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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국토부 '꼭두각시'? 수서발KTX 설립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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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국토부 '꼭두각시'? 수서발KTX 설립 강행

자회사 잘되면 코레일 손해, 코레일 잘되면 자회사 손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결국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사실상 결정하면서 노사간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간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문제는 국토교통부 주도 하에 논의가 이뤄졌는데, 코레일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자회사 설립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코레일은 5일 "올해 6월 확정된 철도산업발전방안을 실천하기 위해 '수서발 KTX 운영준비단'을 발족한 후 국토교통부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여 최종안을 확정했다"며 "수서발 KTX가 코레일이 지배권을 갖는 계열사 형태의 출자회사로 출범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안에서 변경된 것은 코레일 30%, 공공자금 70% 출자 방식에서 코레일 41%, 공공자금 59% 결정됐다는 점 뿐이다. 코레일 지분을 11%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코레일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수서발 KTX 법인의 대표이사를 코레일이 추천하도록 정관 등에 명시했으며, 제작중인 호남고속철도 차량 22편성과 광주차량기지를 완공 이후 코레일에 현물출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이어 "2016년부터 영업 흑자 달성시 매년 10% 범위 내에서 지분을 매수하거나 총자본금의 10%범위 내 출자비율을 확대하기로 결정해, 향후 코레일이 흑자 전환시 100%까지 지분확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또 "선로 배분비율의 공정성 확보, 수요전이로 코레일 경영악화시 정부지원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이를 통해 "이번 결정(안)은 민간자본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민영화 논란을 완전 불식했다"고 주장했다.

▲철도민영화 반대 범대위가 세종로 정부 청사 앞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100만인 서명부를 쌓아올리고 있다. ⓒ철도노조

자회사 잘되면 코레일 손해, 코레일 잘되면 자회사 손해…공정 경쟁?

코레일의 이같은 결정은 모순투성이다. 첫째, 수서발 KTX에 대한 우려의 핵심은 지분율이나 민간자본 참여 여부 등이 아니었다.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하면 언제든 대주주나 이사회 의결로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상식 중 상식이다. '민영화 시한폭탄'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핵심을 비켜간 채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하는 코레일의 주장에 납득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둘째, 수서발 KTX 자회사가 모회사인 코레일과 한 노선 위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적 모순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 수서발 KTX 노선은 서울역에서 평택을 거쳐 동대구로 가는 기존 KTX 선로 중, 수서에서 평택으로 가는 선로 외에 나머지 평택-동대구 구간 선로를 그대로 이용한다. 게다가 대주주를 배반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자회사는 없다. 심지어 사장 선임권이 코레일에 있다고 하면서 자회사와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국토부, 코레일의 논리는 것은 형용 모순 이상이다. 구조적 모순까지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코레일이 영업흑자 달성을 할 경우 출자 비율을 확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조건부 인수' 의사를 밝힌 것과 같다. 코레일의 목표가 자회사 지분 100% 확보라고 한다면 왜 굳이 자회사 설립으로 출발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서발 KTX 경영 실적이 좋아질 수록 한 노선에서 경쟁하는 코레일의 경영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코레일이 수익을 내는 부분은 KTX 분야가 거의 유일하다. 코레일이 유일한 수익원을 절반 쯤 포기한 채 '영업 흑자 달성시'라는 조건을 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코레일이 KTX에서 수익을 더 올리려 한다면 자회사의 경영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고속철도 분야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 수익을 위해 KTX 외 다른 적자 노선 등 공공 서비스 관련 분야를 대거 민영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익을 추구하면 자회사가 고사하고, 자회사가 잘 되면 코레일이 손해보며, 둘 다 잘 되기 위해서는 적자 노선 등의 매각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뻔히 보이는데도 코레일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강행키로 한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문제의 핵심은 지분율이 아니다. 모순이 불보듯 뻔한데 자회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결국 '철도 민영화' 우려를 비켜났다고 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이같은 내용의 안을 오는 10일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9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긴급 호소문을 통해 "민영화가 된다면 내가 선로에 드러누워서라도 민영화를 막아내겠으니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파업 철회를 호소했다.

최 사장은 "파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지켜내야 될 소중한 철도의 미래를 망칠뿐"이라며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 파업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파업, 노동계 '동투' 신호탄 되나?

노동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철도노조 파업이 '철도발(發) 동투(冬鬪)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날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등 922개 단체는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철도 분할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 지지 선언을 했다.

공공운수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운수노동자들은 철도민영화를 저지하고 공공성을 지켜 내려는 철도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적극 지지함을 밝히며, 철도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행해지는 화물 대체수송, 여객 연장운행 및 추가운행을 현장 실천을 통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11월 30일 열린 철도노조의 총파업승리결의 대회 ⓒ철도노조

철도 민영화 이슈 때문에 촉발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조합원들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꾸려 정부 구조 조정에 맞서기로 한 부분도 주목된다.

최근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공공 기관 단협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 등 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불만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철도노조 파업이 노동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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