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후보들의 황당한 토론회 기피 사례를 모아봤다. 토론회 도중 갑자기 사라진 후보도 있고, 자신을 "캠프의 로봇"이라고 자학하는 후보도 있는가 하면, 과태료 400만 원을 물을 지언정 법정 토론회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황당한 사건의 중심이 된 이들이 어떤 유형의 후보에 해당하는지는 유권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얼짱 후보' 토론회 도중 갑자기 사라져
○…'얼짱 후보'로 보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새누리당 후보가 선관위 주최 후보자 토론회 도중 사라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안산시 상록구갑의 새누리당 박선희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전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민주통합당 전해철 후보와 토론회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장해 방송 녹화가 40여 분간 중단됐다.
▲ '깜짝 발탁'돼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새누리당 박선희 후보 |
박 후보는 토론회 시작 약 40분쯤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지만, 상호 질의 시간에 박 후보는 전 후보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후보자 합동토론회는 예정보다 약 30여 분 일찍 끝났다. 퇴장 이유에 대해 박 후보 측은 "선관위 토론회에 대해 설명을 들은 캠프 관계자가 후보자에게 질문지를 전달하지 못해 빚어진 문제"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편집 없이 원본대로 방영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창원시 의창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성호 후보의 경우 "방송토론회 질문에서 4대강 등 민감한 문제는 빼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토론회에 불참하는 등 '방송 사고'를 냈다. <CBS>에 따르면 2일 정오에 예정된 '경남CBS-CJ헬로비전 공동 주최 합동 토론회'에 참석을 약속했던 박성호 후보측은 전날 갑자기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토론회 불참을 통보했다.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도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앞서 박 후보 측은 지난달 31일 토론회 불참을 갑자기 통보했었다. 방송사 측이 항의하자 박성호 후보 본인이 "참석하겠다"고 재약속을 했는데, 캠프 측이 또 말을 뒤집어 결과적으로 불참을 하게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가 "나는 로봇에 불과하다. 캠프에서 하라는데로 할 뿐이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늘어놨다고 <CBS>는 전했다.
토론회 불참을 최종 결정하기 앞서 박 후보 측은 "4대강 사업과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해고 사태에 대한 후보의 견해를 묻는 질문은 빼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후보상호간 자유 토론 시간도 줄여달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방송사 측은 박 후보 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토론회에 불참키로 한 이후 박 후보는 전화 연락마저 두절해 버렸다고 <CBS>는 전했다.
주관 방송사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새누리당 박성호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통합진보당 문성현 후보의 '단독 토론회'로 진행했다. 관련해 야권연대위공동선대위는 성명을 내고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박성호 후보의 공식적인 사과와 무능력, 무책임한 행동으로 자질이 의심되는 박성호 후보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차라리 벌금 물겠다"…유권자 알권리 무시
○…부산 남구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용교 후보는 오는 6일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선거방송토론회에 아예 불참키로 하고 지난달 불참 사유서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부산 지역 출마 후보 60여 명 중 법정 토론회 불참을 선언한 사례는 서 후보가 처음이다. 법정 토론회는 선관위 주관으로 후보들에게는 의무 사안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하면 4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서 후보는 "정책보다는 정치공방적 성격의 토론이 될 것이 충분히 예상돼 토론회 참석을 거부한다"고 밝혔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토론회에 나오면 지역 현안에 어둡다는 게 드러날까 두려워 차라리 400만 원 과태료를 물고 말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정 토론회를 거부한 서 후보에 대해 민주통합당 박재호 후보는 "서 후보는 자신의 정견과 능력을 숨기고 단지 새누리당 간판만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심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해타산이 맞지 않다고 방송토론을 거부한 서 후보는 차라리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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