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전 대표는 "나는 돈 봉투를 돌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박희태 국회의장은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측근을 통해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직에 올랐으나, 고 의원 본인이 "(홍 대표가 당선된) 7.4전당대회는 아니다"라고 밝혔었다.
고 의원, 혹은 안상수 전 대표, 박희태 국회의장, 세 명 중 한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결국 진실게임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고 의원의 폭로가 사실일 경우 정당법 제50조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신속하게 검찰 수사를 의결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국민 사이에서 의혹이 확산하기 전에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고 진상 조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표 한 명과 함께, 그의 측근 비례대표 의원이 '돈봉투'를 건넨 당사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당 관계자, 일부 의원들의 말은 엇갈리고 있다. 한 의원은 "A 전 대표가 고 의원을 씹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더라니..."라고 말을 흐리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세 차례의 전당대회 모두, 돈 선거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전당대회 때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각 캠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OO 의원은 얼마를 썼고, OO 의원은 얼마를 썼다"는 얘기들이 난무했다.
뜬금없는 '폭로 정국', 누가 웃고 있을까?
▲ 박근혜 비대위원장 ⓒ뉴시스 |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연일 한나라당 전직 대표들과 친이계 구세력들의 용퇴를 주장하고, 친이계 구세력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제원 의원의 경우 "(박근혜 체제) 비대위와 결별"까지 거론했다. 안상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대표적인 친이계 원희목 의원은 "정치를 하라 말라 지칭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폭력"이라고 경고를 날렸다. 비대위와 구세력의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닿고 있었다.
문제는 고 의원의 폭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들이 바로 친이계 구세력들이라는 점이다. 두 전직 대표 중 누군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친이계가 대세였던 지난 두 차례의 전당대회의 당 대표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 비대위의 쇄신 작업에 사사건건 발목을 걸고 있는 친이계 의원들은 때 아닌 폭로 정국에 휩싸이면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한 정국이 조성된 것.
여기에 박 위원장이 당 대표를 맡던 시절인 지난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약 한달 보름 가량 남기고 김덕룡, 박성범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던 사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서울 중구청장과 서초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박성범, 김덕룡 두 의원에 대한 금품 비리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며 "당 지도부 회의를 긴급 소집해 사건 수사를 검찰에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었다.
이 사건으로 박근혜 위원장은 당시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당을 통제하고, 대외적으로 이미지 쇄신을 하는데 성공해 열린우리당에 압승을 거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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