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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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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역사의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는 대통령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82>"아버지 닮은 대통령 되려나"

지금 이 나라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큰 시대적 화두는 역사의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기다.모든 분야가 개선되면서 점차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니, 거꾸로 돌고 있다기 보다는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심각한 이야기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세력의 한 가운데에 안타깝게도 이나라 대통령이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화두는 마피아 시스템의 만연이다. 패거리를 이루고 배타적 이익을 거머쥐기 위해서, 이런저런 마피아들이 끊임없이 싹을 틔워내고 있다. 하고자 하고,하고 있는 '짓'이 옳은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이미 그들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나쁜 짓해서 거액을 가로채고, 사후에도 계속해서 그 돈이 내 것이 될 수 있다면, 몇 년쯤 감옥에 갔다 와도 좋다는 중고등 학생들의 의식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그게 이 나라의 현주소인지도 모른다. 마피아 시스템이 만연 될 수 있는 기막힌 토양이다. 그 마피아 시스템을 걷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난번 칼럼(그레샴 법칙의 나라 81)에서 썼다. 앞으로도 더 말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고, 오늘 칼럼에서는 두 개의 화두 가운데 나머지 하나, '가장 큰 시대적 화두'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역사의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기'를 시작 한 것은 이명박 씨였다. 그는 임기가 시작되면서부터 바로 판을 벌였다. 언론의 멱살을 틀어쥐고는 민주주의를 후퇴 시켜 나갔고, 전공인 삽질 분야의 부패 구조를 4대강 공사에서부터 오염 시켜 갔다.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 등이 많은 떡고물 혜택을 받았다. 선순환 구조를 악순환 구조로 사정없이 거꾸로 돌렸다. 이상득 씨와 최시중 씨와 박영준 씨 등이 '기여' 한 바가 참으로 컸다. 그게 다 마피아들이나 하는 짓거리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거꾸로 돌던' 상황이 호전 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더 이상은 거꾸로 돌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게 헛된 꿈이었음을 사람들이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첫 번째 인사에서 그녀는 박정희 씨 숭배자이면서 유신 신봉자인 윤창중 씨를 중용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박근혜 표(票) 거꾸로 돌리기'의 시작이었다.

그 뒤를 이은 인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와 '유신'과 '군사문화'를 주요 관련 기준으로 삼은 듯 했다. 지금 국정원이 '작업 중'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도 역사의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기 측면에서 우리가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보아야 할 사태다. 내란 음모라는 죄명도 그렇거니와, 무기를 구해다 철도와 유류 저장 시설을 습격하려했다는 등의 혐의 내용은 그야말로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아무튼 이석기 의원의 혐의 내용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당국의 수사와 공정한 재판과정을 거쳐 사실여부가 분명히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그의 '내란음모'가 사실임이 밝혀질 때는 추상같은 단죄(斷罪)가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국정원이 팔 걷고 나선 이번 '작업'의 한 복판에 '정치적인 이유'가 도사리고 앉아 있다는 점이다.

5년 전부터 내사해 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3년 전부터 뒤를 밟기 시작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 사건을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터뜨리고, 약간은 설익어 보이기까지 한다는 사건을 '이른바 언론'들은 왜 그처럼 요란하게 '홍보' 해대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대중 내란 음모' 때도 그랬다. 언론과 공안 당국이 결탁해, 조직 도표까지 그려 내놓고는 하늘 무너지고 땅 뒤집히는 거창한 사건인 듯이 난리 법석을 피웠다. 그 '내란 음모'도 정치적인 이유로 판을 벌인 사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으로서는 최근 정치적으로 국면을 전환 시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절실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서 시작된 '여론 악화'가 턱 밑에까지 차 올라왔고(종교 단체와 촛불의 함성이 날로 커졌고, 거의 모든 여론 조사에서 대통령과 국정원은 코너에 몰리고 있었다), 따라서 '공안 마당'으로라도 이 난국을 끌고 나와야 한다고 정치적인 판단을 했는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이 판국에 "정치적인 이유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정치적인 이유가 수십년전 공안정국으로의 회귀를 연상 시키는 대목이 바로 역사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기라는 이야기다. 이석기 의원의 유무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전체가 날조'라는 이석기 의원 측의 항변과도 관계없는 소리다.

일부에서는 국정원과 이석기 의원 측의 다툼은 필경 둘 중 하나가 '죽게 되는 형국'이라고도 말 한다. 그러나 모르시는 말씀이다. 그건 청와대와 국정원의 계산법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근혜 정권은 국면전환에 성공 할 것이다. '이른바 언론'들이 사력을 다해 지원 할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국정원 개혁 이야기는 '내란 음모'에 가려 잦아들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지리하게 진실을 다투는 재판이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울시청 공무원 간첩사건' 등에서 국정원이 보여준 능력 때문에, '국정원의 승리'를 장담 못한다는 소리도 있다. 어쨌든 종국에 가서 누가 이기든 결론이 나겠지만, 그 결론은 국면 전환의 목표가 이미 달성된 뒤(경우에 따라서는 수년 뒷일 수도 있다)에 나올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양측 가운데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쪽이 '죽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국정원 측이 이기면 이석기 의원 측은 '죽을 것'이다. 허나 이 의원 측이 이기면 국정원은 '죽지 않게' 되어있다. 손 털고 일어서며 "아니면 말고" 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으로서는'이미 오래전에' 국면 전환의 목표를 달성한 뒤이기 때문에 손해날 게 전혀 없다 할 것이다.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지고도 이겼기 때문이다. 허나 이 의원 측은 '이기고도 죽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지금 그러듯이 '이른바 언론'들의 등쌀에 이의원이 사실상 이미 '죽거나 초죽음이 된' 상태에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거꾸로 돌리고 있는 쪽'에서는 벌써 그런 계산까지 끝냈을 것이다. 특히 '이른바 언론'들과의 연합 작전은 필수 요건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자발(自發)이건 '타발(他發)'이건 '이른바 언론'들의 '거꾸로 가기'가 이 지경에 이르러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라가 걱정이다.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며 빚어진 민주주의 도둑질 사태를 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나는 모르는 소리'라거나, '국저원이 알아서 개혁하라'며 구름 위에서 비몽사몽간(非夢似夢間)의 문답을 하는 것은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정희 씨나 유신이나 군사문화 시대의 어법(語法)이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총괄 선대 본부장이 국가 기밀인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으로 빼내 낭독하고 다닌 엄중한 범법 사태에 대해서도 후보였던 그녀는 말이 없다. '내가 미안해야 할 일도 아니다'는 정도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은 그런 게 바로 국기 문란 사태인데도, '지존'의 사전에 '사과'란 말은 없다는 '분명한 원칙'을 계속 굳게 지켜가고 있는 것 같다.

절망을 느낀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불법 유출은 그냥 깔아뭉개며 넘길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국가 기강의 멱에 비수를 들이댄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 어찌 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이야기다. 국면전환이 필요한 대상이 되어서도 안되고 관련 범죄를 용서해서도 안된다. 지금은 유신치하도 아니다. 역사 되돌리기는 결코 안된다.

대선 공약으로 철석 같이 약속하고, 그 약속에 힘입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과 조치들도 지금 '공약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지고 있다. 그 문제를 놓고 '사기 친 대통령'이라거나 '사기당한 국민'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일수도 없게 되어있다. 과오가 있으면 진솔한 자세로 사과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게 옳다.

불가피 했다면 이해시키고 납득 시켜 가는 게 지도자의 바른 자세다. 국민에게 술수나 부리며, 군사문화식 전술 전략을 매만지는 건 결코 할 짓이 아니다. 그건 역사 거꾸로 돌리기 일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털건 털어내면서 가는 솔직하고 당당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가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즉각 즉각 반응'과 '일사불란'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는 '옛날'처럼 '그대들은 나의 거수기'로 취급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하다. 봉급생활자들에게 편중된 부담이 문제 된 '세법 개정안 소동' 때,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오전에 지시했다. 국회 고위 당직자들과 정부 측은 바로 그날 오후 긴급 당정 회의를 소집했다. '즉각 반응'이었다.

'전월세 대책 소동' 때도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가 나오자 바로 이튿날 당정 회의가 소집되었다. 방안을 마련한 부처에서 몰랐던 문제점을 대통령이 날카롭게 지적해내고, 당정이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모양새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관가(官街))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공직자들이 있었다. 세법개정안이나 전월세 대책 모두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관련 부처에서 오랫동안의 검토과정을 거친 뒤, 대통령 보고 절차까지 마치고 발표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도 '재검토 지시' 훨씬 전에 보고 받은 내용이어서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라 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부처 발표 후 (내용을 미처 모르고 있던) 대통령이 민생을 걱정한 나머지 직접 챙기는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대국민(對國民) 인심 쓰기 시스템'을 복원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모른다. 허나 이 역시 '거꾸로 가기'다.

역사 수레바퀴 거꾸로 돌리기의 극치는 역시 김기춘 씨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이었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유신문화의 상징적 인물, 저 악명 높은 유신 헌법을 기초한 인물, 1992년 대선 때 YS의 당선을 돕기 위해 부산 초원 복국 집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 외치던 인물,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 그룹인 7인회 멤버의 한사람, 비서실장 되기 전에 이미 대통령에게 후배인 정홍원 씨를 총리로 천거해 등용 시킨 것으로 알려진 인물, 구시대적 술수 전문가.

수도 없는 수식어가 그 이름과 함께 붙어 다닌다. 이번 내란 음모 사건도 그가 기획해 이뤄낸 '작품'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를 등용해 놓고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이 국정운영의 중추'라고 말 할 정도로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고령의 유신 검사가 대통령 곁에 자리 잡은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왔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시인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거듭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 대통령인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생각을 해야 한다. 아버지 시절에 대한 향수는 이제 접는 게 옳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더 이상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된다. 나라가 불행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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