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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안철수, 민주당 경선 참여하거나 편지 들고 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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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성근 "안철수, 민주당 경선 참여하거나 편지 들고 와야"

[인터뷰] "MB, 디도스 공격 연루 드러나면 탄핵해야"

가히 돌풍이다. 선거인단이 무려 77만 명, 80만 명에 근접했다. 직접 신청한 사람이 무려 65만 명이다.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다. 그런데 문성근 후보는 "뭐가 많냐"고 했다. "100만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돌풍이 민주통합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이변'을 만들어낼까.

바쁜 일정 속에 지친 가운데였지만 6일 밤 만난 문성근 후보는 신이 나 보였다. '온오프 결합정당'이라는 새로운 시대, 그 무한한 가능성에 달떠 있었다. '시민당원'이라는 새로운 발상을 그는 '파도'라고 했다. "파도는 거역하려 해서는 안 되며 서핑 보드를 타고 리듬에 맞춰 즐기면 된다"고 새삼 다시 강조했다.

선거인단 숫자 외에는 별다른 쟁점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외려 "왜 우리가 차별성 싸움을 해야 하냐"며 "후보 전원이 진보로 상향 평준화돼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배우 문성근으로 살아온 세월이 더 길다. 정치는 '초보'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직업을 정치인으로 하지 않았을 뿐이지 1970년대부터 나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엄혹한 정치 현실 속에 살아 왔다"며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어 오히려 주눅들지 않을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그래서인지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도 막힘이 없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 그는 "지금의 입당 요구는 구차하지만 500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통합당의 후보 경선에 참여해야 하고, 참여하지 않을 거라면 (안철수가) 편지를 들고 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고,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 행보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밀약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있다"고 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또 하나의 관문인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해 그는 "박원순식 (단일화가) 유일한 해법인데 진보정당이 이를 거부하면 파국이 걱정된다"고 토로했고, 본인의 부산 출마 필승 전략에 대해 그는 "그야말로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교과서같은 답이었지만 그의 설명에는 역사의 흐름 속에 놓여져 있던 '시민 문성근', 그 자신의 간절한 경험과 고민이 녹아 있었다.

지도부에 입성하고 총선을 이기고 나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하나 하나 밝혀내야하고, 이 대통령의 직접 연루가 확인되면 "임기가 하루 남더라도 탄핵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선관위 디도스 테러를 거론하며 "역사의 문제로 역사에 불명예를 정확히 기록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서울역사에서 진행된 문성근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프레시안(최형락)

"80만이 돌풍? 많긴 뭐가 많은지…난 불만이다"

프레시안 : 전당대회 기간이 짧아 당권주자들이 모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듯 하다.

문성근 : SNS 시대에 이런 일정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2002년 대선 경선 때는 선거인단을 광역별로 뽑았고 대의원도 있어 지역 순회하는 현장 연설이 일정 부분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대의원은 그야말로 당일날 한 번 와서 투표하는 것인데 굳이 이렇게 해야할까 싶다.

프레시안 : 민주통합당 첫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화제는 80만 명에 육박하는 선거인단이다. 흥행에 대성공한 셈이다.

문성근 : 난 불만이다. 많긴 뭐가 많나.

프레시안 : 처음부터 이 정도를 예상했었나?

문성근 : 우리는 그랬다. 50만은 기본이라고 봤고 100만 명까지 가보자고 했다. 오늘도 콜센터, 홈페이지 다 다운됐다. 폭주할 것이 너무 뻔한데 15만 명 수준으로 설계했다고 하더라. 참 답답한 사람들이다. 수용할 수 있는 숫자만 좀 더 충분하게 설계 됐어도 100만까지 갈 수 있었다.

이인영 전 최고위원과 협상할 때는 나이 많으신 분들이 모바일 투표를 못한다고 해서 현장투표를 열었는데 정작 93%가 모바일 투표를 선택했다. 어르신들도 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가지, 모바일 투표는 등록에 아직 장벽이 있다. 이번 경선은 관계 없지만 총선에서 시민참여 경선을 하려면 주소지 확인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재는 확인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과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등록하는 사람들에게 번지 빼고 동까지만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통신3사에 요청해 확인해도 되겠냐고 동의 받으면 가능하다. 한나라당도 결국 시민참여 경선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합의해 선거법과 정보통신법을 개정하면 시민참여 경선에 대한 우려 중 하나인 '역선택'도 막을 수 있다. 민주당에 먼저 신청하고 한나라당 경선에 또 신청했을 경우, 즉 중복되는 사람의 경우에는 뒤에 신청한 것을 자동으로 삭제하도록 하면 된다. 지도부가 구성되는 즉시 한나라당에게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잘못된 사람 뽑아 잘못된 정치로 시민만 고생…이젠 그러지 말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서울시장 선거나 지도부 경선보다 총선 후보자를 뽑는 경선은 결국 선거인단 숫자가 관건이다. 작을수록 동원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총선에서도 시민들의 참여가 지금처럼 높을까?

문성근 : 온오프 결합정당을 얘기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금 등록한 선거인단부터 누적해 나가자는 것이다. 2002년 경선에 참여했던 200만 명 정보를 한 번 쓰고 버렸다.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했던 7만 명도 마찬가지다. 그게 무슨 낭비인가. 무엇보다 왜 시민들을 번번히 괴롭히나. 이제부터는 누적해서 이 사람들은 굳이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참여 의사만 확인하면 바로 선거인단으로 등록시키면 된다. 일종의 'DB(데이터 베이스)'가 쌓이는 것이다.

또 이들은 민주통합당의 시민당원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선거인단 등록이 50만 명이고 총선에서 시민참여경선을 하는 120여 개 지역구의 1만 명씩이 또 쌓이면 거의 200만이 된다. 여기서 다시 대선 경선에서 추가로 200만 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면 민주통합당은 총 400만에서 500만 명의 시민당원을 가진 막강한 정당이 된다. 단단한 정당이 되는 것이다.

처음 온오프 결합정당을 구상할 때는 선거인단 부분까지는 없었다. 그러니 그 뒤에 당헌당규 논의에서도 중앙당의 직능별 정책당원만 들어가 있다. 여기에 지역당의 시민당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이 당원들은 선거구와 관계없이 광역시별로 묶일 수 있다. 고양시에 4개의 선거구가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한 생활 권역이다. 고양시는 하나의 '온(on) 지구당'이 되는 것이다. '온'으로 가입해 돈을 내는 당원은 4개의 지구당에 모두 4분의 1씩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와는 '온 지구당'이 네크워크를 만들어 상시적 연대 활동을 하면 된다. 시민단체 회원 중에서도 실명을 인증하고 가입한 회원은 민주통합당의 가치와 지향에 동의할 경우 당 내부 의사 결정 구조에 참여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은 굳이 입당하지 않고도 당의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각자는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당은 그를 시민당원으로 인정하는 개념이다. 느슨하게라도 500만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바로 이것을 하기 위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니까 지금 혁명이 일어났다. 공천권을 시민에게 다 돌려주는 혁명이다. 그런데 아직 시민들은 그 내용을 잘 모른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민주통합당이 곧 민주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60%나 된다. 지금까지 얘기한 수면 아래의 당 구조를 겉으로 드러내 '새 정당'으로 인식되게 하기 위해서는 문성근이 대표가 되는 것이 낫겠다 싶다.

프레시안 : 문성근이 대표가 되면 사람들이 민주통합당이 새로운 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인가?

문성근 : 그렇다. 문성근이 당 대표가 됐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생각하지 않겠나. (시민이) 참여하니 박원순도 되고, 문성근도 되더라. 나는 그리고 얘기할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들 무지 욕하셨죠,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직접 버리세요'라고.

2008년 촛불시위를 생각해보자. 수십 만 명이 몇 달동안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갔지만 고작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 가지를 막았다. 그리고 1000여 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것이 얼마나 낭비인가. 잘못된 정치인을 뽑아 그들이 잘못된 정치를 하는 바람에 수십 만 명이 몇 달을 '생고생' 했다. 얻은 것도 없이. 이제 그러지 말자. 민주진영이 공천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과 별 차별성이 없다면 아예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직접 공천하시라는 얘기다.

"무당파 40%가 안철수를 찾아낸 이유는…"

프레시안 : 경선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당 입장에선 매우 좋은 일이지만, 선거에 출마한 후보 입장에선 불안한 일이기도 하다. 기존 민주당 출신들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인다.

문성근 : 자기 정체성만 뿌리 깊으면 된다. 지금은 파도가 거세게 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시민들은 진화해 왔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의식도 진화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시민이 정치인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그런데 기존 정치인들은 자기들끼리 저 구석의 여의도에 모여 앉아 있으니 시민의 변화를 못 느낀다. 무당파가 40%나 되는 이유다. 한심한 것이다. 얘기가 안 통한다.

그러니 그 40%가 안철수를 찾았다. 안철수가 활동을 많이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 정치권이 안 되겠어서 두리번 거리는데 딱 안철수가 보인 것이다. 이 사람은 착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악한데 반대다. 게다가 성공했다. 부드럽다. 국민을 위로해준다.

이미 파도는 치고 있는데 정치인들만 모른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사람도 있다. 지방선거 한 번 지고 나니 '엇, 여기 옷자락이 왜 젖었지' 그리고는 바로 잊어버린다. 그러다 서울시장 선거를 지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진 것이다. '아, 이건 쓰나미구나.'

파도가 칠 때는 거역하려고 하면 안 된다. 서핑 보드를 타고, 리듬을 맞춰 즐기면 된다. 겁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만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중동도 민주화됐다, 독재가 다 무너졌다. 유럽과 미국은 '아큐파이(occupy)' 등 직접 민주주의가 파도치고 있다. 대의제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지만 직접 민주주의를 추가하려는 움직임이다.

게다가 우리는 IT 환경이 세계 최강이다. 성질들도 급해서 벌써 스마트폰이 2000만 대가 보급됐다. 그러니 우리는 직접 민주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이 성질낸다. 너희들이 뭔대, 여야가 합의해서 등원을 결정하고 그러냐고 성질내고 있다. (정치권이) 생산적으로 방향만 잘 잡으면 된다. 그것이 시민과 완벽하게 소통하는 정당 구조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올해는 4월에 총선도 있고 12월에 대선도 있는 선거 국면이다. 그래서 참여 민주주의가 제도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지체현상이 있을 수 있다.

문성근 :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용식 유비쿼터스 위원장에게 물어봤더니 '구상하고 있는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고 상상하지 못하는 많은 것도 구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다만 각 정파별로 불안해서 안 받아들여 지체됐을 뿐이란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의 각 지역구 후보 경선은 민주당 지도부 경선과는 다른 수준일 것이다. 정보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집단지성이 과연 발휘될까?

문성근 : 지도부가 구성되는 즉시 총선 기획단도 만들고 공천심사위원회도 만들어야겠지만, 그 전이라도 가능한 빨리 예비후로 등록자들이 지역구별로 정견발표회를 하면 어떨까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두 한 자리에서 정견을 밝히는 것이다. 흥행도 된다. 놀이판도 만들어질 수 있다. 그 발표회를 촬영해 홈페이지에 걸어주는 것이다. 이미 등록된 사람들에게는 지역구별로 그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전송해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가 선거인단 숫자 외에는 별다른 쟁점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문성근 : 언론에서 차별성이 없다, 쟁점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를테면 후보 전원이 정책적으로 진보화된 것이다. 오늘 SBS 토론에서는 박지원, 이강래 후보마저도 온오프 혁신을 얘기했다. 전원이 '온오프 결합정당'에 동의한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진보로 상향 평준화된 것이다.

왜 우리가 차별성 싸움을 해야하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이렇게 물꼬가 트이면 4월에 정말 공천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단일화, '박원순식'이 유일한 해법…거부하면 파국"

프레시안 : 대표가 된다면 그런 당내 작업도 중요하지만 당밖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특히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가 중요하다.

문성근 : 지난 1년 반 동안 그 사람들과 얘기해 왔다. 노회찬 대변인은 '선거법 개정을 공동 공약으로 대통합할 수 있다'고 했었고, 유시민 대표의 통합 전 마지막 말은 '진보통합 후 민주노동당과 함께 대통합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통합진보당이 늘 통합을 거부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민주당이 개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지금? 됐다. 지금은 뭐라고 하냐면 총선이 급하니 응해지 다시 후퇴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거야 모르는 일이다. 의원들이 총선 끝나고 자기 당선됐다고 온오프 결합정당 다 깨버리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고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이 이미 참여한 상태에서 역진을 불가능하다.

다음 문제는 정체성이었다. 그런데 이것 역시 민주통합당의 강령이 통합진보당과 뭐가 그렇게 다른가. 차이점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유일한 것이 아마 주한미군 철수 문제일 것이다.

박용진 후보를 보면서도 진보정치인의 의회 진출의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진보정당 사람들은 토론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 토론을 더욱 이기면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모든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 대통합을 통해 진보정당 사람들이 30~40명씩 의회에 진출하면 한국 정치는 뒤짚어진다. 나도, 이해찬 전 총리도 그 점을 늘 얘기해 온 것이다.

이미 트위터 안에서는 진보정치인의 힘이 더 강하다. 근래들어 민주당 내에서 가장 현장에도 많이 다니는 정동영 의원의 팔로워가 7만 명 정도다. 그런데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은 17~18만 명 된다. 유시민은 30만 명이다. 소통의 영역에서는 진보가 이미 이긴다. 그런데 쫄아있다. 자꾸 민주당에 먹힐 것이라고 말한다. (지도부 경선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정당 연합을 제안할 것이다.

정 싫다고 하시면 빨리 단일화 연대 협상을 해야한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이 좋아져서 유일한 해법은 박원순식 단일화다. 그것을 (진보정당이)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안 받아들인다면, 파국이 걱정된다. 어쨌든 국민들이 짜증나지 않도록 말끔하게 빨리 해야한다.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 요구 조건 가운데 하나가 선거법 개정이다. 지난 연말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과 석패율제 도입에 합의했는데 진보정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문성근 : 진보정당이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어봐야겠지만, 석패율제는 사실 원칙과 방향에 어긋나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직능대표 위주로 가야한다. 그런데 석패율제는 비례대표 내에서 주는 것이다.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한 광역에서 80% 이상을 한 정당이 싹쓸이할 때 거기서 한 명씩 준다는 얘기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의미 있지만 직능 대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고 나는 반대한다.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고 우리 민족사의 대회전을 앞두고 통합진보당과 어떻게든 연대를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과 선거연합을 이뤄 총선을 치른다면 예상 의석수는?

문성근 : 안정적 다수당이다. 160석에서 165석이면 안정적 다수당이라 할 수 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10석.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

"부산에서 승리?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부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 후 지역구에 가 봤나?

문성근 : 못 가봤다. 예비경선(컷오프) 때 출마선언을 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 난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필자 중 하나인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부산 20대의 분위기에 대해 "박원순이 여자인줄 안다"면서 수도권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바람'으로 승부해야 하는 입장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공략할 생각인가?

문성근 : 인간으로 가서 부딪힐 수밖에.(웃음) 지금 왜 그렇게 사람들이 격분하고 있을까? 잘 살게 해준다고 믿었다. 집 값도 오르고 여러 가지로 좋을 줄 알았는데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가 오는 것이 완연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그야말로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하려고 한 것이 결국 낙수효과였다. 부자감세, 대기업감세로 투자능력을 키우면 일자리가 생긴다? 그런데 그런 효과는 경제지표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꺾어졌다. 완전히 없어진 현상이다.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거짓말한 것이다.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 민주정부 10년을 저주하기 위해 동원한 것이 바로 고도성장, 대북 퍼주기 그 두 가지였다. 그 결과로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졌다.

나는 사실 그건 그냥 저주하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남북관계는 그랬다. 경제야 벌거벗은 욕망이니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남북관계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실용을 내세웠으니 말이다. 저주는 수단이 됐어야지 집권을 하고나면 현실에서 정책을 짜야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 저주를 이어갔다. 이렇게 가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는 그 사실을 2~3년 만에야 깨달았다. 1년 반쯤 지나 촛불시위가 일어났지만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너무 성급하다 했다. 뽑은지 얼마 안 됐으니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그렇게 가셨다. 그리고 나니 근본적 성찰이랄까,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도 그렇다. 권력은 무엇인가. 정책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동물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어떤 동물인가.

프레시안 : 그 성찰이 배우 문성근이 정치인으로 나서게 된 이유인가?

문성근 : 잠을 도통 못 잤다. 만취하기 전에는 잠이 안 왔다. 어느날은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두통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람이 죽었는데 내가 배우하는 것, 영화 5개를 더 찍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찍을만큼 찍었지, 매번 악역만 하는데.(웃음)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민도 결국 집단이다. 집단의 통찰력은 뛰어나다. 왜 노무현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성경책은 수도 없이 나왔다. 처음에는 그 책을 읽던 사람들이 '됐어, 나 이제 그만 읽을래' 선언한 것이다. 그것을 경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분석해볼 수는 있는데 국민은 그것을 안 봐도 안다.

원주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길에서 떠들고 있는 우리를 한참을 쳐다보셨다. 20분 있다가 시장에서 꽈배기를 사들고 오셨다. 그걸 주시면서 '이런 거밖에 못 드려 미안해요'라고, 그리곤 그러셨다.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그 깡시골에 내려가 농사짓고 살겠다는데 그걸 그냥 내버려두지, 그렇게 들볶아. 얼마나 싫었음 죽었겠어.' 마지막 말이 기가 막힌다. '참, 나쁜 사람들이야.' 격분하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고 소리 치는 것도 아니었다. 조용히 말하더라. 안철수? 착하잖아.

"디도스 테러, MB 연루됐으면 임기 하루 남더라도 탄핵해야"

프레시안 : 전당대회 과정 중에 한국 사회에 큰 두 가지 일이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세상을 떠났다. 두 가지 사건 모두 민주통합당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문성근 : 김정은, 솔직히 너무 어리다. 그러나 우리가 뭐라 하더라도 (북한은) 집단적으로 옹위하고 갈 것이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중국이 안정을 원하고 있다. 당연히 미국도 안정을 원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 반대다. 위키리크스를 보면 '북한이 붕괴하면 언능 쳐들어가자'고 그러는 정권이다. 그러니 왕따가 된다. 미국은 그 과정에서 한국으로부터 얻은 것이 많다. 중국도 이명박 정부의 '바보 짓'으로 북한 지하자원을 다 넘겨받고 있다. 그러니 미국과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바보 짓이 계속되는 게 전혀 나쁘지 않다. 다만 시끄럽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의 실정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묻자면, 최근 연설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얘기한 바 있다. 물론 조건부였지만 말이다.

문성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테러는 정말 심각한 것이다. 여당 관계자가 자백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연루설이 있다. 닉슨도 계속 아니라고 했었지만 (디도스 테러 사건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밝혀진다면 탄핵해야 한다. 이미 내곡동 땅 사건부터 심각한 일이었다. 그런데 국민이 참은 것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 우리가 바보지, 라고 차마 말 못하고 참았다. 지난 번에 너무 아파서 참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건 안 된다. 부정선거를 획책한 것이다. 민주주의 부정이다. 대통령 선서에도 어긋난다. 제주도 합동연설회에서 탄핵 얘기를 했더니 <문화일보>가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비판했더라. 거리에서 할 얘기지 당에서 할 얘기냐는 것이다. 왜 정치인과 시민의 말이 달라야 하나? 왜 그런 고정관념이 있나. 나는 시민이고 시민이 주인되자고 이 운동을 시작했다. 시민이 하는 얘기를 정치인이 하면 왜 안 되나.

<문화일보>가 또 그러더라. "임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고.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하루가 남더라도 해야 한다. 선관위 테러는 역사의 문제다. 역사에 불명예를 정확히 기록해줘야 한다.

"안철수, 민주 경선 참여할 생각 없다면 편지 들고 찾아와야"

프레시안 : 안철수 얘기를 해보자.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선 주자다. 문성근 후보의 말대로 민주통합당이 대대적인 혁신을 이뤄낸다면 시민들이 안철수를 찾지 않을까?

문성근 : (안철수의) 대선 후보 지지도는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와 지지도도 계속 올라갈 것이다. 물론 여러 노력들이 제대로 안착된다는 조건 아래서 말이다. 물론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나를 탄핵해 쫓아내고 원래 당원 구조로 돌아간다면 그건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프레시안 : 지도부가 된다면 안철수 교수에게 입당을 요구할 것인가?

문성근 : 입당 요구는 사실 구차하다. 그럴 필요 없다. 그 사람은 그대로 살면 된다. 한나라당의 확산을 막겠다고 했으니 그 노선 안에서 무엇인가 할 것이다. 다만 대선 후보 경선에 들어가게 되는 시점에서는 참여를 권유해야 한다고 본다. 대선에 나설 생각이 있다면 같이 하자고 말이다.

첫째, 이 경선은 당원 투표가 아니라 국민참여경선이다. 당의 기득권이 아무 의미가 없다. 민주통합당 지도자든, 안철수든 완전히 평등하다. 2002년에 200만이 참여했다. 이번에는 SNS 등을 통해 400만~500만이 참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처럼 제주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경선을 벌였으면 한다. 인구 500만 명 기준으로 선거구를 구성하면 서울이 3개, 경기도가 4개로 쪼개진다. 2002년에는 토요일, 일요일에 했지만 이번에는 수요일 한 번, 토요일 한 번, 수도권 한 번, 지방 한 번으로 5주 동안 하자는 것이다. 나라가 뒤집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뽑은 후보를 다시 안철수와 단일화? 국민에게 예의가 아니다. 여전히 안철수에 대한 지지도는 유지되겠지만, 유지된다면 (안철수가) 편지 들고 와야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의 혁신? 이명박과 밀약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

프레시안 : 안철수라는 변수를 논외로 하고, 야권의 대선 필승 전략에 대한 구상이 있나?

문성근 : 전략 짤 것도 없다. 총선에서 이기면 일단 국정조사, 특검 해서 하나 하나 밝혀야 한다. 워낙 (이명박 정부가) 쌓아온 것이 많다. 싸질러 놓고 거적 덮어놓고 '깨끗하다'고 다닌다. 그 모든 것을 하나 하나 밝히고 국민참여경선하면 된다.

프레시안 :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행보로 한나라당에 실망했던 중간층 유권자들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 이제까지 박근혜 의원이 보여준 당 쇄신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문성근 : 의심이 든다. 공천권까지 전권을 쥐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 사이에 '정권 비리는 덮어둘께 공천권 가져라'는 식의 밀약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혹이 있다. 이를테면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밝혀야 한다. 지금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적폐가 이명박 대통령 혼자 한 것인가? 이 정권 자체가 한 일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나라가 이처럼 가라앉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부터 밝히고 나서 그 다음에 비상대책 아닌가. 모든 문제를 거적으로 덮고 공천만 자기가 하면 된다? 본인이 살려면 해야 한다. 부산일보, 영남대에 대해서도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어떻게 할지도 함께. 역사가 흘러온 모든 것을 난 몰라, 하고 가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말했는데 많은 사람에게는 역시 배우 문성근이 정치인 문성근보다 더 강하게 인식돼 있다. 정치를 맡겨도 될까,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문성근 : 직업을 정치인으로 하지 않았을 뿐이지 나는 1970년대부터 정치 현실 속에 살아 왔다. 그것도 대단히 엄혹한 정치 현실이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정치 현실 속에 늘 판단하고 분석하면서 살아 왔다. 그러면서도 여의도 생활, 정당 생활을 안 했기 때문에 한국 정치에 주눅들지 않았다.

1년 반 전 이 운동을 시작할 때 모두가 되겠냐고 헀다. 된다 그랬다.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됐지 않나. 어느 정치인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주눅들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었고 주눅들지 않아서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

내가 누구 뒤통수 치는 일은 못할 수 있지만, 적어도 공천에서는 눈치볼 사람도 없다. 아무에게도 빚 진 적 없다. 도움 받아본 적도 없다. 오히려 주기만 했지. 선대본 일을 도와주겠다는 현역 의원도 모두 전원 사절했다. 그냥 시민들하고만 (선거를) 치르자고 했다. 빚 안지겠다는 생각이었다. 계파 나눠먹기는 이제 없다. 시민이 원하는 후보, 최대한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제, 모든 공은, 모든 몫은 시민에게 있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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