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에서 지역구의 15% 이상을 여성 후보로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현직 의원인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이중특혜일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라는 반발이 남성 예비후보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
이 당규대로라면 현재 여성 예비후보의 대다수가 경선도 없이 공천장을 받게 된다는 이유다. 심지어는 "기성 여성 정치인의 공천을 늘리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제1의 혁신과제이며 2012년 우리 사회의 첫째 과제냐"는 얘기까지 남성 후보들의 입에서 나온다.
민주통합당의 남성 예비후보 30명은 7일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15% 의무공천제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외조항을 신설하거나 권고조항으로 재의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8일 최고위원회장을 찾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직접 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현 서울 중랑갑 예비후보) 등 일부 남성 후보들은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이해관계에 따른 남녀 후보들의 이같은 갈등을 한명숙 대표가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15% 여성공천, 예외조항 신설하거나 권고조항으로 재의결해야"
논란의 시작점은 6일 민주당 당무위원회였다. 민주당이 이날 의결한 공직후보 추천 당규에는 전체 지역구 공천자의 15%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의무조항이 담겼다.
전체 지역구 245곳 가운데 15%면 37곳이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8%였던 비율을 두 배 가까이 늘리긴 했지만 의석수만 놓고 보면 많은 비중은 아니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가운데 여성은 39명이다. 한 지역구에 여성이 여러명 등록한 경우를 계산해 지역구로 환산하면 딱 37곳이 된다. 현재까지로만 놓고 보면 이 지역구 37곳을 모두 여성 후보로 공천해야만 당규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남성 후보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국회를 찾은 김두수, 김영근, 정청래, 최창환 후보 등 30명의 예비후보들은 "여성 후보들은 경선을 치를 때도 20%의 가산점을 받는데 15% 의무공천까지 하면 이중 특혜일 뿐 아니라 현재 예비후보의 상당수가 전현직 의원들로 여성 정치 신인 발굴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새누리당 후보에게 한참을 뒤지고 게임도 안 되는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공천한다는 것이 과연 정의이고 민주주의냐"며 "현재 출마 준비 중인 여성비례대표 의원 출신, 여성 지역위원장 등은 기성 여성 정치인으로 이들은 '기득권 지키기'로 의무공천을 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남성 정치신인의 반발은 더 거세다. 서울 은평을의 최창환 후보는 "우리 지역에는 2번이나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여성이 후보로 나오는데 한 번도 출마조차 못한 나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경선의 기회마저 박탈당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논의 요구 안 받아들여지면 당규무효 확인소송 낼 것"
민주통합당은 여성 예비후보 등록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여성 15% 공천 조항이 전날 마련된 만큼 오는 11일 지역구 후보자 공모 신청이 마감까지 현재 39명보다 대폭 늘어난 숫자가 공천을 신청할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서는 호남 등 민주당의 텃밭 지역에서 정치 신인 여성을 전략공천해 할당량을 채우고 수도권은 가능한 경선을 거치도록 하면 된다는 반론도 들린다.
유승희 여성위원장은 "여성 출마자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경선을 우선으로 하고 15%에 모자라는 부분은 전략공천으로 채워넣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경선을 하고 나머지를 전략공천으로 채워 넣으면 남성 후보들의 '여성 정치인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전망은 '기대'지만, 남성 후보들의 반발 움직임은 구체적이다. 이들은 당장 법적 분쟁까지 거론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 마포을의 정청래 예비후보는 "당헌은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당규는 여성 후보는 경선도 없이 공천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은 당헌에 위배된다"며 당 지도부가 재논의 의견을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당규무효 확인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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