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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와 기업, 당신 집 수도꼭지를 노린다

[민영화 공동 기획⑦]외국기업도 군침 흘리는 한국 '물시장'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부는 '자회사' 형태의 수서발 KTX 분리를 추진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는 영리 병원과 각종 규제 완화로 대변되는 '의료 산업 활성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도시 가스 도매 시장에 경쟁 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가스 민영화법(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일부 지자체도 수자원공사를 통해 상수도를 민간 위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과 민주노총은 철도, 의료 등 각 분야에서 진행되는 민영화(사유화) 현황을 짚는 기획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편집자>

▲ 이탈리아 만평작가 Enrico Bertuccioli(엔리코 베르투치올리)가 그리고 '카툰무브먼트'에 올린 '물 사유화 관련 만평(http://www.cartoonmovement.com)' '물 사유화 반대'는 세계적 추세다.ⓒ카툰무브먼트

다국적 물기업 등이 활동하는 세계물포럼이 2015년 4월 대구 경북 지역에서 열린다. 환경부와 대구시는 세계물포럼 이후 물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구국가산업단지에 2017년까지 2500억 원을 들여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이미 국회에서는 지난 5월 이 포럼 등을 지원하는 특위를 꾸렸다. 물산업 클러스터에는 세부적으로 한국물산업진흥원과 종합 물산업 실증단지, 물기업 전용단지가 조성된다.

물 산업 클러스터 추진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물 기업' 육성 프로젝트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도입과 함께 추진된 '물 민영화'가 이명박 정부에서 날개를 달고, 박근혜 정부에서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물포럼과 관련해 글렌 다이거 국제물협회 회장은 "대구의 워터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 비즈니스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으며 물산업은 대구 경제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2015년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비즈니스에 유리한" 물 사업 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이는 상하수도 사업의 민간 진출 확대를 의미한다. 특히 마실 물과 직결되는 상수도 사업, 이 분야에 민간 '물 기업'의 진출이 향후 확대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를 '물 민영화'라 부른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물 민영화'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 마중물은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민간 위탁'이다. 한국의 물 관리 체계는 현재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겪고 있다.

민영화 공동 기획
<1> '박정희 폐해' 해결책이 사유화? 잘못 짚었다
<2> 50여 명 죽인 '돈 먹는 하마'…한국 철도도?
<3> "세계 어디서도 안 되는 걸 왜 박근혜 정부는 된다고 하나"
<4> 박근혜 야심작 '의료 관광', 실은 독(毒)사과?
<5> "동남아처럼 의료 관광하자던 정부, 태국 의료 현실 아나?"
<6> "가스 민영화로 요금 싸져?"…일본·영국·스페인을 보라

공기업이 운영하면 '민영화'로 안간다?…천만에!

많은 사람들이 '물 민영화'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지만 거칠게, 그리고 단순하게 정리하면 '물 민영화'는 상수도 민영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현재 상수도 민영화의 전 단계로 의심받는 상수도 민간위탁이 전국 지자체에서 환경부의 '당근 정책'(상수도 사업을 민간에 위탁한 지자체에만 관망 사업 등과 관련된 '국비 보조금'을 주도록 돼 있다.)으로 인해 활발히 촉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민간 위탁은 민영화의 '마중물'이 될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상수도 관리 체계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한국의 상수도 관리 체계는 복잡하다. 일단 유관 부처만 해도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기획재정부 등 6개다. 이 중 국토해양부는 수자원종합개발정책, 광역상수도, 지하수 등 '물 공급'에 관한 업무를 관장한다. 환경부는 수질, 지방상수도, 하수처리 등을 관장한다. 농림부는 농업 용수, 교육부는 학교용수를 관장하고 안전행정부는 큰 틀의 소하천 관리를 담당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들의 재정 운용을 담당한다.

크게 따지면 실무 부처는 두 곳이다. 국토부가 광역상수도를, 환경부가 지방상수도를 관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자체 상수원을 개발해 원수를 취수한 뒤 정수과정을 거쳐 배수지에 저장을 한다. 배수지에 저장된 수돗물을 각 가정에 공급하는 일까지 지자체가 '원스톱'으로 맡아왔었다. 현재 '물 민영화' 문제가 촉발되고 있는 게 바로 환경부가 관장하고 있는 지자체 산하 지방상수도 부분이다.

특별·광역단체를 제외한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는 지방상수도를 한국수자원공사(수공)에 위탁하는 이른바 '민간 위탁 문제'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수공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민간 위탁'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는 게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다.

수공의 참여는 '공기업 위탁'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상수도 사업 구조 개편' 차원에서 진행된다. 즉 지자체의 상수도 운영 의무를 느슨하게 만들어 '민간 위탁'으로 가는 길을 닦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수공을, 현재 한국에 전무한 '상수도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는 차원에서 민간 위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지난 2000년 초반부터 십 수년간 진행된 '민영화' 방안 자체가 기존 '상수도 국가(지방정부 포함) 운영'의 틀을 깨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상수도 전문 기업(공사) 육성 및 상수도 시장 개척'의 비전이 실현되는 구조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지난 2009년 내놓은 '정부의 지방상수도 민영화정책 비판과 대안 모색'을 보면 더욱 명확하다. 이 자료는 '상수도정책의 전환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이 붙은 서울대 홍덕화 씨의 2008년 석사 학위 논문을 인용해 "(정부 정책은 물 산업의) 공공 부문 내에서 경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민간 위탁을 할 수 있는 공기업을 육성(수공 육성)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방안은 다름 아닌 서울과 부산 등 '특·광역시의 상수도 사업 본부를 공사(公社)화 하고 수자원공사를 전문기업으로 육성해 민간 위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상수도 민간 위탁과 관련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곳은 강원도 태백시다. 지난 5월 태백시 심의위는 상수도 통합관리위탁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주민공람, 주민설명회, 태백시의회의 동의 절차 등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이 문제로 시와 의회간에 예정된 간담회가 무산되는 등 갈등이 벌어졌다. 시민단체인 태백희망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지방상수도 위탁 운영은 시민 생명인 물의 민영화이고 사유화"라며 "태백시가 추진하는 지방상수도 위탁 운영 작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외국 기업도 군침 흘리는 한국의 '물 시장'…만약 민영화 하게 된다면?

이명박 정부는 '불도저'와도 같았다. 집권 직후 곧바로 상수도의 민간 위탁을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물산업 지원법'을 내놓았다가 '물 민영화' 여론과 촛불집회에 부딛혔다. 환경부가 주도한 이 법안은 '공공수도사업'을 '물사업' 개념으로 변환시키려는 노력의 일부였다. 거칠게 밀어붙이다 손을 데인 모양새였다.

2008년 4월 25일, 행정안전부는 포항, 경주, 통영의 상수도 사업소에 대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상수도 관리를 수공에 위탁하라"는 '지방 공기업 개선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생겼다. 민간 기업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왜 수공에 특혜를 주느냐는 취지다. 이를 달래기 위해 환경부는 2008년 5월 8일, 코오롱, 포스코, 두산, 쌍용, 한화, GS건설, SK가스, 등 13개 국내 유수의 건설업체를 불러 지방 상수도 운영 체계 개편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간담회 관련 자료를 보면 '민간 기업 요구 사항'에 "상수도 전문 기관 위탁시 수공만 위탁하는 것은 특혜 우려가 있으므로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가 일반 경쟁 입찰을 통한 공정한 경쟁 환경 필요", "민간 기업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물산업지원법 제정(2009년 초 예정)후 추진"이라는 문구들이 나온다. 관련해 환경부는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1~2개 민간 기업이 (지방 상수도)에 참여하는 시범 운영이 필요하다"는 파격적 안을 내놓지만 행정안전부의 반대에 부딛히게 된다. 현재 상황을 보면 행정안전부가 당시 '분쟁'에서 이긴 것으로 보인다.

이 사례에서 알수 있는 것은 민간 기업의 상수도 사업 참여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의 강력한 '의지'와 정부(환경부)가 주도하는 지자체의 상수도 민간 위탁 추진 흐름,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물 기업 육성' 공약 등이 맞닿으면 '물 민영화'가 가속될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외국 기업도 한국의 상수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세계 최대 수처리·물 기업인 베올리아워터(Veolia Water)의 한국 지사인 베올리아워터코리아와 '아시아, 태평양 교육센터'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MOU를 맺은 상태다. 베올리아워터는 이미 한국의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사업에 진출해 있다.

ⓒ프레시안

베올리아워터코리아 홈페이지에는 '지자체를 위한 서비스' 부분이 별도로 설명돼 있다. 관련해 이 회사는 "국가와 지방 정부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아웃소싱 계약이 있으며, 계약의 형태에 따라 베올리아워터는 총체적인 상하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올리아워터의 고객에 대한 1차 책임은 고객의 가정에 음용수를 생산 및 공급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달아 놓았다.

아직 상수도 진출은 요원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은 현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정책과 '상수도 산업 경쟁 도입' 등이 가속화되면 각 지역에서 '베올리아'가 만든 물이 수도꼭지를 통해 공급될 날도 올수 있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의 '정부의 지방상수도 민영화정책 비판과 대안 모색' 자료는 "상수도 민영화 추진이 다국적 물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검토돼야 할 부분은 한미 FTA에서 논란이 됐던 '투자자 정부 제소 조항'이다. 부속서에는 물이 '유보 사항'으로 돼 있지만 민영화 하면 이를 적용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상수도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모든 국민에게 예외없이 안전하고 값싼 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국가 수도사업'의 목적에 맞는 운영이 이뤄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물값 상승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수공이 상수도를 위탁운영하는 지지체들의 수도 요금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거나, 가파른 상승이 예고된 상태다. '물 민영화'는 소리 없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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