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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무시하는 사장, 스스로 권위 깎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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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법원 무시하는 사장, 스스로 권위 깎는 법원

[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 <14>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해고 투쟁기

회사가 한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 당한 노동자는 그것이 부당 해고라고 주장했다. 해고가 부당하다고 시위하는 과정에서 동료에게 '린치'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결국 법원의 판단에 맡겼다. 법원은 부당 해고가 맞다고 했다. 복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해고 당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길거리에 나앉게 된 그 '고생값'은 어느 정도 크기일까. 법원의 판단을 또 기다려야 했다.

부당하게 거리를 헤매던 시절, 받아야 마땅했으나 받지 못한 월급, 그리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위자료 소송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는 언제나 '을'이다. 법의 힘이라도 빌려야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김선수 변호사는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후 그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들었지만, 결국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사건을 맡았다. 대개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 '부당 해고'에 상응하는 위자료가 터무니없이 적게 결정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법원이 옳은 판결을 내리고, 그 판결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도록 사용자에게 명령하는 것은 아직도 왜 이리 어려운가.

김 변호사는 "해고가 무효임이 법원 판결에 의해 확정되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무시한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의 액수는 법원 판결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법원 판결의 '가치'를 법원 스스로 깎는 세태, 곱씹어 볼 만한 주제다. <편집자>

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
(1)
전태일을 생각하며 변호사를 꿈꾸다
(2) 노동 변호사를 야유한 노동자들, 그 실체는…
(3) 회사는 왜 캐디를 '사장님'으로 만들어줬나
(4) 건설 노동자는 병원 노동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라?
(5) 통상임금 논란, 원조는 25년 전 이 사건!
(6) 1992년, 여의도광장에서 '노동자 대회' 열린 이유는?
(7) 신영철 대법관, 노동자 옥죄는 '이것' 해결해줄 수 없나?
(8) 힘들게 대기업 합격, 그런데 출근은 하지 마라?
(9) "전두환 신군부 때문에 퇴직금 소송만 10년"
(10) "21세기, 이게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이라니…"
(11) 어느 날 캠퍼스에서 사라진 그 교수들, 왜?
(12) 8년 8개월 8일 만에 복직, 대법 판결만 2번…어쩌다?
(13) 노조 위원장 자살, 부위원장 사망…대학은 책임 없나?

해고 사건의 승소 판결 확정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의뢰인(이하 '원고'라 함)이 2011년 12월 16일자로, 회사로부터 12월 20일자로 원직에 복직하라는 '원직 복직 명령' 통보를 받았다. 2004년 7월 29일 해고된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해고는 원고가 노동조합에서 회사에 협조적인 집행부와 대립하는 소위 '야당' 활동을 하고, 잘못된 통상임금을 바로잡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행해진 것이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교통사고, 지연 운행, 지각 등등 16가지를 해고 사유로 나열했었다.

원고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및 복직될 때까지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하였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05. 4. 22. 선고 2004가합7907 판결: 재판장 판사 황한식, 판사 이동욱, 판사 김유경),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가 기각되고(서울고등법원 2005. 12. 28. 선고 2005나41865 판결: 재판장 판사 박해성, 판사 성수제, 판사 전현정),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2006년 5월 12일 심리불속행으로 피고의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되었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다6225 판결: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손지열, 박시환(주심)}. 해고 사건은 내가 담당하지 않았다.

위자료 청구 사건의 수임 경위

나는 2007년경에 서울 시내버스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해고되어 본인이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수행했으나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항소심에서 수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위 해고 사건은 열심히 했으나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했고,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시내버스 업계에서는 소위 '야당' 세력으로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는 운전기사들의 네트워크가 있는 모양이어서 그 과정에서 원고를 만났다. 그리고 다른 시내버스 회사에서 2007년 11월 25일자로 해고된 운전기사도 만나게 되어 그 해고 사건을 수임해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위 해고 무효 확인 민사 사건은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08. 10. 1. 선고 2008가합5466 판결: 재판장 판사 정진경, 판사 홍성욱, 판사 조미화), 항소심에서도 항소 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09. 5. 15. 선고 2008나101669 판결). 위 사건은 회사 측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2009년 6월 중순경 확정되었다. 그 해고자는 해고된 후 1년 8개월 만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아 일반적인 예에 비추어 보면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래도 당사자에게는 힘든 기간이었다. 1심 진행 도중 회사 근처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동료 기사에게 린치를 당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다음부터는 생계 해결을 위해 건설 현장에 일용직으로 나가기도 했다. 위 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해고는 무리한 노무 관리의 결과이다. 그렇지만 소송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경제적 압박, 동료 기사들의 경계하는 듯한 눈초리 등등으로 굳게 마음먹지 않으면 법적 투쟁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권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절감하고, 그럼에도 이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경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원고가 2006년 5월 12일자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회사는 원고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회사는 원고를 복직시키지 않은 채 해고 무효 확인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해고 전 평균임금만 매월 원고에게 지급했다. 회사가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복직시키지 않은 것은 원고가 노동조합에서 야당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집행부가 원고의 복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회사는 굳이 원고를 복직시킴으로써 분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에 원고는 2009년 2월경 회사를 상대로 임금 인상분과 복직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고, 나는 이 사건을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 대법원의 판결 장면 ⓒ뉴시스

1차 위자료 소송의 진행

원고는 해고 사건의 항소심 변론 종결 이후인 2006년 2월 1일부터 2009년 1월 31일까지의 기간 동안에 원고가 근로를 제공했다면 추가로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인상분과 피고가 위 기간 동안 원고의 근로 제공을 계속 거부함에 따라 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위자료로 5000만 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임금 인상분은 모두 인정하고 위자료는 3000만 원 인용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9. 9. 9. 선고 2009가단14477호 판결: 판사 허상진).

위자료 청구에 대한 1심 판결 이유는 회사가 원고의 복직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직시키지 아니한 채 근로 제공의 수령을 계속 거부하는 것은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그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에 비추어 명백하고 따라서 회사는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데,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 이 사건 해고 및 복직 거부에 이른 경위 및 원고가 받은 재산상, 신분상 불이익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3000만 원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원고는 1심 판결의 위자료 액수에 불만이 있었으나 항소하지는 않았다. 회사는 임금 인상분은 모두 지급했지만, 위자료에 대해서는 액수가 너무 많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회사가 항소심에서 추가로 한 것은 거의 없었다. 단지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는 공평의 관념에 따라야 하는데, 생명·신체·명예에 직접적인 손해를 입은 것도 아니므로 300만 원 이상으로 정하는 것은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을 따름이다. 그런데 항소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위자료 액수를 1000만 원으로 대폭 감액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0. 5. 19. 선고 2009나7791 판결: 재판장 판사 김필곤, 판사 정상철, 판사 안민영).

위자료 액수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 이 사건 해고 및 복직 거부에 이른 경위 및 원고가 받은 재산상, 신분상 불이익의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위자료 액수는 1000만 원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유에서는 1심 판결과 글자 한 자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왜 1심 판사는 3000만 원이 상당하다고 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1000만 원이 상당하다고 했을까? 항소심이 합리적 이유 없이 1심 판결 인정의 위자료 액수를 깎아도 되는 것인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2010년 5월 26일 판결문을 송달받고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결국 위 판결은 2010년 6월 9일자로 확정되었다.

2차 위자료 소송

회사는 1차 위자료 소송의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평균임금과 항소심에서 지급을 명한 위자료만 지급하고 원고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2010년 9월 28일자로 다시 본인 명의로 추가 임금 인상분을 지급해줄 것을 청구하는 지급 명령을 신청했다. 회사가 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이의 없이 지급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해서만 지급 명령 신청을 했던 것인데, 회사가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그래서 다시 사건을 수임해서 임금 인상분뿐만 아니라 1차 위자료 판결에도 불구하고 복직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청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했다. 1심은 2011년 4월 13일 추가 임금은 전액 인용하고 위자료는 1500만 원만 인용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1. 4. 13. 선고 2011가단679 판결: 판사 박창제).

원고는 항소를 할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회사가 항소하여 원고도 부대항소했다. 회사는 1심 판결 선고 후 추가 임금은 모두 지급했으나 위자료는 지급하지 않았다. 추가 임금과 위자료가 구분되어 연 20%의 지연 이자 지급 시기가 달리 기산되었는데, 추가 임금은 항소심에서 변경될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임의로 지급하고 위자료 부분만 다투었던 것이다.

원고는 위자료 부분 가집행 판결을 근거로 해서 회사의 부동산에 대해 경매 신청을 했다. 비용만도 500만 원 정도 들었으나, 복직을 요구하는 강력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감행한 것이었다. 그러자 회사는 판결 금액 전액을 공탁하고 강제 집행 정지 신청을 했다.

항소심에서 회사는 원고가 이미 1차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 판결을 받아 위자료를 받았고, 1차 위자료 판결 확정 이후에 회사에 복직을 요구한 사실이 없으므로 다시 복직을 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정기일을 잡아 임의 조정을 시도하였으나 양 당사자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이 결렬되었다. 그러자 재판부는 위자료로 750만 원만 지급하고 2011년 11월 15일까지 복직시키라는 내용으로 강제 조정을 하고 조서를 송달해왔다. 이 조정안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가 모두 이의를 제기했다.

회사는 원고가 1차 위자료 소송 확정 후에 회사에 복직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며 인사 담당 이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그런데 증인으로 나온 인사 담당 이사는 원고가 회사를 방문하였을 때 "일을 시켜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증언함으로써 회사의 주장과는 달리 증언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회사는 정년이 지난 60세 이상의 고령자만을 촉탁직으로 신규 채용하였음이 드러났다.

촉탁직은 재임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없고, 고령자를 고용하면 지원금도 받게 되어 회사로서는 일거양득이다. 나아가 회사는 원고를 복직시키지 않는 중에도 운전기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버스에 부착하고 운행하였고, 원고가 지방고용노동청에 사실 조회한 바에 의하면 1차 위자료 소송 확정 이후에도 많은 운전기사를 신규 채용했다. 회사는 인력이 부족하면서도 원고를 복직시키지 않은 것이다. 항소심에서 동료 직원 10명이 회사가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지 않는 것은 원고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함이라는 진술서를 작성해주어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러한 사정들은 회사가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지 않는 것이 악의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2011년 12월 2일 아무런 이유 없이 위자료 액수를 500만 원 감액하여 1000만 원만 인정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1. 12. 2. 선고 2011나3921 판결: 재판장 판사 김익현, 판사 김영희, 판사 정인영). 항소심에서 위와 같은 추가적인 증거들이 제출되었음에도 위자료를 증액해주지는 못했을망정 도대체 왜 감액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항소심에서 위자료 액수를 감액하면 1심에서 인정되었던 연 20%의 지연 손해금도 항소심 판결 선고 시까지는 연 5%로 하향 조정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항소심을 수행한 회사 측 변호사로서는 금전상 성과를 낸 결과가 된다.

다른 해고자의 위자료 소송

다른 회사에서 2007년 11월 25일자 해고되었다가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2009년 6월경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운전기사의 경우에도 회사에서 복직을 시키지 않았다. 시내버스 업계 사용자들의 공통적인 대응 방식인 모양이다. 위 운전기사도 2년 정도 복직을 기다리다가 2011년 6월경 임금 인상분과 위자료(6000만 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도 회사의 소재지가 서울북부지방법원 관할이다.

1심 담당 판사는 앞에서 설명한 원고의 2차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1500만원을 인정했던 판사였다. 2011년 12월 7일 선고된 1심 판결(서울북부지방법원 2011. 12. 7. 선고 2011가단26251 판결: 판사 박창제)은 위자료로 1000만 원만 인정했다. 역시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 이 사건 해고와 복직 거부에 이른 경위와 기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위자료의 액수를 1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를 설시했다. 결국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사용자가 원직 복직을 시키지 않는 경우에 1000만 원의 위자료만 부담하면 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모양이다.

위자료 액수 타당한가?

우리나라 법원은 일반적으로 위자료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1심 판사가 3000만 원 또는 1500만 원으로 인정한 위자료를 항소심 재판부가 이마저 깎아버린 것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부적절하다. 그리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한 위자료가 1000만 원에 불과한 것 역시 납득할 수 없다. 노동자로서는 부당한 복직 거부로 출근을 하지 못하니 집안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상하게 보임으로써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동료들과 같이 근무하지도 못하고 또한 노동조합 활동도 할 수 없어 인격권 및 노동조합 활동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회사는 금전에서 조금 손해 보더라도 복직을 시키지 않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여기는 것 같다. 가진 것이 돈밖에 없다는 태도다.

법원으로서는 위자료를 대폭 인정해서 회사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할 경우 그에 상응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해야 마땅하다. 해고가 무효임이 법원 판결에 의해 확정되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무시한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는 법원 판결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한 대가로 1000만 원밖에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는 판결의 가치를 그 정도로 저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법원의 권위를 무시하는 회사의 태도는 그 악의가 매우 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어 회사의 사활에 영향이 있을 정도의 고액의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닐까?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더라도 몇 푼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누가 법원의 권위를 인정할 것인가?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린 판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참고로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2008. 6. 11. 선고 2007가합9997 재판장 판사 정진경, 판사 홍성욱, 판사 조미화)은 부당하게 재임용을 거부당한 조교수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 3억 원을 인정했다. 위자료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재임용 거부 처분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는 오로지 불공정한 교수 임용 과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던 원고를 학교로부터 배제하기 위한 집요하고도 악의적인 보복적 행위임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 (…) 소송의 당사자는 소송의 결과를 존중하고 이에 순응하여야 하며, 이는 법치국가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이다.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라는 기관에서 한 개인을 상대로 저질러진 위와 같은 행위는 사법부의 존재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과연 이와 같이 거듭된 소청심사위와 사법부의 판단까지도 가볍게 무시하는 기관이 학교로서 존립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한다. (…)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이러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 함께 위와 같이 집요하게 거듭되어 온 피고의 악의적인 행위를 제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그에 상당한 액수의 금액을 위자료로 정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원고가 구하는 3억 원 전부를 원고에 대한 위자료로 인정한다."

위 판결 이유의 "피고의 악의적인 행위를 제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이란 표현은 징벌적 배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에 대해 피고 측이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에 2009년 5월 29일 강제 조정에 의해 종결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08나67217).

드디어 복직 명령

▲ 서초동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 상 ⓒ대법원 홈페이지
원고는 2차 위자료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위자료가 감액된 것에 대해 승복하기 어려웠지만 위자료 액수가 많거나 적다는 이유만으로는 상고가 인용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상고를 하지 않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었는데, 회사가 2011년 11월 16일 원직 복직 통보를 한 것이다.

회사는 법무사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그로 하여금 복직 통보를 하게 했다고 한다. 그 사이에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가 실시되어 5선(?)으로 장기 집권하는 위원장이 당선되었다. 한편 원고가 집행을 위해 회사 재산에 대한 부동산 경매 신청을 해놓은 것도 압박을 가하였을 것이다. 원고는 교육을 마치고 2011년 12월 20일부터 근무하게 되었다면서 인사차 들렀다. 해결해야 할 자잘한 문제가 남아 있긴 했었지만 해고된 후 7년 5개월 만에 복직하여 근무하게 된 것이다. 재판에서 이기고도 복직해서 근무하기가 이렇게 힘들다.

회사가 해고 무효 확정 판결이 있었음에도 복직을 시키지 않는 경우 복직 이행 가처분 및 불이행 시 간접 강제 신청을 하는 방법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의 결정(2013. 1. 11.자 2012카합327 결정, 재판장 판사 정재규, 판사 김주경, 판사 한혜윤)은 노동위원회의 구제 명령 외에 별도의 이행 합의서가 작성되었다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사용자가 원직 복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용자에 대해 원직에 복직시킬 의무를 이행하고 위 명령에 위반할 경우 그 위반 행위 1일당 50만 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위 결정은 사용자가 원직 복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법적인 구제 방법으로 원직 복직 이행 가처분과 간접 강제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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