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관련 농어민 후속 대책의 국회 처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농촌 지역을 포함한 각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특히 오는 30일까지 기초단체부터 광역단체까지 자체 교육을 실시한 후 교육 추진 결과를 보고하도록 해 사실상 전 공무원 대상으로 반 강제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월례조회 통한 한미FTA 교육 실시하고 행안부에 보고 요구"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통합진보당 조승수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20일 제출받은 '지방공무원 한미FTA 특별교육 실시 계획 통보' 공문에 따르면 행안부는 "한미FTA 비준(11.11.22)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FTA 의미와 효과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 시책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 경제, 농업 분야 간부 공무원 대상 집합교육을 실시하고자 하오니 참석 대상자 명단을 2011. 12. 15(목)일까지 제출해 주시기 바라며, 12월 말까지 붙임 계획을 참고하여 각 지자체별로 직장 교육을 실시하고 추진 결과를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해 간부 공무원 40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김정일 사망이 알려져 정부가 비상 태세에 들어간 지 하루 만인 20일에 예정대로 실시했다.
간부 교육과 별도로 기초단체부터 광역단체까지 아우르는 한미FTA 공무원 '직장 교육' 운영 실적 제출 시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여야가 30일 본회의를 열기로 한데 비춰보면, 아직 농어민 후속대책 관련 법안 및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행안부가 사실상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미FTA 관련 교육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한미FTA는 아직 발효 전으로 미국과 한국이 FTA 조항과 자국 법률 등을 맞춰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항 일부가 수정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특히 행안부는 '붙임 자료'에서 "지자체 공무원 대상 직장교육', '자치 단체별 직장 교육 자체실시', '2011년 특별교육 실시 및 2012년 FTA 교육 자체계획 수립', '월례 조회, 워크숍 등을 통한 직무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이라고 명시했다. 월례 조회에 전 공무원이 참석하는데 비춰보면, 사실상 지자체 공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가 행안부는 '자치단체별 직장교육 실적 제출(12월말)', '기초(단체)→광역(단체) : 교육실시 후 시, 도 제출...광역(단체)→행안부 : 자체 교육 실시 및 시, 군, 구 추진 결과 취합 제출'이라고 명시했다. 역시 전국 모든 지자체의 교육 실시 결과를 행안부에 보고해달라는 요구다.
향후 지자체와 중앙 정부간 갈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4일 "미국은 주·지방 정부의 이익이 철저히 보호되지 않으면 주·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비협조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홍보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취급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특히 한미FTA가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ISD(투자자 국가간 제소제)가 지자체 운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ISD 관련, 압도적인 제소 건수 1위가 미국임을 감안할 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만약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서울시에 큰 재정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민단체들이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농촌 지역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정부의 교육이 반발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농어촌 후속 대책 관련 법안 처리는 국회 소관이지만, 정부가 국회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채 '묻지마 교육'에 나섰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조승수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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