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9부(천대엽 부장)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수홍 전 청구그룹 회장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1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박윤해 부장)는 2006년 8월부터 미군부대가 들어설 경기도 평택시의 개발 규제가 풀릴 것으로 판단, '평택 테크노폴리스 개발사업'(면적 4.3㎢, 사업비 3조 7000억원) 추진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장남 장 모 씨의 친구 서 모 씨에게 개발 사업이 큰 이익을 낼 것처럼 속여 12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장수홍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장 전 회장의 차남 장 모 씨는 박지만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의 동생 서 모 씨와 지난해 8월 결혼했다. 즉, 장 전 회장과 서 변호사는 사돈 지간이다.
피해자 서 씨는 "장 전 회장이 엉터리로 사업을 진행시켜왔고, 여러가지 문제될만한 정황들이 있었는데, 1심 무죄가 나온 후 5~6차례 검찰에 증거가 될만한 자료들을 제출했다. 그런데 검사 측이 서둘러 변론을 중지시켜 버렸다. 그래서 같은 자료를 재판부에 내고 공판 재개를 신청했다. 검사 측은 명백한 정황 증거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 전 회장은 '박지만의 사돈'이라는 배경이 있는 인물"이라면서 "석연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민사 소송에서 장 전 회장은 피해자들에게 줄줄이 패소를 했으나 형사 재판에서 사기 혐의가 입증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장수홍은 누구?
▲ 박지만 씨와 서향희 씨 ⓒ뉴시스 |
그런 장 전 회장은 이후 2006년 6월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계기로 새로운 사업을 벌인다. 이미 전과자인 그는 자신의 지인을 대표로 내세워 주식회사 에코지구(구 하이베어코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상설 직원이 장 전 회장을 포함해 4명 정도에 불과한 회사였다. 장 전 회장은 정부가 평택시에 대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2006년 6월 에코지구를 설립한 뒤 그해 8월부터 '평택테크노폴리스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장 전 회장은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월까지 KB국민은행,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삼성물산 등으로부터 '참여의향서'를 발급받고, 2007년 2월 평택시와 "주식회사 에코는 투자회사 금융기관 건설사 등으로 이뤄진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본 사업을 추진한다"는 조건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장 전 회장은 2007년 3월 10일, 자신의 장남 친구인 서 모 씨에게 차용증을 써 주고 "엄청난 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이며, KB국민은행 등으로부터 출자의향서를 받았다.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10억 원을 빌려주면 이자를 월 3부로 산정해 2년 내에 원리금을 상환하겠다"며 10억 원을 빌렸다. 같은 방식으로 2008년 5월 2억 원을 추가로 빌려 총 12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금융기관, 건설사 등은 단 한 곳도 에코지구의 SPC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2007년 10월 평택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음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평택시는 2011년 업무협약을 해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평택시 측에서 에코지구의 업무협약 이행을 위해 노력했지만 에코지구가 끝내 SPC조차 설립하지 못하자 2011년 1월 업무 협약을 해지했다는 점이다. 당초 장 전 회장이 이 이 사업을 추진할 능력과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지점이다.
서 씨는 "상환 만기일이 지난 후 빌려준 돈을 받으려 하자 장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5월 '한달만 기다려 달라'고 한 후 한 달 후인 6월에 다시 만나니 '야이 XX야 내가 너에게 돈 갚을 게 뭐 있냐'고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차용증이 존재함에도 장 전 회장은 "당신이 나에게 투자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후 서 씨는 장 전 회장을 민형사상으로 고소했고, 2011년 4월 민사 재판에서 승소를 했다. 장 전 회장이 피고에게 12억 원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재판을 통해 법원은 '에코지구'의 실질적 주인이 장 전 회장의 지인이 아니라 장 전 회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 전 회장이 '평택시장이 이 땅을 나에게 주기로 했다'고 떠들어"
장 전 회장이 사업을 엉터리로 추진한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적극성을 보였던 평택시 측에서는 사업이 무산된 이후 서 씨에게 "조건이 충족 안 된 상태에서 (장수홍 전 회장이) '(평택)시장이 이 땅을 (나에게) 주기로 했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래서 시장이 '내 입장에서는 당신에게 사업권을 줄 수가 없다'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평택시 측은 서 씨에게 "저희는 그 사람들(장수홍 전 회장 측)이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냥 (사업을)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지구 사업에 용역사로 참여해 놓고 한 푼도 받지 못한 A사의 사정도 기가 막히다. 에코지구는 A사에 용역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5억 원을 차용했다. 그러나 에코지구 측에서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해 A사는 소송을 걸었다. 당시 에코지구 측은 공식 답변을 통해 "원고가 제출한 5억 원 짜리 차용증은 같은 날 피고회사 임시 직원으로 경리 직원인 박OO이 원고 측으로부터 세무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졸라 2개월 여를 시달리다가 견디다 못해 피고 회사 대표 몰래 만들어 준 위조 서류"라고 주장했다. 경리 직원이 빚 독촉을 받다 못해 대표 몰래 위조 차용증을 써 줬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결국 에코지구는 이 소송에서 패소해 A사에 돈을 갚아야 할 지경에 처했다.
에코지구 측의 답변서에는 "평택시와 MOU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피고 회사(에코지구)는 사업 내용대로 일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11억 원을 피고회사가 원고에게 용역비로 지급한 양 원고에게 송금하고 원고에게는 그 중 10억 원은 송금 받은 다음날 피고 회사에 입금케 하고 나머지 1억 원은 부가가치세로 세무서에 납부하게 했다"는 해명이 나온다. 이는 "평택시를 안심시키기 위해 사업 추진을 하는 억지 모습을 보였다"는 취지로 해석 가능하다.
건설 대기업 초청해 떠들썩한 MOU…정작 해당 기업은 참여 안해
석연치 않은 정황은 또 있다. 2007년 2월 6일자 <조선일보>는 에코지구가 주관하는 이 사업과 관련해 "산업단지의 도시디자인은 미국의 도시개발회사인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사(De Stefano & Partners)가 담당한다"고 보도했다.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는 세계적인 건설 기업이다. 평택시와 MOU를 체결할 당시에는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 측 VIP들이 참석했는데, 당시 장 전 회장이 요청을 하고 비용을 대 이들을 포토라인에 세웠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 측에서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에코지구 측을 100% 신뢰할 수 없어서 선금을 요구했으나, 사업비가 충분히 안 돼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 측은 "(우리 측이) '사업비가 준비되면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장수홍 전 회장은 '나중에 다시 알려주겠다'고 나서 연락이 단 한번도 없어서 우리 측은 '이 프로젝트는 안 가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떠들썩한 MOU 조인식을 치러놓고, 후일 정작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 측에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연락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장 전 회장이 끌어모은 대기업, 금융회사 등이 제출한 '참여 의향서' 역시 사실상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참여 의향서' 자체가 "사업비 등이 마련되고 사업 윤곽이 드러나면 투자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 초반 투자자를 모으는 데는 전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와 같은 거대 기업의 경우 이같은 '종이 조각'을 보고 투자할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물산,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같은 속사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권 잡으면…" 소문에 장수홍 "터무니 없어"
결국 에코시티는 사업 성사를 위해 적극성을 보이던 평택시에 "일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허위로 의심될만한 행동을 보였다.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라는 거물 기업을 떠들썩하게 끌어들였음에도 이들과 계약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원 수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사업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없을 뿐 아니라(…)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경제 여건의 악화로 이 사건 사업 추진이 어렵게 돼 변제하지 못한 것이므로" 장 전 회장이 사기를 치려 한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평택시나, 스테파노 앤 파트너스 등이 "장 전 회장은 사업 추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돈을 만들 능력이 없어 보였다"는 취지로 사업에서 발을 뺐는데, 재판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쩔 수 없이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취지의 피고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서 씨가 "장 전 회장이 추진하는 이 사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금원 대여"가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서 씨가 차용증을 받고 10억 원을 건넨 이후 에코시티 사무실에 1년간 출근했던 점, 건축 기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운 적이 있다는 점 등을 통해 사기였다면 피고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도 판결문에 포함됐다.
그러나 서 씨는 "건축 기사 자격증이 있으면 대형 개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다 아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장 전 회장은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다는 정황들이 많은데, 어떻게 무죄가 나올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단순 형사 사건 수사와 재판이 1년 가까이 진행됐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서 씨는 지적했다. 게다가 장 전 회장은 과거 재계 유명인사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서향희 씨 일가와 사돈을 맺었다. 장 전 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최근까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다. 또 "최근 장수홍 회장이 지인에게 '박지만이 부모를 잃고 나를 아버지처럼 여긴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박지만이) 재기하도록 도와줄 거니까, 내 사업이 잘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장 전 회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전면 부인했다. 서 씨는 "수 차례에 걸쳐 추가 정황 자료를 검찰 측에 제출했지만 검찰 측에서 변론 종결을 해 황당했다"고 주장했다. 원고인 서 씨의 '공판 재개' 요청으로 장 전 회장의 사기 사건에 대한 공판은 21일 열릴 예정이다.
<프레시안>은 장수홍 전 회장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장 전 회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옛날 같으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장 전 회장과 인터뷰 전문. 사기로 불구속 기소 됐는데, 1심 무죄가 나왔다. 지금은 내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15년, 20년 전에 여러분들이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지 지금은 자연인이다. 아드님이 서향희 씨 동생 분과 결혼을 하셨다. 박지만 씨 부인 되시는 분과 사돈이 됐다. 그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야기를 그렇게 자꾸 만드시니까, 그런데 이거(재판)는 그거하고는 전혀 별개 문제다. 별개 문제고 그런 관심을 안 가지시면 좋겠다. 남의 사생활 가지고 너무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 고소한 측은 억울하다고 한다. 억울하니까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 아니냐. 그것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장 전 회장이 박지만 씨 사돈이라 모종의 압력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 그런 의혹도 제기된다. 그렇게 말하면 그 친구 걸립니다. 엉뚱한 소리를 그렇게 자꾸 하고, 사람이 피차간에 잘잘못이 다 있는 것 아니냐. 그것을 엉뚱한 쪽(외압 의혹)으로 풀고 나가면 안 된다. 경찰에서도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서도 조사를 받았고, 1차 재판에서 조사를 받았고, 2차 재판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 법으로 판단해야지. 법 외적으로 해갖고 누구와 사돈이 되네 뭐 하네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장 전 회장이 사석에서 박지만 씨 등과 관계를 과장한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본인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다. 누가 그래요? OOO이는 (내가 사석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그런 것 모르는 사람이다. 어쨌든 간에 얘기가 나로서는 다 쓸데없는 얘기다. 내 15년 전, 20년 전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이상 내가 (인터뷰에) 응할 수가 없다.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데, 너무 현실하고 동떨어진 얘기다. 고소인은 '검찰에 증거 자료를 제출했는데 일방적으로 변론 종결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서 변론 종결을 하면 검찰에서 얘기를 해야지. 검찰은 검찰 나름대로 판단 기준이 있을 것 아닌가. 장 전 회장의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이고 최근에 법복을 벗었다. (전관 예우 관련) 이런 저런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중앙지법 판사라고 하면, 자기도 변호사를 판사 출신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고소인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건가? 터무니없다. 그래서 상대방이 터무니 있고 없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재판 아닌가. 저 쪽에서 자꾸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불공정한가. 돈을 써도 자기가 썼고, 힘이 있어도 자기가 힘이 더 있는데 어떻게 불공정한 게 되나. 불공정하면 경찰에도 불공정하고 검찰 1차 조사도 불공정이고 검사 기소되서 판사가 1심에도 불공정이고 2심에도 불공정인가? 그런 법이 어디 있나. 민사에서는 장 전 회장이 패소를 했던데? 내가 차용증을 써 줬기 때문에 그게 의미가 돼서 패소가 된 것이다. 민사 소송에서 (져서) 언제까지 갚아라 하면 갚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민사 소송에서 이겨놓고 형사에서 사기로 걸면, 옛날 같으면 무고죄로...나도 역량이 있고 힘이 있는 거 같으면 무고죄로 나도 대응을 할 수 있는 그런 소지가 있다. 덮어놓고 남을 흔들면 되는 게 아니다. 그래놓고 쓸데없이 옆에 누구하고 어떻게 되니, 뭐가 어떻게 되니, 그거는, 법 외적으로 그렇게 얘기를 한다고? 어리석은 친구다. 오는 21일에 공판이 재개된다. 과거 사업을 추진할 때 의도적으로 사기를 염두하지 않고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을 했고, 상황이 안 좋아져서 사업이 끝나면서 발생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기를 치지 않았다'는 입장인가? 그렇다. 나도 평택 프로젝트 때문에 일이 이렇게 엮여진 것이다. 나도 평택 프로젝트에 십 수억원을 집어 넣고 손해를 많이 받은 사람이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려면 돈을 벌수도 있는 것이고 털어먹을 수도 있지 않나. 평택시에 대해서는 내가 피해자다. 평택시에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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