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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 총선 지나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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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대세론, 총선 지나면 무너진다"

[인터뷰] 한명숙 "안철수 현상, 올해 선거의 최대 변수"

출마 선언을 했을 때부터 모든 이가 '차기 당 대표'로 내다봤던 이였다. 민주통합당의 핵심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친노,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로 고초를 겪어 일반 시민의 이른바 '동정표'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당대회를 사흘 앞둔 12일 오전 만난 한명숙 후보는 "모르겠다"고 했다. "80만이라는 선거인단의 표심이 어디로 갈 것인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선거인단 규모로 누구도 선뜻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진 선거지만, 여전히 한명숙 후보가 선두에 있음이 일반적 평가기도 하다.

한명숙 후보는 "나는 거머쥘 것도 욕심을 부릴 이유도 없다"는 말로 당 대표가 되어야하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사심"이 없으니 공천 개혁도, 당의 혁신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오롯이 한 몸을 바칠 적임자라는 것이다. "강하지 않다는 비판은 낡은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의 걱정이며 나만큼 강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 뒤따랐다.

총선과 대선의 선거연대 전략에 대해서도 그는 소상하게 생각을 털어 놓았다. 통합진보당과의 총선 연대 전략을 놓고는 "우선 미완으로 그친 연합정당 제안을 다시 해 보고 안 되면 선거연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대선은 통합진보당 뿐 아니라 안철수 교수까지 들어와 "반한나라당 인사들이 모두 함께 하는 '빅리그'로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런 '빅리그'를 통해 "훌륭한, 경쟁력 있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만족스럽게 뽑을 수 있는 대권 주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의 계획"이라면서도 그는 "현재의 야권 주자들도 총선에서의 기여와 성과에 따라 국민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한명숙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80만 선거인단이 무엇을 명령하나…기다려 결과에 승복할밖에"


프레시안 : 민주통합당 첫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화제는 80만 명에 육박하는 선거인단이다. 흥행에 대성공한 셈인데, 이런 흥행을 예상했나?

한명숙 : 80만 명이 참여하리라고는 모두가 생각하지 못했다. 잘하면 30만 명 정도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50만 명을 넘기고 80만 명이라니, 대체 왜 이리 많이 모일까. 이 사람들이 무엇을 명령하나. 국민들이 굉장히 간절하고 절박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그 절박한 요구는 이 정권을 심판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반드시 이겨 우리에게 희망을 달라는 메시지 아닌가 생각한다.

또 이렇게까지 많이 모인 것은 모바일투표가 결정적 요인이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내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모바일투표를 제안했었다. 현장투표, 모바일투표, 우편투표의 세 가지를 하자고 했다. 모바일투표는 접근이 쉽다. 이른바 '유비쿼터스'인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 명이 넘는 상태에서 모바일투표가 도입되면서 선거인단이 많이 늘어났다.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프레시안 : 흥행에 성공한 것은 당 입장에선 매우 좋은 일이지만, 선거에 출마한 후보 입장에선 불안한 일이기도 하다.

한명숙 : 불안하다. 이 표들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예전에는 당원 중심이다 보니 그 향배가 짐작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자발적인 참여가자 많다. 다른 사람에게 갈지, 나에게 올지 전혀 모른다. 결과적으로는 9명의 후보 모두 최선을 다하고 기다려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사퇴 거부 박희태? 국민의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프레시안 :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정치권에 격랑이 일고 있다. 돈 봉투 전달자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로 지목됐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한명숙 : 한나라당은 원래 차떼기 당이라 불리웠다. 그 오명을 탈피해 보려고 천막당사도 하고 여러 시도를 했지만 그것이 금권 정치라는 구태를 본질적으로 개혁하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겉포장만 바꾼 것이다. 그 본질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돈봉투 사건'은 시스템을 바꿔 본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개혁이 가능한데 한나라당이 그런 과정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박희태 국회의장이 연루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 등에서 사퇴 요구가 있지만 박 의장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한명숙 : 입법부의 수장 아닌가. 그런 사람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다. 국제적으로도 보도가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한나라당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나라당 역시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본다. 일단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법적으로 밝혀질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식 속에 의혹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건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요즘 검찰이 별로 밝히는 일이 없지 않나. 디도스 공격도 다 면죄부를 줬고, 친인척 비리도, BBK 사건도 마찬가지다. 의혹을 그대로 남겨 놓고 있다. 한명숙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만큼만 검찰이 한다면 다 밝혀질 수 있으리라 본다. 검찰이 못 밝히니 요즘은 국민이 (진실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도 돈이 오갔다는 몇몇 증언이 나왔다.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는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명숙 : 80만 명의 사상 유례 없는 선거인단이 모여 축제 분위기인데 중간에 이런 불똥이 튀어 우려스럽다. 우선 나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일단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조속하게 밝혀야 한다. 늘어지면 안 된다.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그 만큼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후보들 가운데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후보 사퇴는 물론이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먼지 하나만큼이라도 의혹이 남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지금 민주통합당은 돈봉투 같은 일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제도적으로 그렇다. 80만 명에게 어떻게 돈을 뿌리나. 한나라당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우리 당은 제도적 개혁을 통해 구태정치를 몰아내는 시스템을 이미 확보했다. 앞으로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나도 물론 새 정치를 하려고 들어온 사람이니 낡은 정치, 구태 정치의 여러 행태를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한나라당은 과거의 일이고, 이미 많이 드러난 상황이어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천막당사 상황의 재현이 가능한 반면, 민주당은 사건 자체가 베일에 쌓여 있어서 민주당이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오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한명숙 : 나도 걱정이다. 그러니 더 진상을 조속하게 밝혀야 한다. 늘어지면 그 부담을 새 지도부가 안고 가야 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근거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는데 (사건을) 확장시키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새 지도부 구성 전까지는 진상이 드러나야 한다는 얘기인가?

한명숙 : 그렇다. 조속히 밝혀졌으면 좋겠다.

"총리 때도 '장악력 의문' 얘기들었지만 나만큼 강한 사람 없다"

프레시안 : 다시 경선 얘기로 돌아가보자. 많은 사람들이 한명숙 후보의 1등을 점치고 있다.

한명숙 : 그런 얘기는 부담스럽다. 그렇게 될지, 아닐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SNS에서 들리는 얘기도 그렇고 아직 모르겠다.

프레시안 :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한 후보가 대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통합의 리더십에 가장 적합하다는 기대인데, 한편으로는 우려도 나온다. 다양한 세력이 화학적 결합의 시간을 갖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냉철한 리더십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인식이다.

한명숙 : 30년 시민운동을 해 온 경험이 있어 시민사회와 신뢰가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두 분을 모두 모셔 역시 그쪽 세력과도 신뢰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한명숙이라는 사람의 사장 큰 무기는 진정성이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올해와 같은 전투적 상황 속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다소 유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공천이나 당 운영에 있어 투명하고 공정하면 뚫고 나가는 힘이 있다.

또 한 가지, 자기 자신을 비운 사람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한명숙에게 맡겨진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의 권력을 강화할 이유가 없다. 대선 후보들이나 젊은 정치인들은 앞으로 계속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자기 세력을 많이 강화해야 하는 조건이지만, 나는 다르다. 박근혜 위원장 역시 사람이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 대선 주자인만큼 자기 세력이 아닌 사람들을 잘라내고 권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러나 나는 거머쥘 것도 없고 욕심을 부릴 이유도 없다. 사심을 비운 사람이다. 그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본다.

총리로 임명됐을 때도 언론으로부터 '장악력이 있겠냐'는 비판을 받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의 새로운 리더십을 가지고 다른 어떤 총리보다 큰 장악력을 가졌었다.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강하지 않다는 비판은 낡은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의 걱정이다. 과거에는 깃발을 들고 앞으로 나가 나를 따르라고 크게 소리 내는 방식의 리더십을 원했지만 새 리더십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만큼 강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지도부 구성되면 통합진보당에 연합정당 다시 제안할 것"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새 지도부는 총선을 책임지게 된다. 총선 필승 카드는 무엇인가?

한명숙 : 선거는 두 가지 충분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구도, 또 다른 하나는 경쟁력 있는 후보다. 아무리 경쟁력 있는 후보여도 구도가 나쁘면 낙선한다. 구도가 좋아도 후보의 실력이 없으면 또 떨어진다. 총선 전략은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결국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협상이 시급하다. 상대가 있는 일인 만큼 물리적 시간이 얼마 없다. 또 통합진보당은 전국 득표율 확대를 위해 상당히 많은 지역에 다 후보를 낼 것이다.

총선에서의 연대 협상은 두 가지다. 일단 미완에 그친 연합정당 제안을 다시 해보려 한다. 연합정당이 되면 단일 공천이 가능하다. 선거 구도를 만들기가 쉽고 승리 가능성이 100%다.

프레시안 : 물리적인 시간을 염두에 두고 볼 때도 연합정당이 가능한가?

한명숙 : 빨리 협상만 완료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가 민주통합당을 연대의 대상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쉽지 않다는 전망이 높다. 그 경우에는 결국 선거연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접근할 것이다. 가장 높은 수위는 연합정당이고 둘째는 선거연합이다. 그 밖에도 정책연대도 가능하다.

대선은 어떤 형태로든지 다함께 경선을 치를 수 있는 틀을 만들었으면 한다. 반한나라당에 동의하는 지역, 개인, 그룹, 정당, 집단이 모두 함께 하는 '빅리그'를 만들어내겠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은 200만 명이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지도부 경선 선거인단이 80만 명이므로 500만 이상은 참여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그 구상은 통합진보당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의 안철수 현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명숙 : 안철수 현상은 국민의 요구와 기존의 정당정치의 괴리에서 발생한 것이다. 즉, 당심과 민심이 철저히 분리돼 일어난 현상이다. 국민들에게 정당은 희망을 주지도 못하고 신뢰를 받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실망을 안겨주는 존재였다. 안철수라는 개인보다는 안철수라는 모델에 대한 신뢰가 표출된 것으로 본다. 상식이 통하고 국민이 원하는 도덕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성공한 사람에 대한 기대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나쁜 성공'이었고, 안철수는 '착한 성공'을 보여줬다. 안철수 현상의 중심은 안철수 교수이지만, 그 현상 자체는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존재감 없는 야권 대선주자? 총선 기여도에 따라 기회 있다"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현상이 탈정치가 아니라 탈정당이라고 분석한다. 민주통합당은 변화와 쇄신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야권에서는 안철수의 지지도가 압도적이다. 야권은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명숙 : 현재까지는 야권의 기존 대선주자들이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대선이 있는 해는 워낙 정국이 요동치고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터져 나오는 만큼 그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안철수 현상만 하더라도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아닌가. 그런데도 한꺼번에 닥쳐 와 각 정당들의 자기 존립 기반을 뒤흔들어 놨다.

그런 것처럼 비록 지금은 지지율이 낮지만 각자의 개성을 토대로 노력하면 언제 어떻게 부각될지 모른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권 주자들이 총선에 어떻게 기여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가이다. 각자 총선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우리 당이 원내 제1당이 되는데 얼마만큼의 공을 세우느냐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프레시안 : 김부겸 후보도 대선 주자들에게 총선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하던데 취약지역에 출마하거나 총선에 나오지 않고 최전선에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인가?

한명숙 : 큰 지도자는 자기 결단과 행동이 따라줘야 국민이 따른다. 이미지나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안철수 교수도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신뢰가 쌓였다. 우리 대선 주자들도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결단할 때 신뢰를 얻을 것이다. 어려운 지역을 선택해 승리해내는 모습은 대선 주자 자신들을 위해 좋다.

예를 들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처음에는 출마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자신을 던지고 부산으로 내려가 부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면 그 공을 통해 문재인 이사장은 대선주자로 확실히 올라설 수 있다. 그래서 총선이 아주 중요한 기점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도 위기의 한나라당을 잘 변화시켜 총선에서 이긴다면 확고한 대선 주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변화와 혁신에 실패해 총선에서 진다면 대세론은 무너진다. 우리 (대권 주자들과)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안철수 교수의 총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들이 많다. '대선 빅리그'를 얘기했는데 총선을 건너뛰고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는 안철수 교수와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갈 생각인가?

한명숙 : 상대방의 의사를 전혀 물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다소 실례인 것 같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직접 만나 얘기해보고 싶다. 안 교수의 결단이 어디까지 왔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안 교수가 앞으로 정치라는 방법을 통해 사회 변혁을 꾀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그 외의 사회운동 등을 통해 하려고 하는지가 현재까지는 불분명하다. 본인이 명확히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짐작컨대 (안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를 확실히 밝힌 바 있다는 점에서 정치와 담을 쌓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라면 적극적으로 함께 의논도 하고 직접 관계도 맺고 싶다.

프레시안 : 혹시 안철수 교수와 개인적 인연이 있나?

한명숙 : 없다. 열심히 (안 교수의) 책을 읽었다. (웃음)

"'공천권 국민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시민 믿고 돌려주겠다"

프레시안 : 박근혜 위원장이 쇄신을 잘 하면 대세론이 유지될 수 있다고 했는데 민주통합당의 예상 총선 성적표는?

한명숙 : 총선은 우리가 유리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서 국민들의 마음이 이미 많이 떠 버렸다.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실정을 했기 때문이다. 경제도, 남북문제도, 지도자가 가져야 할 도덕성, 공정성까지 다 무너져 내렸다.

다만 민주통합당이 저쪽의 실정에 안주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수준으로 간다면 우리 역시 실패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이 이번에 강령에 담아낸 진보적 가치에 기초해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해 낸다면 국민의 마음은 우리에게 올 수 있다.

프레시안 : 총선 승리를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구도와 인물을 얘기했는데 인물은 결국 공천이 핵심이다. 구상하고 있는 공천개혁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한명숙 : 소수의 실세공천, 밀실공천, 계파공천을 모두 끝장내겠다. 나는 계파도 없다. 만들어본 적도 없다. 더욱이 이제는 옛날 국민이 아니다. 내가 직접 내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미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한만큼 그들에 의해 경쟁력 있는 신선한 후보가 선출될 것이다.

물론 걱정하는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영역 안에서 돈 있고 인지도 있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표를 장악하지 않겠냐는 우려다. 그런 면도 과도기에는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득권을 뒤집어 엎는 변화의 흐름이 도도하다. 시민을 믿어야 한다. 돌려주겠다.

"한미 FTA 폐기 넘어 FTA 정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필요하다"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두 개의 큰 사건이 있었다. 김정일과 김근태 고문의 죽음이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이명박 정부의 경직된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제기 뿐 아니라 '김정일 이후' 남북관계라는 매우 큰 과제를 남겼다.

한명숙 : 일단 북한 체제가 안정되어야 한다. 북한이 권력투쟁으로 치달으면 남한 역시 불안해진다.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조문단도 보내고 조의도 표시하는 것이 좋다고 봤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했다. 이 정부는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북한도 이미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래서 우리당 지도부가 만들어지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려고 한다. 비록 야당이지만,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기반해 우리 당이 북한과 접촉도 하고 여러 제안도 해, 남북관계를 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남북관계는 경제 공동체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남북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만들어 놓으면 끊어질래야 끊기기 어려운 관계가 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 제2개성공단 뿐 아니라 서해안 평화지대를 추진해야 한다. 비핵화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관계와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미국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만큼 한미 공조로 단계적인 비핵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도 과감하게 대폭 늘려야 한다.

프레시안 : 김근태 고문의 죽음도 한미 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에 대한 성찰이라는 화두를 던져줬다. 한 후보의 경우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 화살이 더 집중되는 것 같다.

한명숙 : 한미 FTA는 내가 입각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또 외교 통상 영역에 속해 총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도 아니었다. 보조적 역할에 불과했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원했던 정보공개 측면에서는 오히려 내가 노력한 편이다. (비판의 핵심은) 한미 FTA 자체를 왜 반대하지 못했냐는 것인데, 반대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FTA는 신자유주의 강대국의 논리이므로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미국과의 FTA는 굴욕적이므로 하지 말자는 제한적 반대가 있다.

지금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경제질서 흐름이 달라지고 있고 한 나라와 한 나라 간의 조약은 그런 경제질서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는 말할 것도 없고 FTA 정책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 국가의 외교통상 전략은 그 나라의 발전 모델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국정을 운영해 본 사람으로서 고민이 깊은 이유다. 반대는 쉽지만 국가 운영은 변수가 참 많다. 국제관계도 그 중 하나다. 지금까지 추진했던 30여 가지의 FTA를 모두 폐기한다고 하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수 활성화로 발전전략을 바꾼다고 하면 우리 경제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 책임 있는 수권정당이라면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 FTA는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원점 재검토하는 것이 맞지만, 그 기조를 갖기 위해서도 앞서 말한 여러 것들이 면밀하게 분석돼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한명숙의 다른 계획? 지금은 훌륭한 대권 주자 만드는 것"

프레시안 : 사실 경제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2030세대의 생존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현재 정치 변화를 추동하는 세력인 2030세대는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박근혜 위원장까지 복지를 들고 나오는 상황 아닌가. 그런 점에서 경제모델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명숙 :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줄푸세 공약을 들고 나왔다. 줄푸세와 747 공약이 결합돼 이명박 정부가 실시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만의 실패가 아니라 박근혜와 이명박의 실정이다. 박근혜 위원장도 책임을 공감해야 한다. 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복지는 재정이 있어야 한다. 국가 발전전략 모델과 재원배분 관계가 일치해야 한다. 당연히 복지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재원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은 1% 부자증세마저 반대하지 않았나? 소득세와 법인세도 올리지 않고 복지를 늘리겠다? 진정성이 없다. 그러니 허상이다.

청년 실업 문제도 결국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사회적 투자, 교육복지 투자, 사회적 기업까지 세 가지는 국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물론 국가 재정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지속성에서 한계가 있다. 결국 제2의 벤처시대를 열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의 벤처 시대를 폄훼해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공한 정책이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벤처 기업을 살려야 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제도적 시스템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2012년의 소임이 정권교체까지라고 했는데 개인 한명숙의 다른 계획은 없나?

한명숙 : 원래 민주당은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 있었다. 그래서 대선 관리를 성공적으로 멋있게 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었다. 어떤 대선 주자든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낸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지금 나의 계획은 여하튼 훌륭한, 경쟁력 있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만족스럽게 뽑을 수 있는 대권 주자를 만들어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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