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은 친이계인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또 2008년 전당대회 당시 서울 지역 30개 당협 측에 50만 원 씩 전달한 혐의로 안 위원장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관리한 지역구 구의원 5명에게 현금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안 위원장은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이다. 2008년 18대 총선 때 이 의원과 나란히 서울 은평 갑, 을에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이재오 의원은 그해 전당대회에서 안상수 전 대표를 지원했다가 친이계 '대세'에 따라 박희태 의장을 지원했다.
관련해 <연합뉴스>는 12일 안 위원장이 금품 전달 사실을 시인했고, 검찰은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검찰은 또 돈을 전달받은 구의원 A씨 등을 상대로 안 위원장이 뿌린 돈의 출처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안 위원장이 구의원들에게 뿌린 돈이, 역시 2008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고승덕 의원실에 배달된 300만원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자금인지 출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2008년 7.3전당대회에서 대표에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
'친이계' 정치자금 수사로?…검찰이 건드릴 수 있을까?
이로써 검찰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첫 째는 친이계 핵심의 측근이 연루된 만큼, '돈을 누구에게 줬느냐'가 아니라 '돈봉투의 진짜 출처가 어디냐'로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이 돈을 댄 '윗선'이 누구냐의 문제다.
또 '매표' 목적으로 뿌려진 '돈봉투'가 정치자금 회계에 잡히는 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데 비춰보면, 부정한 자금일 가능성도 높다. 정치자금에서 나간 돈이라도, 정치자금의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인 것이므로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는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출마했던 홍준표, 원희룡 의원의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돈이 돌았다는 얘기가 있다"는 주장과도 맞물릴 수 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 2008년 '약체'였던 박희태 의장의 한나라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돈을 조성해 광범위하게 사용했다는 추측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정권 초반 막강한 힘을 휘둘렀던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의 '정치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로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이 경우 "(우리 정부는) 돈 안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했다"는 것을 근거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이 된다.
두번째는 고승덕 의원이 "잔뜩 끼어 있었다"고 밝힌 노란색 봉투가 어디로 향했느냐다. 고 의원의 추측대로 "의원실을 돌며 돈배달"을 했다면, 돈을 거부했든, 받았든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로 해당 의원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검찰은 또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관을 지냈으며, 현재 경남 남해·하동을 지역구로 둔 여상규 의원실 보좌관인 고명진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고 씨를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고 씨가 고승덕 의원 사무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전달하도록 지시한 인물은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선배 보좌관 조 모 씨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고 씨와 조 씨는 박희태 의장과 마찬가지로 남해 출신이다. 이들이 입을 열 경우 한나라당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과연 검찰이 친이계 정치 자금의 뿌리까지 건드릴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이명박 정부 임기가 남아있는데다, 이 대통령을 탄생시킨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뿌리까지 건드린다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부담이다.
돈봉투를 받은 의원을 추가로 밝히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고승덕 의원이나 고 의원실 관계자들의 진술이 불명확한 상황인데다, 물증이 없어 박희태 의원의 두 측근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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