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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못 내 촛불에 죽은 여중생, '에너지 기본권' 논란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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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못 내 촛불에 죽은 여중생, '에너지 기본권' 논란 점화

조승수 "에너지 기본권 도입해야" vs. 산자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아니다"

88만원의 밀린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된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자다 불이 나 여중생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에너지 기본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일고 있다. 에너지 기본권은 지난 4월 민주노동당과 시민ㆍ사회단체가 논의해 발의한 에너지기본법에 포함된 내용으로 저소득층에게 가스ㆍ전기 공급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 에너지기본권은 산업자원부 등의 반발로 4월에 이어 지난 6월 임시국회 때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아 도입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산업자원부는 "에너지 기본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으로 볼 수 없다"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조승수, "여중생 죽음 계기로 에너지 기본권 도입하자"**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13일 오전 KBS1라디오 <시사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2월과 12월에 장애인 부부가 전기 요금 10만원 때문에 단전이 돼 촛불을 켜고 지내다 불에 타 숨진 데 이어 이번에는 여중생이 같이 이유로 불에 타 숨지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며 "하루 속히 에너지 기본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에너지 기본권은 빈곤에 처한 자와 그 가족이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가스, 전기 등 에너지를 국가로부터 보장 받을 권리"라며 "에너지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의 차이로 인한 에너지 소외를 받은 이들이 없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서 "이미 프랑스는 1988년 '곤궁 상태로 특별한 곤란에 직면해 있는 이들은 국가로부터 가스, 수도, 전기, 전화 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보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에너지 기본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위해 전력 회사, 가스 회사, 수도 공급 회사 등과 협정을 체결해 '에너지 연대 기금'을 조성해서 운용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미 지난 4월 민주노동당이 시민ㆍ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마련해 발의한 에너지기본법에는 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에너지 관련 기업ㆍ에너지 공급자가 지원 체계를 구성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게 가스, 전기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안이 포함돼 있지만 산자부는 이런 내용의 법제화에 반대하고 있어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앞서 10일 새벽 경기도 광주 목동에서는 건설 일용직 남모(47)씨 집에서 불이 나 중학교 3년생인 남씨의 둘째 딸(15)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현장의 인부로 일하는 남씨는 올해 들어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없어 지난 2월부터 전기료 88만원을 체납했다. 지난 겨울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면서 전기료가 많이 나왔고, 이를 납부하지 못해 단전된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료 체납 액수는 올해 들어서만 1월 319억, 3월 369억, 4월 340억 원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체납 가구 수도 약 100만 가구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전 가구는 지난 3월에만 1214가구로 역시 늘고 있다.

***산자부 부정적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아니다"-조승수 "행복 추구권은 안 보이나"**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노동ㆍ환경단체로 구성된 '에너지 노동ㆍ사회 네트워크' 또 아름다운재단 등 시민ㆍ사회단체는 지난 4월부터 줄기차게 에너지 기본권 법제화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에너지기본법 제정 논의에 맞춰 아예 에너지기본법 내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명시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별도의 에너지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는 산자부는 에너지 기본권 논의에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산자부는 그 동안 "에너지 기본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으로 볼 수 없다"며 "굳이 도입이 필요하다면 사회보장제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다. 현재 산자부가 제출한 에너지기본법안에는 에너지 기본권과 관련된 내용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조승수 의원은 이에 대해 "헌법에는 분명히 '국민의 행복추구권'(제10조)이 명시돼 있고, 또 이 권리가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아야 한다'(제37조)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더욱이 이번에 사망한 여중생 가정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데도 전기, 전화 등이 모두 사용 정지될 정도로 가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 지대가 많은 것은 산자부도 잘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는 별도로 에너지 기본권을 법으로 보장해야 다차원적인 빈곤 대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ㆍ사회단체, "전기는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다"**

한편 에너지대안센터, 환경운동연합,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 노동ㆍ사회 네트워크도 13일 성명서를 내고 에너지 기본권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 단체는 "전기료를 못 내 촛불을 켜고 공부하는 것이 21세기 현재의 모습"이라며 "공기와 물처럼 살아가는 데 필수적 공공재인 전기를 사고파는 상품으로 보는 한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부와 한전은 여중생의 죽음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빈곤층에 대한 단전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부는 에너지 기본권을 법으로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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