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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재개발 사업, '단군 이래 최대 이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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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용산 재개발 사업, '단군 이래 최대 이권 다툼'?

코레일-삼성물산 힘겨루기 '으르렁'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로 불린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주도한 건설 투자자들이 경제 위기로 인해 약속된 기일 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표하자, 사업 주관사인 코레일이 삼성물산을 정면 비판하며 계약변경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양측간 알력의 근본 원인은 투자자들 사이의 이견이며, 이와 같은 논란이 벌어지는 뒷배경에는 경제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용산 역세권 개발은 용산구 한강로 일대 56만6800㎡(코레일 부지 35만6492㎡, 국유지 11만6800㎡, 서울시용산구 3만337㎡, 사유지 등 6만3171㎡)를 152층의 초고층 건물 '드림타워'를 포함해, 오피스와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한국판 롯폰기 힐즈'가 건설돼, 강남 일극 체제를 대체하리라고 평가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로 꼽혔던 사업이다. 지난 2007년 삼성·국민연금 컨소시엄이 개발 사업권을 따내 화제를 모았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착공에 들어가 늦어도 오는 2018년에는 전체 사업이 완공돼야 한다.

▲용산 재개발 사업 조감도. ⓒ뉴시스

뭐가, 왜 문제되나

삼성·국민연금 컨소시엄은 사업권을 따낸 후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금융투자 회사(PFV)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PFV)를 구성했다.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인 이 회사의 지분은 총 30여개 회사가 갖고 있다. 코레일이 25.0퍼센트의 지분을 가져 최대 주주며, SH공사(서울시)가 코레일이 갖고 있던 지분 4.9퍼센트를 받았다.

나머지 70.1퍼센트는 모두 민간이다. 롯데관광개발(15.1퍼센트)을 비롯한 6개의 전략적 투자자(SI)가 지분 26.45퍼센트를 소유했고 KB자산운용(10.0퍼센트)을 포함한 5개 재무적 투자자(FI)가 지분 23.65퍼센트를 확보했다. 삼성물산(6.4퍼센트) 등 17개의 건설 투자자도 지분 20.0퍼센트를 소유했다.

이들 회사들의 컨소시엄인 드림허브는 각 회사의 대표자 10명이 참여하는 이사회를 운용한다. 그리고 이 이사회의 의결사항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만든 드림허브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실제 사업 시행자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45퍼센트를 가진 삼성물산이다. 코레일과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 등 3개 회사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드림허브PFV는 그간 끊임없이 이해당사자간 의견충돌로 내부 갈등을 빚어왔다. 사업자금 확보 방안을 두고 이견이 생겼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어나는 지점은 민간투자자들이 마련해야 할 토지대금이다. 드림허브PFV는 내년까지 2조 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코레일을 비롯한 토지소유주들에게 보상비로 지급해야 한다. 당장에는 오는 9월 17일까지 드림허브PFV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조달한 8500억 원의 토지대금 이자비용을 코레일에 납부해야 한다. 보상비 지급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개발은 시작도 못하고 좌초할 수 있다.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 자금 마련 방안으로 "건설 투자자들이 지급보증을 서 자금을 조달해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레일 역시 이들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6일 "2011년 말부터 공사가 착공에 들어가면 건설 투자자의 경우 당장 공사물량 10조 원의 일정 부분을 시공이익으로 얻을 수 있다"며 "확실히 들어올 이익이 있는 건설 투자자부터 드림허브PFV의 장래를 위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건설사들이 나선 다음에 더 필요한 게 있다면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가 또 자기 역할을 하면 된다"며 "단계적으로 이익을 먼저 보는 주체부터 책임을 다 하는 게 맞다. 재개발 사업에서 일종의 관행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책임, 누가 얼마나 지는 게 맞나

반면 삼성물산의 입장은 다르다. 민간 투자자들이 건설 투자자에게만 모든 부담을 다 지우는 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드림허브PFV에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했는데, 왜 건설사보고만 책임을 지라고 하나"며 "투자자들이 본인 지분율만큼 자금 모집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도 자금 조달 책임을 나눠지는 게 맞다는 얘기다.

또 "현실적으로 지금 경제 상황에서 건설사에 지급보증을 서라는 건 매우 무리한 주장이다. 새 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는 내년이면 부채비율이 굉장히 높아진다"며 "경제 위기 때문에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 건설업체에만 부담을 지우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재개발 사업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보통 재개발 사업에서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고 운영비를 은행에서 가져다 쓰는 게 관행인 건 맞다"면서도 "이해당사자가 적을 때는 그게 가능하지만 드림허브에는 30개 이해당사자가 있어, 사업이 잘못될 경우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은 지난달 22일 열린 드림허브PFV 이사회에서 자금조달 방안으로 △코레일 부지에 대한 토지대금 9조2554억 원의 중도금 전액인 4조7000억 원의 납부를 준공시점까지 무이자로 연기하고 △2조 원가량의 분납이자와 현가감소분을 면제해주고 △용적률을 기존 608퍼센트에서 800퍼센트로 상향조정해 토지비용을 낮추고 △부족자금 마련을 위해 출자사들이 현재 드림허브 출자 지분율에 따라 증자를 통해 2조 원을 추가 마련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드림허브PFV 지분구도. 양측은 모두 스스로를 약자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는 판별하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니만큼 그들의 주장이 다 맞을 수도, 다 아닐 수도 있다. ⓒ프레시안

30대 70? 80대 20?

일단 드림허브PFV가 순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 문제 때문이다. 서로 전면에 나서 책임을 지기 곤란해하는 이해당사자들간 알력이 경제위기와 맞물려 표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정작 이 갈등에 불을 붙인 건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삼성물산을 공개 비판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작년 10월말 계약 일부변경에 합의했음에도 다시 무리한 계약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물산이 경제 위기를 이유로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이 이사회에 대안을 보고한 행위 자체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드림허브PFV 투자자들이 다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무책임하게 기존의 토지매매계약 자체를 완전 부정하는 얘기를 했다"며 "자기들이 부담을 지기 싫으니 '지분율에 따른 책임을 지자'면서 코레일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강조한 '드림허브PFV 투자자들이 지분율에 따라 책임을 다 하자'는 주장은 곧 최대 지분율을 가진 코레일이 가장 큰 책임을 지라는 말이나 같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물산이 이사회에 제시한 대안의 대부분은 코레일이 민간업자로부터 받아낼 토지대금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용산 개발사업의 주관사는 코레일이 아니라 삼성물산"이라는 입장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을 삼성물산이 계열사로 편입할 정도로 사업의 전면에 나서고 있고, 실질적으로 민간 컨소시엄의 대표자 역할을 지금도 이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금조달 방안도 삼성물산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코레일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드림허브PFV가 지분율 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물산이 드림허브 (민간 투자) 지분 70.1퍼센트를 대표한다"며 "삼성물산이 자기가 지급보증을 서기 싫으니 다 같이 짐을 나눠들자고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삼성물산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제대로 안 돼 코레일이 땅값을 받지 못하자, 삼성물산이 뭔가 잘못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코레일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또 "최초 사업자 모집공모 때부터 컨소시엄 구성에까지는 삼성물산이 주도한 게 맞다"면서도 "현재 드림허브PFV가 생긴 이후 삼성물산은 보유한 지분율 만큼의 권리를 갖는 회사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드림허브PFV 사업협약을 보면 '드림허브 출자사들이 자금조달을 하는데 있어서 지분율만큼 적극 협조한다'고 돼 있다"며 "코레일을 포함한 80퍼센트의 지분을 가진 이들이 20퍼센트의 건설사 17개사보고 '알아서 돈을 끌어와라'고 협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권 다툼에 사업 표류할지도

결국 코레일과 삼성물산은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30대 70'(코레일) '20대 80'(삼성물산)의 약자로 대변하는 형국이다.

코레일은 일단 삼성물산에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보도자료에서 코레일은 "오는 16일까지 (계약 내용을 준수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코레일이 삼성물산이 답변 요구 시한을 16일로 잡은 이유는 자금조달 방안 마련에 일정 정도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드림허브PFV가 중도금 이자액을 확보하는데 두 달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레일은 "드림허브PFV가 차입금 이자를 연체하면 사업은 자동적으로 중단된다"면서 "사업중단의 모든 책임은 삼성물산에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드림허브PFV가 해산될 경우, 출자지분만큼의 책임이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삼성물산에만 책임을 지라고 해선 안 된다"고 맞받았다.

양측이 이처럼 치열하게 논란을 키우는 이유는 그만큼 이 사업이 얼마나 큰 이권을 만들어내는가를 입증한다. 코레일은 9조 원가량의 토지대금을 받아내 6조 원이 넘는 부채를 일거에 해소해야 한다. "공기업이 땅장사나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않고 용산 재개발에 사활을 건 까닭이다. 이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허준영 사장이 취임하며 약속한 고강도 구조조정 등의 '공기업 선진화'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삼성그룹도 이 사업이 그대로 좌초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삼성그룹은 사업자 선정 1년 전부터 이 사업에 적극 달려들었다. 상위 건설사를 모조리 끌어오다시피 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으며, 2007년 당시 적정 가격으로 평가된 5조8000억 원보다 훨씬 높은 8조 원을 토지가격으로 써내 사업권을 따냈다. 수익성 논란이 일어날 정도였다.

누가 진짜 약자였는가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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