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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가짜약으로 중국에서만 매년 20만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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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가짜약으로 중국에서만 매년 20만명 사망

지방정부 '실업자 구제 위해 눈감아줘' 전세계로 확산

중국사회의 부정적 측면을 압축한 세 단어가 있다. 가짜상품(假貨), 가짜약(假藥), 거짓말(假話)이다.

이중에서도 중국 내부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가짜약이다. 얼마전 국내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된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부작용 파문이 일었으며, 일본에서는 복용자가 사망하기까지 하는 등 이제 중국산 약이라면 겁부터 나는 상황이다.

이쯤 되자 중국 정부도 가짜약으로 인한 '국제적 망신'을 방치할 수 없어 나름대로는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중국의 치명적 골칫거리, 가짜약'이란 기사를 통해 "중국에서는 개방. 개혁으로 인해 엄청난 실업자가 양산되자 가짜약을 제조공급해서라도 주민들이 일거리를 찾는 것을 각 지방정부들이 눈감아 주고 있다"고 폭로했다.

***중국내에서만 가짜약으로 연간 20만명 사망**

WP는 "수사관들이 가짜약 제조공장을 급습한 결과 항생제로 둔갑한 활석가루, 쌀가루로 채워진 피임약 등이 진짜약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중국의 가짜약 제조실태를 보도했다.

특히 광둥성은 밀수와 가짜약 제조기지로 악명이 높다. 광둥성의 한 관영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지난해 가짜약을 복용하다가 죽은 피해자만 20만명으로 추산된다. 피해자들 중에는 가짜약의 독성물질 때문에 죽은 이도 있고 항생제라고 먹은 것이 가짜약이어서 속절없이 죽어간 전염병 환자들도 있다. 이들 대다수 가짜약이 주로 광둥성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약 중에는 지적재산권 침해가 문제될 뿐 나름대로 약효가 있는 '카피(COPY)약'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가짜약은 치료 효능이 있기는커녕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영국의 한 의약품 조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가짜약 절반 이상이 유효성분이 없거나 엉뚱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가짜약 중 10% 정도에서는 오염물질이 들어 있다.

영국의 의학권위지 '란셋'(Lancet)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캄보디아, 라오스, 버마,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제 말라리아 치료제의 3분의 1에서 유효성분이 들어있지 않았다.

***중국 가짜약, 대부분 가내수공업으로 생산돼**

중국 가짜약은 지금 전세계에 넘쳐나고 있다.

미국 뉴욕 당국이 올해 들어 검거한 가짜 비아그라 제조·유통망의 경우 중국에 제조기지를 두고 네바다와 콜로라도에 거점을 둔 유통업자들과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WP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에서 각종 약효 성분들이 멕시코 등지로 흘러들어가 카피약이 대량 제조되고 있다. 미국 유통업자들도 값싼 카피약을 사러 멕시코 국경에 있는 티후아나로 몰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이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중국산 카피약들은 멕시코의 경우처럼 이미 전세계에 퍼져 있다.

카피약으로 올리는 수입이 막대하기 때문에 조직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국에서 카피약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의 하나는 형사처벌 대상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가내수공업식의 소규모로 분산제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혹 단속에 걸리면 기껏해야 약간의 벌금을 내면 그만이다. 규모가 큰 경우에도 가짜약 제조에 따른 최고 형량은 7년이다. 가짜약으로 인해 사망 등 피해가 발생하면 사형까지도 가능하지만 실제 이런 경우로 처벌받는 일은 거의 없다.

국제의약제조협회(IFPM) 하비 베일 사무총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마약을 판다면 경찰의 추적을 받겠지만, 가짜 뇌막염 백신을 만들면 그런 일이 어디서 일어나는지조차 경찰은 모른다. 우리는 전세계를 괴롭히는 정체모를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가짜약은 앞으로 계속 범람할 것**

세계보건기구(WHO)은 전세계 의약품 공급량 중 8%가 가짜약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를 액수로 따지면 연간 3백2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중앙정부는 2년전 국립의약행정국을 신설해 가짜약 단속을 강화한 이래 지난해만 1천3백개의 가짜약 제조기지를 폐쇄하고 5천7백만달러에 이르는 가짜약을 압수했다.

제약회사들도 자체적인 단속에 애를 쓰고 있다. 광둥성에 있는 제약회사들은 지난 2년간 6만달러어치의 가짜약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체포된 이들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지방경찰들이 가짜약 제조업자들에게 미리 단속활동에 대해 귀뜸해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회사의 의뢰로 가짜약 단속에 나선 민간보안회사의 고위관계자 리우 디안린은 "가짜약을 제조하는 곳이 기업도 아니고 공장도 못된다. 그저 평범한 가정이다. 단속으로 한 곳을 폐쇄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다. 가짜약 제조를 뿌리뽑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도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관리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가짜약이 앞으로 계속 범람할 것임을 예고하는 말이다. '중국약'이라면 애매한 신비주의에 빠져 무조건 선호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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