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최성남 부장)는 19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입수 경위, 유출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정 의원을 소환했다. 청사에 들어서기 직전 정 의원은 "김무성 의원에게 내용을 확인해준 것이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국회에서 얘기한 것이 언론에 나온 게 맞냐고 (김무성 의원이) 물어서 '맞다'고만 했다"고 답했다.
정 의원에 앞서 조사를 받은 김무성 의원은 "하루에 수십건 정도 보고서와 정보지가 난무했는데 찌라시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 그 내용이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과 각종 언론 및 블로그 등에 나와 있는 발표 등과 내용이 같았기 때문에 대화록 일부라 판단하고 연설했다"고 밝혔었다.
▲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연합뉴스 |
두 사람의 발언을 종합하면 정 의원은 김 의원에게 대화록 내용을 확인해 준 셈이다. 그러나 정 의원의 해명이 과거 발언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월 28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된 직후 전화를 걸어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아는 대로 다 구두보고를 드렸다"며 "김 본부장은 부산 유세 전에 그 발언(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을 유세에 써도 법적 문제가 없느냐고 확인을 요청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에게 아는대로 다 구두 보고를 드렸다"는 데에서 "김무성 의원이 물어와 '맞다'고만 했다"고 바뀐 것이다. 두 발언의 의미는 상당히 차이가 크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부산 유세를 통해 "대화록을 입수해 최초 공개한다"며 문건을 읽어내려갔다. 6개월 후에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2급 기밀 문서와 744자가 판박이인데다 일부는 토씨까지 똑같은 내용이었다. 정 의원이 구두 보고를 했다면 744자가 똑같은 대화록을 김 의원에게 제공한 게 된다. 그러나 과거 언론 인터뷰와 달리 정 의원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김 의원이 물어와 '맞다'고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744자가 똑같은 대화록의 '원출처'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이 "직접 구두 보고했다"고 한 내용을 "김 의원에게 들은 내용"으로 바꾼 것이다. 김 의원이 대화록의 출처를 '찌라시'로 지목한 것도 출처를 모호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의원의 '찌라시 발언'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야당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무성·정문헌 해명이 '맞다'고 가정해도 남는 의혹들
김 의원과 정 의원의 해명이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김 의원이 읽어내려간 '문건 내용'을 확보한 제 3의 인사가 있다는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찌라시"를 "보고"받은 후 정 의원에게 "확인"을 구했고, 정 의원은 그 내용에 "맞다"고 답한 것이 된다.
국정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과 744자가 똑같은 문건을 보고서 형태로 작성한 '제3자'가 대화록 유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관련해 당시 박근혜 캠프 핵심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의 발언이 주목을 받는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폭로한 권 대사와 월간지 기자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보면 권 대사는 "NLL 대화록 있잖아요? 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권 대사는 현재 이같은 녹취록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정 의원이 김 의원에게 '구두 보고'를 한 것도 문제가 될수 있다. 청와대 통일비서관 재직 시절 '업무상 취득한 기밀'을 누설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검찰은 정 의원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열람한 후 "정 의원 발언을 허위사실로 볼수 없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정 의원의 업무상 취득한 기밀 누설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날 청사에 들어가기 앞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굴욕정상회담 대화록은 대통령기록관에 없었다"며 "이는 명백한 사초실종이고 폐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NLL 포기는 있었다. 김정일은 서해 평화협력지대의 조건으로 NLL 포기를 수차례 요구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여러 번 화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검찰 수사 결과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참여정부 국방부장관을 지낸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해 NLL을 지킬수 있었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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