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서울메트로노조, 철도노조 등과 정의당 KTX민영화저지특별위원장 박원석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공동으로 기자 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의정서 비준 절차를 중단하고, 국회는 비준동의안 제출을 정부에 즉각 요구하라"고 밝혔다.
朴 정부가 '도둑 처리' GPA 개정안…철도 요금 인상 등 경제적 피해 예상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4일 프랑스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정서가 비준되면 도시철도 등 한국의 공공 조달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말해 프랑스 기업인으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인 11월 5일 국무회의에서 GPA 개정 의정서 비준안을 '도둑 처리'했다. 이런 사실은 <프레시안>이 지난 12일 처음으로 확인해 보도했다. 1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상정만 됐다"고 했지만 사실은 지난 5일 이미 국무회의 의결을 마쳤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정부는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국내 법률을 개정하는 게 아니므로 국회 비준이 필요없다"고 했지만, 이를 두고 정의당 박원석, 무소속 박주선 의원 등은 "헌법과 통상절차법에 명시된 통상 조약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 권한을 박탈한 것으로 정부는 즉각 비준 절차를 중단하고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 시각) 파리 마티뇽궁에서 열린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총리의 안내로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지하철노조 등은 이날 기자 회견을 통해 "헌법 60조 1항은 '(국회는) 중요한 국제 조직에 관한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하고 있고, 통상절차법 제13조 제3항은 '국회는 서명된 조약이 통상 조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에 비준동의안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즉시 정부에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에는 철도시설공단과 서울메트로 등 광역 자치 단체의 선로 산업 기관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서 철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만약 이 개정안이 발효된다면, 프랑스와 독일 등은 세계 최고의 철도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의 기술과 자본이 국내 철도 산업에 쉽게 진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85개 사업 51조 원의 도시 철도 건설과 운영을 외국 자본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철도 시장만 일방적으로 개방하고, 요금 인상 등 경제적 피해만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꿀먹은 벙어리', 민주당은 '우왕좌왕'
현재 새누리당은 정부의 비준안 의결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이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역시 11월 13일 전병헌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1차적으로 정부에게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비준동의안 제출 요구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비준동의안 제출 관련 안건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 기사 : "민주당 야당 6년, 아직도 '웰빙 정당'인가")
현실적으로 국회가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은 다음 주인 25일에서 29일까지로 예상된다. 이들은 "정부가 내일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준 절차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WTO 사무국에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정서 수락서 제출해, 2013년 12월 3일부터 열리는 WTO 제9차 각료회의 전에 비준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인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 비준동의안 제출 요구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일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이같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회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가 되겠다고 자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향후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정서의 발효에 따른 국민 경제에 미치는 피해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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