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사실과 관련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 부분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언급했다. 박 후보는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 후보의 인식 체계에 따르면 한 번은 유죄, 한 번은 무죄다. '사법 살인'으로 사망한 8명을 포함해 25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공존하는 "두 가지" 판결 내용이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74년도 판결과 2007년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는 셈이 된다. 모순 화법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박근혜 법률 상식…한번 무죄, 한번 유죄면 중간 판결인가?"
박 후보의 이같은 인식은 5년 전과 '판박이'다. '발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 관련자 최종 무죄 판결이 나온 지 1주일 후인 2007년 1월 31일 당시 판결에 관여한 판사 실명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나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하필 왜 (판사 실명을) 지금 발표하겠느냐"고 강한 유감을 나타낸 적이 있다.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지난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이고 이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인데, 그러면 법 중 하나가 잘못 된 것이고 이는 역사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혁당 사건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전문가들과 법조계 인사들은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첫째, "2007년 법원의 최종심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라고 지적한다. 대법원이 현행 형사소송법상 절차에 따라 2005년 재심 결정을 내렸고, 서울중앙지법이 33년 전 판결을 뒤집은 것까지가 '인혁당 사건'의 최종 결론이다. 즉 박 후보가 언급한 대법원 판결 중 과거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 체계상 무효가 된 상황인 것이다.
두 번째, 인혁당 사건 판결은 기본적으로 '위헌'이라는 인식이 박 후보에게는 부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에게 적용된 혐의는 긴급조치 1호, 4호 위반이다. 긴급조치 1호, 4호는 유신헌법 53조에 근거한다. 유신헌법 제53조 제1항에는 "대통령은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외교·국방·경제·재정·사법 등 국정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제2 항에는 이를 위해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는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에 의해 수차례 위헌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결국 박 후보는 위헌에 근거한 74년 대법원 판결을 현재 인정하고 있는 셈이 된다.
4.9통일평화재단 이창훈 사료실장은 "박근혜 후보의 말을 들어보면 사법체계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지금 진행중인 과거사 관련 재심 사건이 무수히 많은 상황에서, 이들이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박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판결이 두개'가 돼 버린다. 이는 앞으로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후보의 인식대로라면 현재 진행중이 모든 민주화운동 사건 관련 '재심'은 판결이 나와도 '논란거리'가 돼 버린다.
이 실장은 이어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만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있는데,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식으로 진정성이 결여된 태도를 보인다면 인혁당 피해자들이 박 후보와 만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오늘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에 관한 발언은 큰 실수를 하신 것 같다"며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해서 한번은 유죄, 한번은 무죄가 났다고 해서 그 중간이라고 말하는 정도의 법률 상식을 가지신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난 판결은 앞의 것이 유죄가 아니고 무죄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에서 배상을 수십억씩 해준 것 아닌가"라며 "대선후보로서는 큰 실언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평가가 두 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하려던 것 같은데, 그것은 우리 대법원에 대한 큰 모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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