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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속도전…박근혜, MB보다 더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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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민영화' 속도전…박근혜, MB보다 더 불통"

"MB 정부는 여론 수렴 11회, 朴 정부는 고작 3회"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추진 방식이 이명박 정부보다 더 "불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진보정의당 KTX민영화저지특별위원회 박원석 위원장 등이 '박근혜 정부의 철도 산업 발전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이다.

이 토론회에서 윤순철 경실련 사무처장은 "국토교통부는 이명박 정부의 민간 경쟁 방식과 다른 '철도공사(코레일) 지주회사'라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여론 수렴 측면에서 매우 소극적이었으며 형식적 절차를 밟아 민영화 방안을 확정하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보면 박근혜 정부는 여론 수렴에 매우 소극적이다. 윤 처장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관 주도, 민간 주도를 포함해 총 11회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반면, 박근혜 정부는 현재까지 총 3회의 의견 수렴 절차만 거쳤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의 약 5개월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부는 11번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도 민영화에 착수하지 못한 반면, 박근혜 정부는 단 3차례의 여론 수렴 후 국토부 산하 심의기구의 결재를 받고 실제로 '민영화' 절차에 착수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경우 정부가 주관하거나 참여한 토론회, 간담회, 여론 조사는 총 4차례였다. 역시 정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회 토론회도 4차례나 있었다. 민간 단체의 토론회도 비교적 활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회 토론회만 단 1차례 있었다. 국토부와 시민단체의 간담회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정부 주도의 그 흔한 여론 조사 한 번 안 해봤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달 14일 국토부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철도 산업 발전 방안 토론회는 "철도 민영화 밀어붙이기를 위한 요식 절차"라는 거센 지적을 받았다. 결국 토론회는 철도노조와 시민단체 등의 보이콧으로 무산됐다.

▲ KTX 등 철도 민영화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불통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속도전 통해 되돌릴 수 없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 느껴져"

당시 토론회를 지켜봤던 철도노조 관계자는 "의견 수렴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토론회를 연다고 해서 사실 깜짝 놀랐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느낌이었다. 당장 올해 안에 수서발 KTX 법인을 설립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속도전을 통해 '되돌릴 수 없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느껴져 등골이 오싹하더라"고 토로했다.

철도 민영화 구상을 결정하는 데 역할을 했던 민간 전문가 면면을 보면, "여론 수렴은 결국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윤 처장은 철도 민영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민간 및 정부 유관 기관 총 4개 단체의 인적 구성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민간이 만든 철도산업발전포럼(27명), 국토부의 민간검토위원회 자문위원회(19명), 민간검토위원회 전문가소위원회(9명), 그리고 국토부 심의 기관인 철도산업발전위원회(국토부 장관 등 당연직을 제외한 민간 위원 13명)이다.

이들 기관의 인적 구성은 상당 부분 겹친다. 4개 기관을 합해 총 68개의 자리가 있는데, 참가자는 41명뿐이다. 27개 자리는 돌려막기인 셈이다. 특히 이들 단체에 핵심으로 참여한 인사들은 모두 친정부 인사들이라고 윤 처장은 지적했다. 실제 정책 결정이 이뤄진 철도산업발전위원회 민간 위원 13명 중 7명은 민간검토위원회 전문가 소위 멤버와 겹친다. 이들 7명은 교통연구원 출신 3명, 국토부 용역 1명, 교통 시민단체 1명, 기타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국토부의 '철도 민영화 방안'의 논리를 제공한 핵심 인사들이라는 게 윤 처장의 지적이다. 결국 철도 민영화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이리저리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해놓고 '여론 수렴을 했다'고 정부가 자평하고 있는 셈이다.

윤 처장은 이와 관련해 "철도산업위원회의 민간 위촉직 13명의 인적 구성은 국토부의 민간검토위원회에 참여한 개인 혹은 단체, 그리고 2012년에 철도 민영화 지지 성명을 발표했던 소비자 및 교통 시민단체, 업계, 국토부 출신 등으로 사실상 친국토부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비판했다. 윤 처장은 "철도 민영화를 결정하는 단계별 위원회 위원들의 과다한 중복 참여, 철도와 교통 관련 소수 '친국토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주요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정책 검증과 합의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윤 처장은 "사실상 시민 여론 수렴을 배제하고 형식적인 절차를 밟아 민영화 방안을 확정하고 정책 추진 과정 역시 비공개 등으로 투명하지도 않았고,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과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갈등을 관리하고 정책의 수용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없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과 국토부의 이중적 태도

이 같은 불통 논란은 정부의 애매한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정부는 '철도 산업 발전 방안은 새로운 계획'이라고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철도 민영화'와 다르다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명박 정부 시절 관련 연구 토대가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시행만 하면 된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이중적 태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철도 산업 발전의 청사진을 먼저 결정하고 발전 방안을 강구하며,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박근혜식 로드맵'을 새로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마련한 용역 보고서 등을 수서발 KTX 운영 회사 설립 논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토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식 철도 산업 발전 방안 로드맵에 대한 여론 수렴이나 연구 연구 용역 결과는 없는 것 아니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지난 정부에서 다 했던 것들이다. 2009년부터 2010년, 2011년 등에 국토부에서 철도 정책과 관련해 낸 용역이나 토론회 자료들을 참조하라"고 말했다.

즉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국민적 반발이 거세 결국 무산됐던 이명박 정부의 '철도 민영화' 논리를, 현재 추진하는 수서발 KTX 운영 회사 설립 근거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 수렴 절차가 부족한 것이 이런 정부의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처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학계, 시민단체, 법률가 단체들이 국토부의 '철도 산업 발전 방안'을 '단계적 철도 민영화'로 비판하고, 대통령 자신의 공약과 다른 것으로 지적하고 있음에도 이를 승인하고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처장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을 설득하면서 민영화를 추진했음에도 국민들의 반대로 차기 정부로 이관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정권 초기 지지가 높고 업무 추진이 빠른 때 민영화 정책을 확정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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