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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리환자+팔환자 2인1조 묶어 지하철 운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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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리환자+팔환자 2인1조 묶어 지하철 운전 지시"

5678호선 충격 '노무관리' 실태…암 수술 전에도 운전 지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5·6·7·8호선)의 충격적 노무 관리 실태가 폭로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이 작성한 노무 관리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기관사들이 아픈 경우 사측에서 환자끼리 짝을 지어 승무 업무를 지시한 일도 있었다.

6일 <프레시안>에 보낸 '연이은 기관사 자살사고 배후의 조직 문화와 노무 관리'에 관한 보고서 실태보고서에 보면, 노조는 하루 수백만 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서울 지하철에서 목발짚은 기관사와 팔에 깁스를 한 기관사가 지하철을 운전하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옛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업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격(노조 주장)"으로 운행되는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목발+팔깁스, 눈환자+목발, 서울 지하철 운행을…"

- 신풍승무관리소에서는 병가를 사용하여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었음.
- 다리골절 환자 : 김OO, 조OO, 조OO, 윤OO / 어깨골절 환자 : 이OO / 성대 종양 : 채OO / 녹내장 : 이OO / 목 디스크 : 강OO 등이 있었음.
- 위 사람들은 병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출근시킴. 그러나 위의 환자들은 공히 단독으로 운전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
- 그러자 신풍승무관리소에서는 '목발 짚은 사람 + 팔 깁스한 사람', '목발 짚은 사람 + 목소리가 안 나오는 사람',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 + 목발 짚은 사람 조합' 2인 1조로 한 운전실에 태워 운전업무를 하게 강요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업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격인 이러한 일이 대명천지에 수백만의 시민이 이용하는 수도 서울의 지하철에서 기관사에게 강요되고 있었음.
- 골절환자가 깁스를 하는 이유는 골절부위를 보호하고 빨리 아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열차를 운전하게 했던 것임. 지금도 그 당시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 완치가 안 된 사람이 있음.
- 심지어 몸이 아파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에게 관리소에서 전화를 해, 사무소에 환자 한명이 나와 있는데 혼자서는 열차를 운행할 수 없으니 가능하면 휴가를 미루고 그 환자와 함께 열차운행을 해 달라고 요구해서 두 명의 환자가 협심해서 열차운행을 한 적도 있음.
- 이렇듯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것은 병가와 휴가통제를 워낙 강력하게 하고 관리자들이 이를 당연시 여기며 기관사들이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없게 현장통제와 노무관리를 해 왔기 때문임.


노조가 폭로한 '환자 짝지어 운행하기' 실태다. 심지어 암수술을 앞두고 운전 업무에 투입된 사례도 있다고 노조 측은 폭로했다. 노조는 "답십리승무관리소는 2012년 3월 30일 암수술을 사흘 앞둔 기관사에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운전업무를 할 것을 요구하여 열차운행에 투입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해당 인사는 당시 이재민 기관사 사망 때문에 자발적으로 운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반박했다.

▲ 서울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 캡처

최근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 자택에서 목을 맨 정 모 기관사의 경우 의사에게 "열차를 운전해야 하니 '약을 약하게 써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또 송 모 전 기관사의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으로 산재를 인정받아 2년간 휴직을 마치고 복귀해 내근업무를 하던 2007년 경, "개인 면담에서 소장이 차를 안타는 기관사는 회사에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직권면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신경정신과 약을 더 강하게 쓰면서 열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기관사는 결국 2011년 전직 신청을 하지만 탈락했다. 그러나 송 전 기관사는 관리자에게 "이제는 도저히 차를 탈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만약 강제로 차를 태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신도 모른다"고 말해 결국 승무 일에서 빠지게 됐다. 그러던 중 고(故) 이재민 기관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술직으로 파견을 가게 됐다.

노조는 송 전 기관사가 "나처럼 도저히 열차를 운전할 수 없다고 용기있게 말을 한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있고 그 말을 하지 못한 사람은 죽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같은 사례들을 폭로한 후 "관리자들은 병가, 휴가 통제를 강하게 하다 보니 운전업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속속 배출되는 것을 경기 일으키듯 싫어하게 된다"며 "이런 사유로 현장의 기관사들은 아파도 아프다 말할 수 없고, 열차를 운전할 수 없어도 말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상식적으로 1인 승무를 하고 있지 않나. 음주 측정을 포함해 승무적합성 검사를 아침마다 하는 등 운행점검을 하는데, 환자들을 짝지어 운행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며 "해당 부서에 문의해봤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근무를 시키느냐'는 답변이 왔다"고 반박했다.

노조 "조합원 성향 ABCD로 분류" VS 사측 "그런 일 전혀 없다"

이 외에도 노조는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에 대한 적대적, 폭압적 노무관리 사례"들을 다양하게 폭로했다.

서울도시철도 노조는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돼 있다. 그리고 '새5678도시철도노조'가 있다. 관련해 노조는 사측이 '노조 분열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조는 적대적, 폭압적 노무관리 사례와 관련해 신규기관사들에 대한 특정노조 가입 종용 행위, 노조 순치를 위해 관리자를 동원한 노조 백색분열, 승무관리소 인사권을 이용한 특정노조 불이익 조치 행사, 승진, 표창 등에서 근평권을 이용한 특정노조 불이익 조치 행사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회식 자리 등을 통해 특정 노조 가입을 종용당했거나, 인사에서 '새노조' 소속 인사에 비해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장 기관사인 A씨는 "우리가 민주노총 소속이라고 해서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탈퇴를 종용하는 일들을 많이 봐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는 또 지난 2003년에서 2005년까지 노조 조합원 1266명에 대해 "노조 성향을 A/B/C로 분류하여 A는 공사에 관리자, 공사에 우호적인 사람으로 분류. C는 노조에 우호적인 사람으로 분류, B는 중간적인 사람으로 분류하여 관리"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폭로했다. 관련해 노조는 "퇴직자, 해고자, 전체 기관사, 승무분야 파견 사무직 등 본사와 현업 전 직원에 대한 자료로 개인차원의 작성 또는 일개 부서 차원에서 작성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8년 전 문건이지만, 이에 기초해 현재까지도 노무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2003년 노조 파업 이후 지하철 운행에 차질을 빚어지지 않기 위해 누가 근무지 이탈인원인지 하는 정도는 파악한 것으로 알지만, 노조가 내놓은 문건은 사측이 작성하지도 않은 것일 뿐더러 이런 식의, 형사처벌감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작성했을리도 없다. 노조 측의 억지 주장이고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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