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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아파트 광고 찍으면 대박날 거 같아요"

[20대, 정치와 놀다] "착한 문재인, 임팩트가 부족해~"

<프레시안>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정치 방담 '30대, 정치와 놀다'는 정치권과 독자들에게 소소한 칭찬이 이어졌다. 숫자로만 드러나는 여론조사, 짧은 인상 비평인 현장 르포와 달리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이 모여 특정 주제를 놓고 2-3시간 긴 수다를 떠는 '방담'은 '왜'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나름 자부한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 구도'로 짜여진 올해 대선전에선 '젊은층'의 투표 성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에 이들의 민심이 끼칠 영향이 적지 않아 보인다.

'과연 20대와 30대의 생각이 얼마나 다를까?' 이명박 정부 들어 큰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약간의 차이만 보일 뿐 흐름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선택을 이끈 '생각'은 경험하는 일상이 다른 만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20대, 정치와 놀다!' 9월26일 홍대 부근에서 진행된 방담을 2회에 걸쳐 풀어본다. 편집자

참석자 소개(모두 가명)

김시후 : 26세 남자. 행정고시 준비생. 전주에서 태어나서 쌍방울 레이더스 어린이 회원이었다. 레이더스가 해체되는 바람에 적을 옮겨 부산 롯데자이언츠 응원하고 있는 열혈 (자칭) '꼴리건'.

서인국 : 26세, 아직 대학을 다니는 국문학과 4학년 남자. 한화 팬이며 롯데를 싫어한다. 정치적 성향이랄 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주변에선 '빨갱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이 빨간 색을 써서 기분이 나쁜 기자 지망생.

수영 : 27세 직장 2년차 여자. 국내 굴지의 IT기업에서 웹 기획을 하고 있다. 내 표가 '사표'가 될지는 알지만, 이번 대선에선 홍세화를 찍을 예정. 절망하진 않는다. 어차피 10년, 100년을 내다보는 일이니까.

윤아 : 26세 여자. 8월에 졸업했으나 아직은 백조. 언론'고시'를 준비 중인 PD준비생.

이기광 : 28세 남성. 대학을 9학기 째 다니고 본업은 (자칭) 백수다. 전공이 불문학이라, 아프리카에서 (불어 쓰는 일자리가 많다고 해서) 일할지, 출판사 취직을 할지 고민 중. 정치성향은 '초록'. 초록이라 하면 사람들은 깨끗한 줄 아는데, 사실 좀 지저분하다고.


<프레시안>에서는 기자 1(28세, 여), 기자 2(26세, 여), 기자 3(40세, 여)이 참석했으나, 모두 '프레시안'으로 표기한다.

안철수는 착한 이명박?


프레시안 : 우리 독자들 중에 20대가 많지는 않아요. 20대가 우리 정치에 무엇을 바라고 뭐가 문제인지도 배경 지식으로 차원에서 얘기를 해봤으면 하는데요.

서인국 : 사실 저는 안철수가 조정래 작가랑 인연있는 게 참 맘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고 정치하는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오세훈이 정말 맘에 안들었던 게, 애들 먹는거 갖고 그러면 안되지 않나. 기본적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정책을 많이 내면 좋겠어요. 노무현이 실패한 정권이라고 하지만, 저는 노무현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던 자세는 높게 평가해요. 수첩 들고다니면서 딴 소리 하는 게 아니라. 지난 4.11 총선에도 주변사람들한테 욕망에 투표하지 말고 사람에 투표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 동네 건물 몇 개 생기는 거 따지지 말자고.

프레시안 : 안철수 개인을 모르겠지만, '안철수 현상'은 욕망이 투영된 거 아닌가요?

서인국 : '욕망의 정치'란 게 나에게 이익이 되는 즉각적인 욕망을 말하는 거죠. 경제성장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건물을 짓는 것 보단, 건물을 살 사람들을 잘 운용하는 게 이제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수영 : '욕망에 투표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이명박한테 데이고 나서야 많이 알게된 것 같아요. 근데 안철수에 대한 욕망도 분명이 있는 게, 여전히 성공 신화를 못 버리고 있지 않나? '착한 이명박'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거고.

프레시안 : 안철수가 이명박보다 재산이 많아요. 이명박이 대통령 될 때 300여억 원, 안철수는 안철수재단을 만들어 기부하기 전에 3000여억 원이었어요. 그 중에 절반 1500여억 원을 기부하긴 했죠.

수영 : 안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게, 일단 홍세화는 안 될거니까(웃음). IT쪽이 붐도 일고, 이직도 잘됐으면 해서…이명박 되면서 이 쪽이 되게 망가졌어요. 이것도 욕망의 정치인가? 하하하.

▲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절대적 배제는 아니지만...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있나요? 우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만 놓고 얘기해 볼까요.

김시후 : 아직 마음을 못 정했어요. 심정적으론 문재인이나 안철수에 마음이 가는데, 단일화가 되면 누구로 결정될지, 어떤 비전을 보여줄지 아직 짐작이 잘 안 가요.

프레시안 : 일단 박근혜는 아니다?

김시후 : 절대적인 배제는 아니죠. '조건부'로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어요.

프레시안 : 어떤 조건?

김시후 : 문재인이나 안철수 후보의 생각이나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사실 '실행력'을 놓고 볼 때 둘 다 잘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가능할 것 같아요. 물론 그가 원하는 방향에 내 방향과 맞았을 때 얘기죠. 재벌 개혁 같은 부분에선 박근혜가 진정성만 보여준다면, 지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까지는 그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윤아 : 저도 못 정하긴 했어요. 박근혜는 일단 마음이 안 가는 게, 말이 항상 추상적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안철수에겐 호감을 갖고 있지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젊은층에게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출마선언을 하고, 그 방송(SBS <힐링캠프>)을 듣는데…뭔가 감동적이었어요. 진정성이 있어 보였달까.

정책의 '실행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능력이 무엇을 위해 발휘되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MB 정권이 추진력은 정말 뛰어났는데, 국민 공감을 하나도 못 얻지 않았나. 박근혜도 똑같은 수순을 밟을 것 같아요. 좀 부족해 보여도, 그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느냐가 저에겐 더 중요한 기준이죠.

서인국 : 박근혜 후보의 학교 후배지만, 일단 박근혜는 안 찍어요. 제가 국문학과라 더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단 정치인의 말을 가장 먼저 봐요. 저는 '국민 대통합'이란 말이 가장 마음에 안 들어요.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다원화되고, 각자가 색깔이 다른데, 어떻게 자기가 통합하겠다는 건가요. 물론 진심으로 그런 생각은 아니겠지만 독재적 발상이란 느낌이 들어요.

이기광 : 되게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해요. 대통합이란 말 자체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민주주의는 사실 갈등을 안고 가는거지 갈등을 통합해서 없애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나이 많은 사람들은 갈등을 부정하고 안온하게 살고 싶어 하니까, 그런 말을 좋아할 법도 하지만 정말 소름끼쳐요.

서인국 : 또 다른 이유는 국제사회나 외신에서 우리나라를 볼 때, 카다피 딸이 몇십 년 후 또 대통령한다고 하면 얼마나 웃기겠나. 그거랑 비슷해요. 이미 많은 교수들이 박근혜 쪽에 줄 선 것 같아요. MB 못지않은 환관정치 이미지도 있어요. 박근혜 되면 이민 갈거예요. 하하.

수영 : 돈이 많으신가보다. 이민도 가고….

서인국 : 개인적으로 새마을기가 동네에 보이면 소름이 끼쳐요. 사람 죽이고 나라 발전시키면 무슨 소용인가요.

윤아 : 지지난 총선 때 박정희 그림이 그려진 친박연대 포스터를 보는데 솔직히 되게 소름끼쳤어요. 박정희 사진이 딱 붙어있는데, 그게 아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서인국 :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박근혜 찍는 것에 대해선 뭐라고 할 생각이 없어요. 뭔가 그들에겐 감자 먹다가 쌀밥 먹게 해준 대통령일텐데, 이해는 가요. 근데 20~30대는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 그러나 독재는 그 분의 아버님이 하신거고….

"학원 강사인 할아버지, 신문기자인 숙부가 끌려가서…"

수영 : 사실 저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 크게 다른지 잘 모르겠어요. 민주주의에 대한 상징성 측면에선 다를 수 있겠지만, 경제정책에선 대동소이해보여요. 특히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이명박 보다는 잘해도 노무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예요. 복지는 워낙 시대 흐름이니까 셋다 좀 확대할 순 있겠지만…누가 되든 별 기대는 없어요.

진보신당 당원이고, 대선에선 홍세화를 찍을 예정이예요. 물론 홍세화 씨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뽑는 건 아니고…당연히 안 될거죠. 다만 진보정당이 좀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할 생각이예요. 그렇다고 10년 내에 진보신당이 집권당이 된다거나 거대야당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죠. 없어지면 없어졌지…하하.

이기광 : 사실 저는 지난주까진 안 그랬는데, 3일 전부터 박근혜 얘기만 들으면 울컥해요. 할아버지가 박정희 정권 당시 학원 선생님이었는데 끌려가 고문 받았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어요. 박정희 욕했다고 옆 반 선생이 찔러서 고문 받고, 서약서 같은 거 쓰고나서야 풀려났다더라. 아직도 욱하고 있어요.

윤아 : 저희 이모부도 신문기자였는데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그때 끌려가서 고문 받고 지금도 몸이 좀 불편하신데요, 사실 그 얘기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어요. 책에서나 봤던 얘기가 주변에 있었다니…제가 1987년생인데, 태어나기 바로 직전에 6월 항쟁이 있었어요.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거구나 새삼 느꼈어요.

서인국 : 고문까지는 아니어도 요즘에도 그런 일 있지 않나요. 학교 선배가 지금 군대에 장교로 있는데, 대학교 때 학생회한 것 때문에 국보법 위반으로 재판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시안 : 그래도 MB보다는 박근혜가 세련되게 하지 않을까요?

서인국 : 글쎄, 별로 그런 기대는 없어요.

수영 : 방법은 교묘하게 바뀌어도 본질은 같은 것 아닌가요. 옛날엔 직접적으로 고문하고 때리고 탄압했지만 이젠 공권력이 손에 피 안 묻히고 용역 부르는 세상 아닌가요. 노무현 정권 때라고 뭐 달랐나요. 농민이 경찰한테 맞아죽고…누가된들 큰 변화 있을까요.

박근혜 과거사 사과의 진정성, 있다 vs 없다

서인국 : 얼마 전에 TV를 보는데, 벌써부터 '박비어천가'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수첩 공주' 별명을 얘기하면서, 박근혜가 육영수 여사 사후에 퍼스트레이디란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필기하는 버릇이 생겼고, 그래서 그 별명을 얻었다고…한숨이 나왔어요.

윤아 : 대단한 건 대단하다고 평가해야 하지 않나? 사실 박근혜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20대 초반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건 평가해야지 평가절하할 일이 아니라고 봐요. 전 그런 태도를 굉장히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이 든 사람들이 박정희 딸이라고 봐주는 것처럼, 나이 어린 사람들이 아버지가 박정희라고 안 보려고 하는 것도 똑같은 것 아닌가요?

수영 : 사실 이번에 과거사 사과하는 것 보고 조금 놀라긴 했어요.

서인국 : 전 그거 보면서 진정성이 전혀 안 느껴지던데.

수영 : 진정성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요. 그런 거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이명박이 사고를 쳐도 헛소리를 하면 했지 사과 안하지 않나요. 근데 박근혜가 마음에 있든 없든, 누가 시켜서 했든 아니든 일단 하지 않았나요. 한 게 중요한 거지…실기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래도 '저 정도 깜냥은 되는구나'란 생각은 들었어요. 굉장히 의외였어요.

김시후 : 저는 박근혜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은 게, 이명박과 달리 나라를 사랑하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무조건 싫지 않다. 방법이 다른 거지. 어쨌든 애국심은 있는 거 같아요.

서인국 : 근데 아버지의 나라로서 사랑하는 거 아닌가?

수영 : 그건 다르게 봐야하지 않나요. 박근혜 말대로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건 아니잖아요. 정치와 개인은 분리해서 봐야하는 거 아닌가.

서인국 : 그래서 개인의 진심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 아닐까요?

수영 : 물론 그래서 찍진 않을 거에요. 하하. 다만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자는 거죠.

서인국:사과하면서 '인혁당'을 '민혁당'이라고 하질 않나, 아침에 사과하고 밤에 말춤 추질 않나. 그런거 보면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이기광 : 좀…연예인 같은 느낌이죠.

서인국 : 아파트 광고 나오는 아줌마 같은 느낌? 뭔가 아파트 광고 찍으면 잘 될 것 같아요.

김시후 : 안전한 이미지! 박근혜가 광고하는 아파트는 마치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프레시안 : 근데 그거 굉장히 중요한 장점 아닌가요? 신뢰감, 안정감 이런거.

문재인은 왜 안철수에 비해 20대에선 인기 없을까?

수영 : 야권과 비교해서 볼 때도, 안철수가 민주당과 안정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면 실행력에 문제가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니냐. 민주당이 협조 안 해주면 끝인거고. 개인적으론 안철수가 문재인을 도와주면 훨씬 수월하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서인국 : 저는 문재인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상관없는데, 기왕이면 안철수 쪽으로 단일화 했으면 좋겠어요. 문재인도 훌륭하고 깨끗한 후보로 보이지만, 일단 노무현이라는,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그림자가 있고 20대를 움직일 힘이 부족한 것 같아요. 대선에서 이기려면 안철수로 단일화 하고 문재인이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레시안 : 왜 문재인은 별로인가? 20대에 인기가 별로 없는 이유가 뭔가요?

서인국 : 노무현의 그림자가 큰 것 같아요.

윤아: 전 그것보다는 뭐랄까 '임팩트'가 없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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