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대화록을 폐기 지시 의혹을 주장한 새누리당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지난 2010년 대화록을 봤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천영우 수석은 25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대화록을 본 적이 있다"며 시점과 관련해 "수석으로 부임해 얼마 안된 시점으로 2년 전"이라고 말했다. 천 수석은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고,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밀이니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천 수석은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통령 기록물을 본 게 아니라 대화록을 봤다"고 덧붙였다.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화록과 별개로 청와대에 있는 대화록을 노 전 대통령이 폐기 지시했다는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문화일보>는 여권 고위 관계자가 "2007년 당시 회담록은 국가정보원 원본과 청와대 사본 등으로 두 군데에서 동시 보관해 오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07년 말~2008년 초 폐기를 지시했다"며 "이 지시에 따라 청와대 보관용은 파쇄돼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천 수석과 이철우 의원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청와대 보관용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청와대 보관용 대화록이 국정원으로 넘겨졌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천 수석은 여권 고위관계자가 "폐기됐다"고 했던 대화록을 직접 본 셈이다.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분개했던 새누리당은 슬그머니 폐기 의혹을 접는 모양새다. 이철우 의원은 별도로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국정원에 한 부 있고, 다른 한 부는 대통령 기록관에 있기 때문에 천 수석이 보았다는 대화록은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천 수석은 대화록에 대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비밀로 국정원에서 관리하고 있고 공개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대한민국의 품격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공개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공개 주장이 비상식적인 주장이라는 말로도 들린다. 다만 하금열 대통령실장은 "여야가 합의하면 대화록을 열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NLL 공세의 허술함
이 외에도 새누리당이 주도하고 있는 NLL 공세의 허술함은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일단 NLL을 영토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영토 포기 발언에 대해 해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NLL을 영토 개념으로 규정하면 헌법을 부정하게 된다.
우리 헌법 3조에 규정된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다. NLL이 영토라고 한다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정치 공세를 위해 새누리당이 고안한 '영토 주권 포기' 개념이 안고 있는 모순이다.
새누리당은 처음 "비밀 녹취록이 존재한다"고 했다가 "공식 대화록에 NLL 포기 시사 발언이 있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또 양측 정상간 대화록을 공개하는 관행이 없음에도 새누리당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대화록 녹취 시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대화록이 공개될 수 없기 때문에 정치 공세가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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