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7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창작 뮤지컬 예산서'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전쟁 당시 1사단장을 지냈던 백선엽을 모델로 하는 '약속(영어명 The Promise)' 제작에 올해 2억 원을 배정했다. 2013년에는 4억 원을 쏟아 붓게 된다. 미국 공연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 공연은 국내 공연 평가 결과와 예산 확보 가능시 추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뮤지컬의 시나리오 컨셉과 관련해 국방부는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지구 전투를 배경으로 하며 재방한 종군기자(히긴스)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던진 한 장교와 미군의 약속을 주제로 하여 동맹의 의미를 감동 있고 스펙터클하게 묘사"하며 "국군 학도의용군, 소년병, 주민 등이 자신을 희생하여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구해내는 과정에서의 개인적 갈등을 복성으로 구성"하고 "전사에 기초하되(학도병, 소년병, 1사단장, 8군사령관, 용전 등)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참전장병의 입장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한다. '난타'로 유명하고, 이명박 정부 문화관광체육부장관으로 하마평에 올랐었던 송승환 감독이 예술감독을 맡는다. "군 복무중인 특정 연예인이 주연을 맡도록 돼 있다"는 말도 들린다.
뮤지컬은 1사단 소속 병사들의 사연을 집중적으로 그린다. 1사단은 백선엽이 사단장으로 있었던 곳이다. 김광진 의원 측은 "마치 1사단장의 비중이 적은 것처럼 나오지만 결국 초점은 다부동전투의 승리와 백선엽 사단장과 병사들의 승리로 귀결되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 측은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특정 인물이 중심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면 백선엽을 모델로 한다'는 수많은 오보 기사에 반박하라'고 주문하자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답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백선엽 미화' 움직임은 유독 적극성을 띠었다. 지난 2010년 <중앙일보>는 백선엽 회고록을 장기 연재했고 공영방송인 KBS는 백선엽을 미화한 '전쟁과 군인'이라는 특집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당시 시민단체의 반대로 방영이 연기되기도 했지만, KBS는 방영을 밀어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가운데 국방부가 정부 예산을 들여 백선엽 미화 뮤지컬을 제작하는 상황이다.
▲ KBS가 지난해 방영한 '백선엽 다큐'의 장면 캡쳐 |
'독립군 토벌대' 장교 백선엽은 누구?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백선엽은 1930년대 후반 간도협조회, 신선대 등과 함께 만주에서 가장 악랄하게 조선인 항일세력을 탄압한 조직 중 하나인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한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설명했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간도 지역의 조선인 항일유격부대를 제거하기 위해 '조선인으로 조선인을 다스린다'는 정책에 의해 설립한 만주국 특수부대다.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들이 '토벌'한 독립군 및 민간인은 172명에 달한다. 백선엽은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인물이기도 하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백선엽은 민간인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 정부 세금으로 만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조사 보고서에서 '친일파'로 공인된 '친일파 2관왕'이다. 그런 그를 국가가 기념하겠다는 것은 모순 중의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방 사무국장은 "백선엽은 국적이 세번 바뀌었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는 한국으로만 돼 있지만 일본판에는 일본, 만주국, 대한민국 세 곳이고, 미국판에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에 따르면 백선엽은 1920년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사범학교를 졸업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됐지만, 백선엽은 지원해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간도특설대에 들어간다.
간도특설대와 관련해 방 사무국장은 "간도특설대는 한 마디로 조선인을 통해 조선인을 잡는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며, 만주에 출몰한 항일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만든 곳인데 여기에서 상당한 전과를 올린다. 이들은 '3광정책', 살광(殺光), 소광(燒光), 창광(猖光) 을 기본으로 했는데, 모조리 죽이고, 모조리 불태우고 모조리 빼앗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당시 간도특설대의 활약을 기록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항일빨치산을 그냥 죽이지 않는다. 불태워 죽이고, 배를 갈라 빈깡통에 집어 넣는다. 포로로 잡힌 여성을 강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방 사무국장은 "백선엽은 간도특설대 활동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국내에서 발간된 회고록, 일본에서 발간된 회고록 모두에 집어 넣었다. '항일 부대원 중에 조선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쩔수 없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백선엽의 회고록에 나온 변명"이라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군인은 사망할 시 대전국립묘지로 가게 돼있는데 백선엽만이 사망하지도 않았는데 서울현충원에 안장시키겠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명예원수를 주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살아 있는 백선엽의 동상이 파주에 들어섰다. 백선엽의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혈세가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적시된 백선엽 관련 기술은 다음과 같다. 백선엽(1920~생존)은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군인의 길을 택하여 1940년 만주국군 봉천군관학교 제9기로 입학하여 이듬해 12월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 동부 파오칭에 있던 보병 제28단에서 견습사관을 거쳐 민주국군 소위로 임관하였다. 그후 약 1년간 자무스에서 신병훈련대 소대장으로 근무한 다음 1943년 2월에 만주 간도성 명월구에 있던 항일무장 독립세력을 탄압하던 간도특설대로 전임되어 해방될 때까지 항일무장세력에 대한 탄압활동과 일제의 침략전쟁에 협력하였다. 1. 백선엽은 1942년 만주국군 소위로 입관한 이래 1945년 일제의 패전에 이르기까지 만주국군 장교로서 일본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였다. 그중에서도 1943년 2월부터 만주지역 항일무장 독립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하던 간도특설대에서 이들에 대한 탄압활동을 전개하였고, 또 1944년부터 1945년에 걸쳐 간도특설대원으로서 일본군의 '대륙타통작전'의 일환으로 열하성으로 들어가 기동지역에서 중국군 팔로군을 '토벌'하는 작전에 종사하였다. 또 1945년 봄부터 일제의 패전 당시까지 연길지역 국경수비 임무에 종사하는 등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였다. 백선엽의 이러한 행위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0호 "일본제국주의 군대의 소위 이상의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에 해당한다. 이상의 내용을 근거로 허여, 백선엽의 행위를 <특별법> 제2조 제10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한다. |
"국가 예산으로 반역사적 공연 진행하는데 분노"
김광진 의원, 민족문제연구소, 역사정의실천연대과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후손 김상덕 씨, 차리석 임시정부 국무위원 후손 차영조 씨, 조경환 의병장 후손 조세현 씨, 독립운동가 유희준 선생 후손 유종하 씨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정부가 국가의 예산으로 반역사적 공연을 진행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방부는 당장 뮤지컬 기획을 중단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름 없이 쓰러져간 항일 독립군들의 업적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군의 명예와 자부심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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