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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서도 안 되는 걸 왜 박근혜 정부는 된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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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서도 안 되는 걸 왜 박근혜 정부는 된다고 하나"

[민영화 공동 기획 ③] 독일-한국 철도 전문가 대담

정부는 우리 철도 산업이 나아갈 모델로 '독일 모델'을 제안했다. 독일 철도가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한 한국 철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독일에는 정부가 말하는 '독일 철도'가 없다"고 지적한다. 정말일까?

전국철도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이 주최하고 <프레시안> 등이 후원한 '한국 철도의 미래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은 독일의 철도 전문가 베르너 레(Werner Reh) 박사와 <프레시안>을 포함한 각종 매체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철도 전문가로 이름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만났다.

레 박사는 현재 독일의 최대 환경 단체인 BUND(분트)의 교통정책과장을 맡고 있는 정치학 박사다. 그의 이력이 설명해주는 것은 많다. 철도 민영화 문제는 어느 사회에서나 큰 정치적 논란을 낳았다. 이 때문에 가장 정치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된 독일의 '철도 사유화 논쟁'의 정치적 상황과 그 맥락을 명쾌하게 짚어낸다.

그가 몸담고 있는 BUND는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 단체로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의 환경 운동 전문가들이 교통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독일로 건너가 이 단체를 찾은 적도 있다.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무궁화호를 운전하는 현직 기관사다. 그는 <프레시안>에 '달리는 철도에서 본 세계'를 연재하고 있으며 철도 관련 전문 서적의 출간도 앞두고 있다. 독일과 한국의 두 철도 전문가가 서울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마주앉았다. 이 대담은 지난 27일 진행됐고, 통역은 김석 공공운수노조 대외협력실장이 맡았다. 대담에서 언급되는 '독일철도', 'DB', '독일철도지주회사' 등은 모두 우리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도이체반(Deutsche Bahn)'을 뜻한다. <편집자>


▲ 베르너 레 박사와 박흥수 객원연구위원 ⓒ프레시안(최형락)

"독일 철도가 경쟁 체제? 한국 정부 주장,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박흥수 : 한국에서는 철도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나 일부 전문가들이 '독일 철도'를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발표한 '철도 산업 발전 방안'도 독일식 모델이라며 우수한 독일 철도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독일 철도는 광대한 철도망과 우수한 차량 제작 능력, 오랜 고속철도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말하는 독일식 지주회사 방식의 철도 회사 간 경쟁 체제 도입이 철도의 발전을 가져올 희망적 대안인지 묻고 싶다. 사실 제일 마지막에 들어가야 할 질문인데, '돌직구'를 던져본다.

베르너 레 : 한국이 표면적으로 독일 모델을 따르는 게 일견 맞을 수 있다. 독일은 1949년 국가 권력이 행정부의 철도 부서를 철도 회사(공기업)로 만들고 이후 지주회사를 도입했다. 당시 필요했던 일이라고 전제하고 긍정적 측면을 본다면, 막대한 철도 부채(당시 부채는 약 680억 마르크, 약 42조 원으로 독일 정부가 이를 전액 떠안았다. <편집자>)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부채를 정부가 떠안으면서 독일 철도는 굉장히 유연하게 시장에 적응할 수 있었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면, 경쟁 도입을 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는 경쟁이 전혀 없고, 고속철도(한국의 KTX와 같은 개념)도 경쟁 자체가 아예 없다. 독일 철도 모델을 '경쟁 체제'라고 하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통합과 분리 측면에서 (독일에서는) 현재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지역이나 지방을 운행하는 공공 철도를 어떻게 복합적으로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할지,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독일 철도의 부정적인 부분만 도입하려 한다는 느낌이다. 지금 독일에는 (오히려) 공공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논의들이 있다.

박흥수 : 한국에서는 전체 고속철도 노선의 일부분에서 분기하는 지점(수서~평택 노선)을 건설하고 이곳을 시발점으로 하는 새로운 고속철도 회사를 설립하려고 한다. 경쟁이 효율을 가져온다는 논리다. 한때는 이 노선의 운행권을 민간에 넘기려 했는데, 반대에 부딛힌 후 이제는 기존 철도 운영을 맡은 국유 공기업(코레일)의 자회사를 설립해서 운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것이 공공성을 갖춘 독일식 모델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상을 보면 지주회사의 고속철도와 자회사의 고속철도가 서로 경쟁하는 엉뚱한 방식이다. 과연 이것을 독일식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까?

베르너 레 : 그런 형태는 독일식 모델이 아니다. 독일과 한국, 코레일과 DB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독일에서는 2006~2007년 자회사 중 기반 시설을 담당한 자회사 일부를 민영화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결국 시민 단체, 환경 단체, 노조 등의 비판으로 실패하게 됐다. 지주회사인 독일철도가 자회사로 여러 분야를 떼서 물류 회사, 장거리 운행 회사 등을 만들어놓았는데, 부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차가 문이 고장 나 멈췄다. 승객이 '도와달라'고 하면 근처 직원이 '미안하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 회사 일이 아니예요'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각 회사들이 중복 투자를 하게 된다. (비용 낭비로)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고 긍정적인 면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민영화 공동 기획
<1> '박정희 폐해' 해결책이 사유화? 잘못 짚었다

<2> 50여 명 죽인 '돈 먹는 하마'…한국 철도도?

박흥수 : 독일의 민영화 로드맵을 전제로 만들어진 방식이 한국에선 공공적 모델로 둔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철도 개편 논의가 시작된 게 1980년대 말이지만, 1990년 통일을 이루며 동서독 철도의 통합이라는 과제와 맞물려 개편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1994년 정부가 출자한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점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베르너 레 : 일단 방금 말씀하신 게 맞다. 현재 독일 철도는 법적인 차원에서 보면 민영화가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언제든지 재시작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자회사인 물류, 시설 등의 부분은 '관리 감독위원회' 같은 것을 만든다는 전제로 다시 (민영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 민영화의 경우 사실 아무도 공개적으로 찬성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문제도 얽혀 있다. 아무도 정치적으로 찬성하지 않지만, 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말이다. 2006년~2007년 일부 자회사 민영화에 실패했는데, 당시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낭비되고, 재투자가 안되고, 철도의 '정시성'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 등을 봤다. 현재는 중단된 상태인데 민영화 중단이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중단돼야 한다는 게 내 바람이다.

"수서발 KTX? 그건 오히려 불공정 경쟁 아닌가?"

박흥수 : 수서발 KTX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다. 현재 한국철도공사는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이고 이것은 주식회사도 아니다. 그런데 새로 건설될 노선에서 운영될 KTX는 주식을 발행하는 자회사 형태다. 경쟁이 가능할까?


▲ 베르너 레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베르너 레 : 일단 경쟁을 위해 도입된다는 부분을 보자. 그 경쟁이라는 것도 심지어 불공정한 경쟁이 될 것 같다. 고속철도는 엄청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 때문에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일이다. 국가 정책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노선에서) 경쟁을 위해 따로 회사를 만들고 주식을 발행한다? 부채 부담도 없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새 고속철도 회사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기존 회사와 비교할 경우) 불공정 경쟁이 될 것 아닌가? 그런 식의 체제는 국가 기간망인 철도를 빈곤하게 만든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고속철도는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경쟁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독일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고속철도(KTX)는 더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대중에게 매력적이고 (독일보다) 더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경쟁을 한다니.

박흥수 : 이것은 소유 구조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주식이란 것은 매각이란 행위를 통해서 언제든지 사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르너 레 : 그런 구조는 굉장히 위험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철도 회사를 통해 주식을 발행하고 판다면, 그것을 누가 사겠느냐. 러시아 석유 재벌이나 그런 주식을 살 것이다. (웃음) 그런데 러시아 재벌이 철도에 대해 뭘 알겠나(2006~2008년 철도 사유화 논쟁 과정에서 러시아 자본이 독일 철도 자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려 했던 상황에 대한 농담. <편집자>). 그런 주식은 단 한 주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게 독일 노동 단체들의 입장이다. 100% 국가나 공공 부문이 주식을 갖고 있는 게 맞다. 만약 주식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팔게 된다면 그 주주들은 '나에게 더 많은 이윤을 가져오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공공성은 물론 환경 등의 분야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박흥수 : 한국 사회에서 철도 정책은 정부 관료 주도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노동조합이나 이용자 대표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는다. 국회 논의도 회피한 채 진행시킨다. 정부는 한국 철도가 독점이라서 효율성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은 정책을 독점하는 정부가 문제인 셈이다.

베르너 레 : 독일에서도 정책 결정자나 전문가들이 그런 '논의'나 '논쟁'을 주도한다. 폐쇄적인 논의 구조다. 대부분 민영화가 옳고 경쟁 체제 도입이 답이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이런 구조에서 노동자, 시민들이 논의에 참여하는 방안을 관철하기 힘들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정부는 주로 민영화가 옳다는 논리에 쏠리게 된다. 사회민주당도 (정치적으로는 민영화를 반대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영화 논리로 쏠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사민당원은 대부분 반대했지만 슈뢰더 당수는 찬성했다. 녹색당도 초기에 혼란을 겪다가 반대 입장을 정했다. 언론도 초반에는 민영화에 찬성했다. 당시 DB 사장이 언론인 출신이기도 해서 홍보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도 나중에는 (반대로) 바뀐다. 대중적인 여론도 반대로 바뀌게 되는데, 최근 마인츠에서 철도 사고가 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그런 것이 2008년까지 진행됐던 민영화에 대한 후과가 아닌가.

"독일 철도가 흑자인 이유?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망 운영 수익 때문"

▲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프레시안(최형락)
박흥수 : 독일 철도는 1990년대 이전의 적자 경영 상태를 벗어나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렇게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 독일 철도 개혁의 성과라고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철도의 흑자가 독일 철도의 공공성이나 이용 편의성을 확대하고 철도 수송 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건지 아니면 구조조정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발생한 건지 알고 싶다.

베르너 레 : 좋은 질문이다. 흑자는 구조적인 성과다. 두 가지다. 첫 번째, 1994년 기업 형태로(공기업) 만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철도 부채 문제를 해결해줬다. 그래서 독일 철도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현재 독일 철도는 흑자인데,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독일 철도의 이윤은 레일 비즈니스(운송 사업)에서 오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 운영(망 사업)에서 온다는 점이다. 즉 프랑스 철도든 다른 나라 철도든, 독일의 네트워크를 이용하게 되면 돈을 지불한다. 이런 식으로 물류, 운송, 보관 등이 흑자의 주된 이유가 된다. (적자 운영인) 지역 철도는 보조금을 받고 운영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DB가 수익을 얻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박흥수 : 네트워크 운영에서 얻은 이익이 전체 DB의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망 운영을 통한 수익이 독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한국 철도와 비교가 안 되는 것 같다. 지정학적 요인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과 같은 곳에서는 사면으로 철도망이 연결된 독일처럼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독일형 모델이 한국 철도에 흑자를 안겨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송 시스템은 독일이나 한국이나 포화 상태인데, 독일의 흑자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독일식만 도입하면 될 것처럼 하니 답답한 상황이다. 독일 철도의 10분의 1 수준의 철도망을 갖고 있는 한국 철도가 독일식 철도 기업의 행태를 따른다고 해서 공공성을 갖게 된다는 것도 의문이다. 독일은 1994년 새로운 DB 출범 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독일 사람들은 독일철도의 20년 개편 과정에 대해 대체적으로 우호적인지 궁금하다. 철도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요금, 운행 편수, 이용 편의성 등에 대해 체감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이용자들은 철도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나?

베르너 레 : '철도 때리기'라는 말이 있다. 철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일반적이다. 옛날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제 개인 경험으로는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철도 서비스는 진보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대중 여론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국엔 더 긍정적인 여론의 분위기가 있다. KTX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 같다.

박흥수 : 한국 정부는 독일의 지역 노선에 보조금을 주면서 경쟁 입찰을 통해 민간 운영 회사들에게 지선 운영을 맡긴다고 보고 있다. 경쟁 입찰을 통해 지역 노선 운영 회사들에 운영권을 준다고 돼 있다. 한국 정부는 자료를 통해, 독일철도에 민간 참여가 확대되어 현재 385개의 여객 및 화물 운송 회사가 존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역에 한하지만 민영화와 다수의 경쟁 체제가 독일에서는 일반적인 것처럼 주장하는데, 어떤가.

베르너 레 : 독일에서 지방 노선의 경우 DB 이외의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고 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데, 독일은 그 경쟁을 컨트롤할 수 있다. 독일은 철도를 지역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지역 노선의 경우 보조금이 약 70억 유로 정도 투입된다. 물론 EU에서는 이런 보조금 정책에 비판적이다. 어찌됐든 경쟁이라고 하는데 (입찰에 응하는) 상당수가 공기업이다. 물론 민간 기업도 있다. 전국 규모로 철도를 운영하는 것으로는 두 개의 회사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독일 철도에서 DB의 역할은 막강하다. 자유 경쟁이라고 볼 수 없다. 민간 기업 등 지선에 참여하는 기업들에는 전체 시스템에 협력해야 하는 의무가 강제되고 있다.

▲ 베르너 레 박사는 "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안 되는 것을 왜 한국 정부는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통합적인 운영이 옳은 것이다. 경쟁이라는 것도 공정한 경쟁이 아니지 않나. 모든 이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닌데 경쟁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철도, 경쟁 체제 도입한다고? Let it be!"

박흥수 : 베르너 레 박사는 환경 전문가이기도 하다. 환경과 철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서 친환경적인 철도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인프라가 된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철도에 대한 환경적 접근의 의미에서 지원 정책 같은 것이 존재하나?

베르너 레 :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세 가지 측면이다. 사회적·경제적 측면, 그리고 환경적 측면이다. 사회적 측면이라면 노사 관계 등이고, 경제적 측면은 효율성 문제다. 효율성 문제는 언제나 논쟁적이다. 세 번째는 환경적 측면이다. 에너지 문제를 얘기한다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새 기관차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를 철도로 대체하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가 '분트'인데 홈페이지에 가보면 세 가지 측면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게시돼 있다.

박흥수 : 경쟁 체제를 도입하려 하는 한국 철도, 그리고 한국 정부에 충고나 조언을 해준다면?

베르너 레 : Let it be! (웃음) 그대로 두어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안 되는 것을 왜 한국 정부는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통합적인 운영이 옳은 것이다. 경쟁이라는 것도 공정한 경쟁이 아니지 않나. 모든 이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닌데 경쟁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스웨덴의 경우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가 파국으로 귀결됐다. 지금은 그것을 아무도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체리 피킹(전체 시스템은 고려하지 않고 좋다고 여기는 방식만 골라서 도입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결론으로 귀결돼 왔다. 한국 상황에 있어서 코레일은 매우 성공적인 모델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아는데, 코레일에 기회를 주면 된다. 앞으로 과제는 철도와 철도의 경쟁이 아니다. 철도와 (대기 오염을 더 유발하는) 도로 교통의 경쟁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로 교통을 철도로 끌어오도록 해야 한다.

박흥수 : 제가 생각하기에는 철도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유 구조에 있어서 공적 체제, 기업 지배 구조에 있어서 시민과 노동자 참여가 가능한 민주적 시스템, 운영 구조에 있어서 철도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미래 전망,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경향의 관료와 이에 지배당하는 학자들이 철도 정책을 독점적으로 주도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사회적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독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정당을 비롯한 정치권, 시민사회, 노동자들이 철도 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모아내고 제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베르너 레 : 전적으로 공감한다.

박흥수 : 긴 시간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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