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24일 "박영준 전 차관에게 파이시티 인허가가 나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전달하도록 브로커 이 모 씨에게 10억 원을 건넸다"는 이 모 전 파이시티 대표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 십억을 건넨 것과 함께, 이 전 대표의 인허가 로비 초기 서울시 정무국장을 지냈던 박 전 차관에게도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006년부터 지난 2008년 5월까지 브로커 이 씨를 통해 19 차례에 걸쳐 61억 5000만 원을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브로커 이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물류센터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고, 2006년부터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8월 인가 결정을 내렸고, 2009년 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이 전 대표의 로비는 인허가 직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
문제는 최 전 위원장이 브로커 이 씨에게 돈을 받아 대선 자금 성격으로 사용했다고 직접 언급한 부분이다. 최 전 위원장은 전날 "내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는데 MB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했고 (브로커) 이 씨가 협조를 한 게 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협조"는 돈을 받아 썼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전 위원장은 "정치는 사람하고 돈 빚지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대 검찰 총장은 "길게 끌 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금로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 수사"라고 못을 박았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위원장이 대선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할 경우 검찰 입장은 난감해질 수 있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2006년을 언급한 점이 걸린다. 이는 정치자금법 공소시효(5년)를 염두한 발언으로 보인다.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5월 이전까지만 이 씨에게 대선 자금을 받아 썼다고 주장하면서, 나머지 혐의들은 적극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최 전 위원장의 개인 비리에 집중될 경우, 최 전 위원장이 대선 자금과 관련해 추가 폭로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 "검찰, '불법 대선 자금' 사건을 '청탁 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나"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고 한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검찰이 제한적이고 속이 뻔한 겉치레 수사로 사건본질을 감추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몸통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범죄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불법대선자금 사건이다. 이를 외면하려는 검찰의 어떤 꼼수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검찰이 얼렁뚱땅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면죄부 수사를 하려한다면 이명박 정권과의 전면전에 앞서 모든 것을 걸고 이명박 정권을 비호하는 정치검찰과 먼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검찰은 최시중 씨를 즉각 구속하고 불법대선자금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범죄의혹의 몸통인 청와대를 향해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