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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빼돌려 국제중 퍼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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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빼돌려 국제중 퍼줬다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4> 거짓말한 국제중, 싸고돈 교육 당국

2008년, 서울에서는 국제중 설립을 둘러싸고 단식투쟁까지 이어지는 등 극심한 논란이 빚어졌다. "국제중은 일부 특권층을 위한 귀족 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70%를 넘어섰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다급해진 교육 당국, 그리고 영훈중학교와 대원중학교, 두 사학 법인은 갑자기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정원에서 20% 정도 선발해 입학시키고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법인에서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 "쇼하는 것 아니냐"며 못 미더워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럴듯한 '이행계획서(각서)'까지 작성해 내놓았다.

그리고 2008년 10월 15일,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국제중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특성화중학교의 지정 동의(안)'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이날 속기록을 찾아 읽어 보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 대원학원의 '사배자 장학금 확보 계획서 내용 중. 학교 법인이 5000만 원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영훈중학교 역시 학교 법인이 5000만 원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대원국제중학교는 둘째 해부터 10원 한 장 내지 않고 있으며, 영훈국제중은 둘째 해부터 지원금을 급격히 줄였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사회적인 배려 대상자들에 대한 장학 대책, 법인 전입금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결을 하시겠습니까?"

최홍이 교육위원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저는 그것(장학 대책)을 100% 수용한다고 했습니다. 돈을 빌려서라도 20% (사배자 학생들을) 수용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고, 이원희 대원학원 이사장은 "이 세상에는 독지가도 많이 있고, 그래서 그런 점은 저희한테 맡겨 달라.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그 학생들 소외하거나 어렵게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부영 교육위원 등 다른 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 지금 재단의 형편상 20%(의 사배자 전형 입학 학생)를 감당할 만한 능력은 없는 거지요"라는 질문에 영훈학원 이사장은 "재단에서 나오는 수입 가지고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신청할 때는 20%의 사회 배려 대상자를 책임진다는 말도 없었고, 자사고나 다른 교육 기관 하는 분들한테 물어봤더니 '그 정도는 학교만 잘하면 독지가들이 나서서 도와줄 거다'(라고 하더라). 돈 많은 분한테도 얘기를 해 봤더니 자기 학교에도 '독지가들이 거의 다 부담을 해준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서 용기를 얻어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우려는 곧 현실이 된다. 서울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교육감과 두 사학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는지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깜짝쇼를 하면서 졸속으로 국제중 설립을 밀어붙였다.

2009년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의 협의 자료에 의하면, 특성화중학교 다시 말해 국제중으로 지정되면 국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교육 당국이 스스로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2009년 6월 5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협의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당시 교과부(지금의 교육부)에 국제중에 대한 국고 지원 요청을 했다. 교과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해 9월 17일,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교과부는 부끄럽지도 않았는지 "교육 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습니다"라는 대통령의 취임사까지 억지 인용하면서, 사학 재단이 부담하기로 한 장학금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해버린다.

▲ 2009년 9월 7일 교육부가 작성한 '서울 국제중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 방안'. 임의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의 '균형교육비' 비중을 확대해 국제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다른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국제중으로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명백한 편법 운영이다. ⓒ김형태서울시교육의원

'사배자 학비 책임지겠다'더니 재단 전입금 '0원'

아무리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일국의 정부와 교육 당국이 시민들을 이렇게 우롱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국제중에 대해 국고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쳐놓고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국제중이 '우리가 부담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각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교육 당국이 알아서 나서서 그 각서를 친절하게 폐기 처분해준 것이다. 결국 '사배자 카드'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지난 5월 10일 <뉴스타파>는 국제중 사배자에 대한 국고 지원 문제를 두고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 관계자가 이제 와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영훈국제중 관계자는 아예 인터뷰를 거부했다. 대원중 관계자는 사배자 학비를 부담할 능력이 애초에 없었음을 스스로 시인했다. 심지어 "2009년 국제중 설립 당시, 그렇게 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참으로 한심하고 무책임한 발언까지 내뱉었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국제중학교에 대한 '연도별 사배자 지원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해보니, 예상했던 대로 사학 법인들은 국제중 운영을 시작한 2009년에만 사배자 학생에 대한 장학금 확보 계획을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다음 해인 2010년부터 대원국제중학교는 학교 법인에서 아무런 지원금을 내지 않았다. 영훈국제중의 경우에도 2009년에 비해 법인지원금이 급격하게 줄었다. 영훈국제중은 결국 2년차부터 법인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지원금의 대부분을 교육청에서 시민의 혈세인 세금으로 부담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까? 한 건설 회사에서 아파트가 들어서기 어려운 지역에 돈이 많아야 들어갈 수 있는 '최고급아파트'를 지으려 하니 주민들 반대가 70%를 넘었다. 구청장과 시장은 '최고급 아파트'를 유치하고 싶은데 주민들 반대가 마음에 걸렸다. 건설사 사장과 구청장과 시장은 은밀히 만나 협의했다. 이후 건설사 사장은 물량의 20% 정도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이 무료로 입주해 살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행각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구청장은 이를 근거로 '최고급 아파트' 건설을 허가해주었다.

시간이 흘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구청이 건설사 대신 세금으로 대납해주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국이 '3각 비리'에 대한 감사와 수사에 나서야 할 일이다. 구청이 주민의 혈세를 동원해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지원한 돈도 회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면?


혈세를 국제중에 퍼주는 교육 당국, 혈세가 장관 쌈짓돈인가?


국제중 사배자 장학금 국고 지원 비리는 단순한 비리가 아니다. 사학 재단과 교육 당국,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 차원의 권력형 비리로 볼 수도 있다. 국제중 설립으로 영훈재단과 대원재단은 80%의 학생에게 비싼 학비를 받았다. 그리고 사배자 학생 학비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교과부가 2009년에 만든 자료에 의하면 다른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아갈 '균형교육비'를 빼서 국제중에 지원했다. 그것도 모자라 학교발전기금도 걷었다(여기에 이른바 편입학 뒷돈까지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국제중을 설립해 '꿩 먹고 알 먹기'를 한 것이고 '일석다조의 장삿속 운영(폭리 운영)'을 해온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엄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교육 당국과 중앙 정부가, 시민과 국민 편이 아니라 탈법을 저지르고 있는 사학 재단 편에 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대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학 재단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얼굴 두껍게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 계층을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하며 두 번 울린 셈이다.

이제 사실과 진실을 감춰서는 안 된다. '사배자 전형 카드'는 누가 처음 꺼냈고, 사학 재단이 부담하기로 한 장학금은 왜 국고로 지원되고 있는가. 감사원은 그 의혹들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 역시 수사할 부분이 있다면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뒤따라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대원과 영훈 등 두 국제중 사학 재단은 큰소리쳤던 대로 이행각서를 철저하게 이행하든지, 그럴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안 되면 스스로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그것이 거짓말을 한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요, 속죄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엄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교육 당국의 무책임함, 그리고 사학과 유착 관계를 꾸짖지 않을 수 없다. 두 학교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당초 조건부 설립이었으니 마땅히 약속대로 이행하도록 하든지, 일반학교로 전환시켜야 한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시민의 혈세로 사학 재단이 부담해야 할 사배자 학생 학비를 선심 쓰듯 대신 계속해서 내주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과연 교육감이나 장관의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했겠는가? 시민의 혈세가 교육감이나 장관의 쌈짓돈인가? 왜 시민의 혈세로 사학 재단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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