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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747 공약 달성?…상반기 고성장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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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747 공약 달성?…상반기 고성장의 허구성

[홍헌호 칼럼]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전반기 결산①

지난 6일 KBS 제1라디오의 '열린토론'에 패널로 참여했다. 주제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전반기 결산과 후반기 전망'. 보수진영에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와 온기온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이 나왔고, 진보진영에서는 권영준 경희대 교수와 필자가 참여했다.

필자에게는 매우 기대되는 자리였다. 보수진영 경제논객 중에서도 가장 색깔이 강한 두 사람이 나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기회에 그들 주장의 핵심이 무엇인지 들어 보고, 그것의 허구성을 논파해 보기로 했다.

이 글은 이번 토론회에서 다루어진 쟁점들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전반기를 결산해 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보수진영의 두 논객이 내놓은 주장들의 허구성도 논파해 보기로 한다. 물론 두 논객이 이 글에 대해 추가 반론을 제기한다면 언제든지 답변하거나 재반론할 준비가 되어 있다.

1. 상반기 성장률 7.6%를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 벽두에 사회자는 이명박 정부 전반기 경제운용에 대한 총평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보수진영의 두 논객은 정부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서 지난 상반기에는 7.6%라는 눈에 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상반기에 관한 한, 747 공약 중 일부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의 이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 상반기 성장의 대부분이 '기저효과'(Base effect, 基底效果)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저효과란 비교시점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서 현재의 지표가 실제보다 왜곡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즉 호황기를 기준시점으로 비교할 때 현재의 경제지표는 실제보다 더 위축되게 나타나고, 불황기를 기준시점으로 비교하면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나타나게 되는 현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소비, 투자, 수출은 각각 전년대비 4.7%, 23.6%, 15.2% 증가했고 GDP는 7.6% 증가했다. 수치만으로는 상당히 높은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실적을 체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단순지표상으로는 크게 성장했으나 그것이 단지 2008년 수준을 회복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09년 실적이 워낙 나쁘다 보니, 2008년 수준으로 회복한 지표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을 뿐이다.

▲ ⓒ홍헌호

기저효과로 나타나는 경제현실 왜곡현상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GDP성장률 지표보다 GDP총액 지표를 들여다 보면 된다.

[그림-2]를 보면 지난 상반기 7.6%라는 성장률 지표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시계열상에서 GDP총액 지표는 매우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현실, 즉 왜곡되지 않은 경제현실이다.
▲ ⓒ홍헌호

혹시 국민들의 체감도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국민들이 지나치게 엄살을 떨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림-3]을 보면 이런 주장들이 근거없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 ⓒ홍헌호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으로 2006년 대비 2008년 GDP 증가액은 44조2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2008년 대비 2010년 증가액은 20조2000억 원에 그쳤다. 지난 상반기 7.6%라는 성장률 지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성장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2.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에 대한 진실

토론회에서는 또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에 대한 공방도 있었다. 권영준 교수가 최근의 금융위기 극복에는 '재정적자'가 큰 역할을 했다는 발언을 하자, 보수진영의 윤창현 교수가 반박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 때는 금융위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채무가 170조 원이나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실수였다. 필자가 그런 주장이 나오리라 예상하고,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 내역을 뽑아서 챙겨 갔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2년 말과 2007년 말 사이 국가채무는 113조6000억 원에서 298조9000억 원으로 165조3000억 원 늘었다. 그러나 그 내역을 보면 윤 교수의 이런 주장이 매우 궁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난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하나는 외환위기 때 투입된 공적자금 관련 채무를 노 정부가 예금보험공사 채무에서 국가채무로 전환한 점. 다른 하나는 이들이 수출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외국환 평형기금 부채를 늘려 놓은 점. 전자로 인한 채무는 52조7000억 원, 후자는 69조 원에 달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5년간 일반회계 부분에서 발생한 국가채무는 29조2000억 원에 불과했다. 이 부분에서 2년간 41조4000억 원을 늘려놓은 이명박 정부와는 대조적이다. 연평균 증가액을 보면 노무현 정부가 5조8400억 원, 이명박 정부가 20조7000억 원으로 후자가 전자보다 3.5배 더 많았다.

물론 금융위기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에게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늘려 놓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내역을 따져보지도 않고 두 정부의 국가채무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전문가다운 태도라 볼 수 없다. 두 정부에서 늘어난 채무의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노 정부가 예금보험공사 채무에서 국가채무로 전환한 52조7000억 원은 현 정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김영삼 정부의 실책이 낳은 부산물이다. 또 이들이 늘려놓은 외국환 평형기금 부채 69조 원 또한 수출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층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였다.

따라서 진보진영 논객들이 노무현 정부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과 그로 인한 국가채무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그들로서는 그럴만한 충분한 명분이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대기업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해 왔던 보수진영 논객들이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가 될 뿐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 자료를 믿을 수 있을까? ⓒ뉴시스

3. 대기업에 축적된 천문학적 현금의 역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빨리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보수 진영의 두 패널은 그 모두를 이명박 정부의 공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필자는 현 정부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가 닥치면 어느 나라나 경기부양책을 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후세대의 혈세를 더 많이 끌어다 쓴 것이 대단한 업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장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빨리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첫째, 서울대 이준구 교수도 최근 지적했듯이 역대 정부가 비교적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해 온 것이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후세대의 혈세를 더 많이 끌어다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로 빠지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된 국가재정' 때문이었다.

둘째, 대기업들이 투자를 적게 하고 쌓아 놓은 천문학적인 현금이 역설적으로 금융위기를 막아주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금성 예금액 잔고는 182조 원에 달했다.

1996년과 2007년 기업들의 설비투자액과 현금성 예금액 잔고를 비교해 보면 매우 큰 차이가 있다. 1996년 기업들의 연간 설비투자액은 63조 원에 달한 반면, 현금성 예금액 잔고는 41조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7년에는 기업들의 연간 설비투자액이 90조 원에 불과한 반면, 현금성 예금액 잔고는 182조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액의 비율)도 지나칠 정도로 낮아졌다. 1997년 425%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07년 115%로 낮아졌다. 2006년 일본기업의 부채비율이 233%, 독일이 242%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115%의 부채비율은 지나치게 낮다.

부채비율이 급락하자 금융비용부담율(매출액 대비 이자비용 비율)도 급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율은 1999년 5.41%에서 2007년 1.43%로 낮아졌다.

이렇게 기업에 현금이 많이 쌓여 있고, 부채비율과 금융비용부담율이 낮아진 것은 기업들이 그만큼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2008, 9년 금융위기 때 은행들이 덩치 키우기 경쟁의 부작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반면,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이들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4. 후세대의 혈세 많이 끌어오는 것이 업적인가?

이번 토론회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보수 논객들 중에는 "선진국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한 것이 정부의 업적"이라며 정부를 변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집권을 한 모든 권력자들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늘려서라도 자신의 경제 실적을 부풀리고 싶은 강한 유혹에 빠진다. 다만 현세대의 부담을 후세대에게 전가하는 것, 즉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와 현세대의 부담을 더는 것이 매우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자제할 뿐이다.

따라서 어떤 정부가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불가피하게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온다 하더라도 그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또 그 이전에 현세대 계층간 고통분담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또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온 후에도 그것이 생산적인 부분, 효율적인 부분에 사용되도록 철저하게 타당성 검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후세대의 혈세를 끌어오기 전에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현세대
자구노력을 주도하지도 않았고 독려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부유층과 대기업에 천문학적인 감세혜택을 주며 후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에 진력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또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이 수반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온갖 꼼수를 동원하여 '예비타당성 조사(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피해갔다. 이 또한 후세대에게 매우 부끄러운 일이었다. 진정으로 4대강 사업이 타당성 있는 사업이라면 무엇이 두려워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기피한단 말인가(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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