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보도다.
한데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경호시설 부지 매입이 쉽지 않다는 이유와 함께 경호상의 문제를 거론한다. 주변 주택이 전부 4~5층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논현동 주택이 완전 노출되는 게 문제란다.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와 한 말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내곡동 사저 건립계획이 문제가 됐을 때도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호상의 문제를 들어 논현동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렇게 만전을 기한다. 바람 불면 넘어질까, 비가 오면 젖을까 노심초사를 거듭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제일주의를 부르짖는다.
▲ 이 대통령 논현동 사저. ⓒ연합 |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국가 원수를 지낸 사람을 예우하지 않는 것은 요즘 유행어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각종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국가가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뿐더러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고 수위가 있다. 과유불급이면 빈축만 산다.
최규하·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는 주택가에 있다. 다른 집들이 좌우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도 경호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굳이 전직 대통령 여러 명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 표본 사례 하나만 거론해도 충분하다. 전두환 씨의 경우다.
이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꿰차기 위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재임 중에 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세상이 다 안다. 그래서 한 때 시선이 모아졌다. 그가 살고 있는 연희동 사저에 사람들의 눈길이 꽂혔고, 일부 대학생들이 그가 사는 곳을 급습할 것이란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 일이 없었다. 골목 어귀에서 잠시 실랑이가 있었긴 했지만 전두환 씨가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에 노출된 적은 없다. 전두환 씨마저 이렇게 버젓이 잘 지내고 있는 판에 도대체 무엇이 염려되고,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국민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여기지 않는 한 경호를 놓고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제 발에 저려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고의 진리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왁자한 저잣거리다. 경호라고 예외가 아니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경호는 민심의 철책을 치는 것이다.
청와대는 왜 이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무엇을 우려하는 걸까? 민심이 보위하는 게 아니라 민심에 포위됐다고 느끼는 걸까?
전체댓글 0