없이 억지로 사업이 이어지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왜, 어떻게 출발했나

송도신도시 개발의 시작은 국민의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1년 9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북아 물류센터 건설을 주장하던 남덕우 전 국무총리(당시 동북아 경제포럼 한국위원회 위원장)를 비롯한 포럼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우리나라는 지식산업과 물류산업을 결합시켜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물류산업 강화를 천명했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아시아 역내 경제권력 재편을 노린 계획이었다. 이후 동북아 경제포럼은 IBC(국제 비즈니스 센터)로 확대 개편되며 물류중심국가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1년 후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뒤이어 집권한 참여 정부는 2003년, 인천과 부산 진해, 광양 3개 도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외국 기업인이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과감하게 관련 규제를 푼 획기적인 신도시를 만들어 국내 경제를 도약시키자는 생각이었다.

인천시는 이에 따라 매립지 개발에 나설 주체를 찾아나섰다. 낙점을 받은 이는 미국의 부동산투자개발회사인 게일(Gale)사였다. 게일사는 인천시와 송도 개발 예정지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땅을 국제비즈니스센터(IBC)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포스코건설이 게일사와 함께 참여하면서 만든 합작법인 NSC(New Songdo City)가 송도신도시 개발의 주체로 나섰다.

이 콘셉트에 따라 영종지구는 물류, 청라지구는 금융, 송도지구는 서비스·금융 업종의 외국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 마련됐다. 그리고 외국인 유치를 위해 외국인 전용 학교를 만들고 외국 병원을 들여오며, 그에 걸맞은 고품격 주거환경을 갖추자는 세부 계획이 뒤따랐다. '낙후된' 한국 사회에 외국의 '선진 경제 문명'을 이식시키는 일종의 실험실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참여 정부의 기대감은 컸다. 지난 2007년 11월 북한의 대남 총책인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남한을 방문했을 때 참여 정부가 오찬 이후 가장 먼저 그를 데려간 곳이 바로 송도신도시였다.

▲ 안상수 전 인천 시장은 송도개발을 위해 막대한 분량의 공사를 지속했다. 인천에 돌아온 것은 빚 뿐이다. 인천타워(안 시장이 소개하는 모형 건물)는 이제 과연 개발이 될 수는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뉴시스

개발 잔혹사

그러나 송도신도시는 숱한 논란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당장 도시의 성격이 문제였다. 처음 인천시는 송도신도시의 70%를 외국자본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참여 정부 인수위는 이에 제동을 걸었다. 빈 땅에 어떤 외국 자본이 돈을 대겠느냐는 얘기였다. 참여 정부는 이에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를 먼저 끌어들여 산업 기반을 갖춘 후 외국자본을 유치하자고 했다.

실제 최초의 구상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 이하 자유구역청)은 외국기업에 '3년간 국세 100% 면제, 이후 2년간 50% 면제' '취·등록·재산세 등 지방세는 15년간 면제' 조건을 내걸고 있으나 올해 8월 현재 국내 전체 경제자유구역이 유치한 외국인 투자는 겨우 6건이며, 금액도 27억 달러에 불과하다. 자유구역청이 밝힌 목표액 360억 달러에 턱없이 모자란다.

인천시가 송도신도시 개발 초기 NSC를 내세우며 '외국인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고 홍보했으나, 이 역시 거짓이었다. 도시 개발 초기 3년간 NSC는 "2억3000만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으나, 인천시의회 조사 결과 이 중 1억5000만 달러는 국내 은행에서 빌린 돈이었다. 당시부터 "외자 유치는 안 되고 해외 부동산개발업체가 부동산 투기나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던 배경이다. 실제 최초 사업계획 단계부터 송도신도시에서 주거용지 비율은 59%에 달했다. 무늬만 기업도시이지, 실상은 베드타운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사실상 베드타운으로 전락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에 공장총량제 완화 등 여러 가지 제도 완화 위해 노력 중"이라며 "자유구역청이 노력해 이제 외자유치 액수도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지난달 11일)에도 일본 오릭스 그룹으로부터 2500만 달러의 디지털엔터테인먼트센터(송도 DEC) 투자를 유치했다"고 강조했다.

송도에 결정적 타격은 2008년 금융위기였다.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완공을 앞두고 자금 조달이 끊겼고, 인천타워는 공사 시작조차 못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2006년 당시 "앞으로 3~4년 안에 외자유치 계획이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거짓말에 불과했다. 입주를 고려했던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계획서를 덮어버리면서 바이오단지, 지식정보산업단지가 들어설 4, 5공구 대부분이 주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송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5공구 전체를 사들여 바이오단지로 만든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이젠 물건너갔다"며 "대기업이 안 들어오면 송도는 그저그런 수도권 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영길 신임 인천시장이 지방선거 당시 동시에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두고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아파트 공급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다만 송 시장은 당선 후 지역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경제자유구역의 사업 전반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지만,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한다거나 외국 사업자와의 계약을 변경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 2007년 3월 청약 광풍을 불러 온 인천 송도신도시 내 오피스텔 청약 접수일인 12일 청약자들이 모델하우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한 때 건설업체들은 개발 기대감을 업고 막대한 분양 성공을 거뒀다. ⓒ뉴시스

환경 파괴되고 사업자만 배불리고

이 상처뿐인 개발은 큰 희생을 딛고 이뤄졌다. 환경파괴가 대규모로 일어났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인천 앞바다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들 정도로 비옥한 자연의 보고인데, 송도 매립으로 사라졌다"며 "아직 종합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조사되진 않았지만 갯벌 매립 후 인근에 안개 출몰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등 환경에 변화가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반말이 있지만 정부는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갯벌인 11공구 지역을 메우기로 최근 확정했다. 지난 18일 국토해양부는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회를 열어 11공구 공유수면 10.2㎢를 매립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곳의 매립이 완료되면 인근 5, 7공구와 연계해 IT, BT 산업 클러스터를 마련할 방침이다.

자유구역청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을 감안해 11공구 내에 야생 조류의 대체 서식지를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습지의 보전가치를 무시했다는 비판은 당분간 거셀 전망이다. 11공구 인근 남동공단 유수지는 멸종위기 1급(천연기념물) 저어새를 비롯, 재갈매기, 왜가리, 민물가마우지 등 희귀조류의 서식지다. 먹이가 풍부한 송도갯벌이 사라진다면 당장 새들의 서식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 저어새 보호단체인 세이브 인터내셔널은 지난 6월 인천을 방문한 후 인천시에 "갯벌 매립을 중단하고 송도 전체를 자연과 녹색개발이 공존하는 '생태디자인 도시'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특혜논란이 줄을 잇는 것도 문제다. 논란의 핵심에는 지난 2006년 초 캠퍼스를 설립키로 한 연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시가 가진 복합단지 8만여 평의 개발이익 1조 원으로 연세대 부지 개발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특혜 논란이 일자 인천시는 "6500억 원을 신축 비용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3500억 원은 지역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최초 토지매입비를 지나치게 헐값으로 적용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세대는 땅주인인 인천시에 3.3㎡당 50만 원에 부지를 매입했는데, 인하대, 인천대 등 다른 대학은 150여 만원에 매입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연호 연세대 교수(국제캠퍼스 대외협력팀장)는 "연세대는 아직 매립이 마무리 되지 않았을 당시 인천의 미래를 보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연세대가 정착한 후 지역 땅값이 올랐을 뿐, 특혜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지역발전기금 환원 약속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켜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연세대는 인천시보고 주거용지의 아파트 면적을 줄여 고밀도 개발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스코건설도 송도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원가의 열배가 넘는 값으로 폭리분양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3.3㎡당 120만 원에 땅을 매입해 평균 1324만7000원에 분양했다. (☞ 관련 기사 : "송도신도시, '바가지 분양'으로 개발이익 2조…20배 뻥튀기""인천 송도 '더#하버뷰', 가구당 2.4억 원 부풀려")

5공구에 들어설 의료복합단지(BRC)도 특혜 논란을 빚고 있다. ㈜BRC는 인천경제청에 부지 20만5793㎡를 3.3㎡당 158만 원에 매입해 아파트형 공장의 90%, 업무시설의 50%를 분양할 예정이다(나머지는 임대). 이에 따른 예상 순분양이익과 연간 임대수익은 인천경제청 자료를 보면 각각 571억 원, 170억 원에 달한다.

▲ 국제비즈니스센터 개발 예정지에 조개껍데기 잔해가 드러나 있다. 한 때 이 곳이 바다였다는 사실과 막대한 환경파괴가 일어났다는 점을 입증한다. '개발'이라는 마법의 용어가 들어가면 환경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사라진다. ⓒ프레시안(이대희)

새만금의 미래?

정부가 국가 경제를 큰 틀에서 기획하던 때가 있었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남권 공단은 개발경제 시절 한국의 성공신화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새 시대 들면서 이제 도시개발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두바이로 대표되는 아랍 문화권의 도시개발 방식이 그것이었다. 바다를 메워 초고층 빌딩을 세우고 호화 도시를 맨바닥에서부터 새로 짓자는 것이다. 송도와 새만금은 똑같이 바다를 메웠고, 초호화 유락시설 유치를 공언하고, 해외자본을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걸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한 개발사업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경제자유구역과 행정수도, 혁신도시, 새만금 등은 모두 정치·경제 논리 사이에서 표류하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한국의 두바이' '새 경제 도시' 등의 구호는 허공에만 맴돌았다. 국제교육도시, 바이오단지, 금융도시, 관광도시…. 모든 신도시들의 표방이 겹쳤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집값은 뛰었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내려갔다. 정권에 따라 도시의 콘셉트는 계속해서 뒤바뀌었다.

기업들은 정부의 초기 특혜만 보고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데 급급했고, 제대로 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배를 불린 이들은 땅주인과 건설업체, 단 둘 뿐이다. 송도신도시는 이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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