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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박근혜 코드 맞춰 김우중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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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박근혜 코드 맞춰 김우중 띄우기?

[기자의 눈] 박근혜와 김우중의 아주 특별하면서도 걱정스런 인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재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앞으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잘 지켜보라.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김 전 회장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것도 연이어.

<조선일보> 기사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뜬금없이 1면 톱으로 김 전 회장 인터뷰를 '단독' 보도했다. 2면과 3면도 김 전 회장에 관한 기사로 도배했다. 이에 더해, 노동절인 1일에도 <조선일보>는 '김우중 2탄' 기사를 내보냈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14년 만에 노동절을 타고 돌아온 김우중. 참 어울리지 않는다. 2001년 2월 대우자동차 노조가 대우그룹 해체의 책임을 묻고 비자금 조성 의혹의 진위를 따지기 위해 '김우중 체포 결사대'를 파리로 보낸 것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남긴 것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해고되고, 감옥에 갔다.

김 전 회장과 노동 운동의 악연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은 1985년 6월 대우어패럴 노동자 등이 참여해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동맹파업'으로 기록된 구로동맹파업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노조 탄압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인 김 전 회장의 화려한 부활을, 다른 때도 아닌 노동절 무렵 세상에 알렸다.

부활의 토대는 이미 착실히 마련돼 있었던 것 같다. 김 전 회장은 현재 무일푼이나 다름없다고 하지만, 그의 부인 정희자 씨는 선재아트센터 관장이고 그 일가족은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이 드나드는 아도니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호텔, 미술관 등이 김 전 회장 가족의 소유물이다. 적법한 증여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다고 하는 재산들이다. 가족들의 재산이 이처럼 '빵빵'하다는 걸 감안하면, 김 전 회장이 무일푼이라는 말에 걸맞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멍에'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8년 1월 풀렸다. 당시 각종 논란 속에서 김 전 회장은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뒤이어 이명박 정부는 김 전 회장의 또 다른 '멍에'인 대우 구명 로비 사건과 관련해 사면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어떻게 다룰지 주목된다.

어찌됐든 김 전 회장이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박근혜 정부 내내 언론에 꽤 얼굴을 비칠 것 같은 조짐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 4월 30일 자 <조선일보> 1면

김우중과 박근혜, 그 특별한 인연들

박근혜 시대를 맞아 김 전 회장이 자칭 '1등 신문'을 통해 부활을 알린 것은 우연일까? 김우중 전 회장의 부친은 김용하 씨다. 대구사범학교 윤리 선생을 지냈다. 김용하 선생님 밑에서 윤리를 공부하던 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즉 김 전 회장의 선친은 박 전 대통령의 은사다. 김 전 회장은 1967년 31세의 나이로 대우실업을 설립한다. 이후 전자와 중공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모두 박정희 정권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김 전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장남 지만 씨에게도 은인과 같은 인물이다. 마약 투여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지만 씨가 재기의 기회를 잡은 것은 삼양산업 대주주가 되면서였다. 당시 삼양산업에 투자한 돈 8억 원을 빌려준 사람이 김 전 회장이다. 지만 씨는 김 전 회장이 대준 종잣돈을 바탕으로, 현재 삼양산업의 후신인 EG를 이끌며 1000억 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는 '대우맨'도 많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대표적인 '대우맨'이다. 그는 한때 "박근혜의 경제 교사"로도 불렸던 인사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종범, 강석훈 의원도 대우경제연구소와 인연이 있다. 2007년 '마포팀'을 만드는 등, 두 차례의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홍보맨으로 활약했던 백기승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김우중 전 회장의 공보 대변인 출신이다.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 행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 8년6월에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9200억 원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8년 1월 특별 사면됐다. ⓒ연합뉴스

박근혜의 창조 경제 모델이 김우중이라면?

1997년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한강의 기적을 수출하자"는 제목의 <시사저널>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언급한 경제 비전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이었다. 실제 '한강의 기적'의 상징 중 하나가 김우중 전 회장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 중 '대우맨'들이 많은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김 전 회장의 경제 선생은 친형인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들어 약진하고 있는 서강학파로 분류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재학 시절 은사이기도 하다. 김 전 장관은 2010년 11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교수 시절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박근혜 씨는 남달랐어요. 뭐든 정성을 다해 주위를 감동시키는 학생이었습니다. 답안지만 척 봐도 글씨를 얼마나 정성 들여 쓰는지 감탄할 정도였어요. 지금도 그 당시 조교였던 제자를 만나면 박근혜 씨 답안지를 화제로 올리곤 한답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아버지가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의 은사이고, 김 전 회장의 형이 박근혜 대통령의 은사다.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인연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청년 해외 창업 조련사가 됐다. 베트남에 '병영'을 차려놓고 청년들을 훈육하고 있다. '글로벌 YBM(영 비즈니스 매니저)'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사업은 '대우맨'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주관한다고 한다. 이 신문은 김 전 회장이 돈 버는 것 대신 후진을 양성하는 것을 '김우중식 재기'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썼다. 일종의 '김우중식 창조 경제'로도 읽힐 만하다.

또 다른 장면 하나. 지난 3월 22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미 해체돼 없어진 기업의 행사에 '대우맨' 400여 명이 모였다. 김 전 회장도 참석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좁은 한국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 나갔던 대우의 세계 경영과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기업가 정신을 시대에 맞게 계승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조'라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대우그룹 해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조선일보>를 통해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우그룹 해체가 오류였다"고까지 했다. 2006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 8년6월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17조9200억 원을 선고받았던 김 전 회장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평가가 부당하다는 반박 인터뷰를 세상에 내놓았으니, 부활도 그냥 부활이 아니라 공격적 부활인 셈이다. 2008년 10월, 조풍언 사건에 연루돼 법정에 나와서 "(나는) 기억상실(증)까지 있어 증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던 김 전 회장의 오늘이다.

대우그룹 해체 후 14년 만에 공격적으로 모습을 보인 김우중. 그의 등장은 우연일까? 김우중에게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철학이 겹쳐 보인다면 이건 걱정해야 할 일일까, 환영해야 할 일일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새마을운동이 조명받고, 김우중 전 회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요직을 꿰찼다. 하나회 출신이 국회의장에 선출됐고, 그 국회에서 벌어지는 청문회에 출석한 장관들은 '5.16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또 박정희·육영수 기념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다. 마치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모호한 판타지 문학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다. 다른 의미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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